"전경련도 좀더 젊고 개방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게 필요하다. 전경련의 기능도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김효석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경련이 새 정부 개혁 정책에 대해 '우리가 국민의 정부 5년 내내 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뭘 또 더 하란 말이냐'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전경련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기존 전경련과 경총의 지도부에 대해 "지금까지 끌어온 책임자들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극우적인 생각, 친기업적인 생각을 가졌다. 우리 사회는 이제 균형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각을 가지고는 좀 어렵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경련 해체 및 대한상의와의 통합 논의 등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가 관여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을 잘랐다. 하지만 "지금 전경련이 이야기하는 게 진정으로 기업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기업을 위하는 길은 기업이 우리 사회에 파고들어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사랑받는 것 아닌가. 좀 바꿨으면 좋겠다"라고 거듭 변화를 주문했다.
오는 7일 차기 회장단 선출을 앞두고 아직까지 회장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전경련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 진영의 시선이 어떤가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벌들과 대화 통해 불안 불식시켜야"**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인 김 의원은 당내에서 강봉균, 정세균 의원과 함께 '경제통 3인방'으로 불린다.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경제정책의 설계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 의원은 노 당선자에게 필요할 땐 항상 통화하며 지난달 13일 미국 컨설팅그룹 맥킨지와 면담을 주선하는 등 당선 이후에도 지근거리에서 당선자에게 조언을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요즘 재계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의원 중 한 사람'이란 이야기도 듣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벌개혁에 대해 "개혁이란 게 외부에서 강제하려면 절대로 안 된다"면서 "불안한 가운데 있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온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업들도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재벌들이 무엇을 두려워 하냐면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일정을 대화를 통해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벌개혁 정책 중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와 사외이사제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 제한제도 강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사 계열분리제 등은 모두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스탠다드이지만 절차와 우선 순위를 밝혀 기업들이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집단소송제에 대해 "지난번엔 제왕적 총재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 통과가 어려웠지만 이제 야당도 당 운영을 민주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면서 "야당 의원들 가운데도 찬성하는 의원들이 꽤 있기 때문에 크로스보팅을 할 경우 얼마든지 통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알리기로 바빴다"**
최근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고 돌아온 김 의원은 "이같은 컨퍼런스를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부가가치가 높은 비즈니스"라면서 "참 부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전 세계의 재계, 정계, 고위 관리들이 참여하는 다보스 포럼 등 국제회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마인드가 우리나라는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이런 자리를 국가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럼 기간 내내 김 의원은 "노무현 당선자 알리기"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인사들이 북핵문제, 새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대해 토로했다"면서 "노 당선자에 대해 친노조성향인사, 안티 글로벌리스트, 반미감정에 편승해 대통령이 된 인사 등 왜곡된 외신 보도 때문에 이런 시각을 가지고 노 당선자나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 에반스 상무장관, 랄슨 국무성 경제차관 등 고위 관리들을 만나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고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송금설에 대해 김 의원은 "진실을 밝히면서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이 진행한 이날 인터뷰는 오후 5시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지금 인수위가 하는 일 불안할 것 없다"**
프레시안 : 요즘 재벌들이 김효석 의원을 제일 무서워한다는 말이 있다.
김효석 : 전혀 그렇지 않다. 엊그제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뵈었는데 전경련 세미나에 가시겠다고 하더라. 나는 만나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전경련 만나는 것과 기업들 만나는 것은 다르다. 개별 기업들을 만나면 굉장히 수용적이다. 그래서 전경련하고 접촉하지 말고 개별 기업들하고 접촉하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노 당선자는 가시겠다고 했다. 가서 "재벌개혁 정책 중 도대체 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 좀 해 봐야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이제는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개혁의 동반자로 끌고 가야 한다. 야단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자는 것이 주요 메시지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개혁이란 게 외부에서 강제하려면 절대로 안 된다. 갈등만 생긴다. 그 사람을 설득해서 끌고 나가자는 게 내 주장이다.
우리는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재벌들이 대화를 하려고 한다. 재벌들이 김효석 의원은 얘기가 통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나라도 만나서 당신들 뭐가 그렇게 안 되는 거냐. 걱정이 뭐냐 얘기를 해봐라. 이렇게 대화를 해서 끌고 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해서 일이 되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재계에선 김 의원을 민주당의 대표적 개혁론자로 꼽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김효석 : 재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냐면 이제 대부분의 아젠다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일정을 궁금해 한다. 언제까지 할 것이냐. 한꺼번에 할 것인가, 금년 말까지 할 것이냐.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서 동의한다. 이것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것을 대화를 통해 제시해 줘야 한다. 그게 해야 될 일이다.
서로 대화를 통해 불안을 불식시켜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집단소송제 같은 경우에는 전경련이 자꾸 문제를 제기해서 남소 방지책을 마련했다. 이런 것은 어찌보면 전경련이 기여한 부분이다. 나는 전경련 같은 집단도 경우에 따라선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충분히 얘기를 듣자는 거다. 불안한 가운데 있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온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되는 게 아니다.
인수위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불협화음이 있다고들 한다. 기업 컨설팅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나 조직을 바꾸려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를 거쳐야 하는데, 변화관리에서 가장 먼저 해야될 것이 언프리즈(unfreeze)하는 것이다. 녹이는 것이다. 언프리즈해서 바꾸고(change) 다시 리프리즈(refreeze)하는 것이다. 인수위는 현재 새 정부 들어서기 이전에 언프리즈 하는 것이다. 흔들어서 기존의 상태를 녹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약간 잡음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수위가 지금 결정하는 게 아니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앞에 갈대를 치고 나가는 거다. 그리고 나서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된다. 신문에서 불안이 있는 것처럼 하는데 괜찮다. 내가 볼 땐 잘하고 있다.
프레시안 : 재벌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일정이라는 얘긴데, 아직은 일정이 안 잡혀있는 상황인가.
김효석 : 아직은 좀 불확실하다.
프레시안 : 노 당선자는 자주 만나는가.
김효석 :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필요할 땐 항상 통화한다. 우리가 볼 때 속도 조절의 문제가 있다거나 방향이 잘못 나갈 때 언제든지 말씀드린다. 또 노 당선자가 항상 열린 자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하다.
프레시안 :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한 설계자 중 하나라고 봐도 되겠나.
김효석 : 내가 설계야 하겠나. 다만 보고 있다가 조금 잘못 가는 것 같다는 경우엔 조절해주고 옆에서 조언하는 정도다. 내가 최근에 맥킨지와 노 당선자 면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맥킨지를 만나서 당신들이 보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들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노 당선자가 글로벌 스탠더드의 견지에서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정도다.
프레시안 : 김 의원께서는 교수 출신이고, 98년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라는 국가출연연구기관 원장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지 이제 3년쯤 되어 가는데, 지금 인수위에 있는 경제 쪽 학자들과 원래 알던 사이인가.
김효석 : 인수위 학자들과는 대학 동기니까 워낙 알던 사이다. 그렇게 자주 모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얘기는 잘 되는 사이다.
***"전경련, 경총 이끌어 온 책임자들 극우적 생각"**
프레시안 : 앞서 재벌개혁에 관해 인수위 학자들과 인식 차이를 지적했는데.
김효석 : 나는 재벌들과 대화를 중요시하고 우리가 대화하고 설득해서 개혁의 동반자로 끌고 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재벌들을 완전히 개혁 대상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일각에선 전경련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합쳐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효석 : 전경련이 과거의 개발독재, 관치경제, 또 재벌이 주도하는 경제 시대에는 나름대로 기능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 모형 가지고는 안 된다. 전경련은 이번에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우리가 국민의 정부 5년 내내 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뭘 또 더 하란 말이냐, 이런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 전경련도 좀더 개방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과거에 경제성장을 독점했던 재벌들이 이런 멘탈리티를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5년 동안 개혁을 해왔는데 좀 정리를 해보자. 우리가 어떤 것을 성취한 반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렇게 진지하게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해나갈 생각을 해야지. 우리가 할 만큼 했는데 뭘 또 하란 말이냐. 이건 좀 아니다.
전경련이 대한상의와 통합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지만, 또 그걸 우리가 통합하라 마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전경련의 기능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게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제주체든지 글로벌한 시대에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서로 도우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아마 경총도 비슷할 것이다. 지금까지 끌어온 책임자들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극우적인 생각, 친기업적인 생각을 가졌다. 우리 사회는 이제 균형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각을 가지고는 좀 어렵지 않겠나.
프레시안 : 전경련이나 경총의 지도부나 지도체제가 바뀌고 기능이 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가.
김효석 : 그렇다. 전경련이나 경총이나 실제 운영하는 상근 부회장들은 꽤 연세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젠 좀 젊으신 분들, 새로운 개방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맡아서 같이 일을 해나가는 게 좋겠다. 정부하고 대화를 해 나가면서 과연 어떤 게 진정으로 기업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전경련이 이야기하는 게 진정으로 기업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 기업을 위하는 길은 기업이 우리 사회에 파고들어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사랑받는 것 아닌가. 그래야 기업도 사회 속의 하나의 산물로 살아남는 건데... 좀 바꿨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면 어떤 기능을 맡으면 좋겠나.
김효석 : 글쎄. 아까 이야기한 그대로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가지느냐 보단 마인드 자체가 중요하다. 좀 개방적인 사고로 문제를 풀어가는.
프레시안 : 개혁하라면 무조건 저항부터 하고 보는 게 아니라 뭔가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김효석 : 그렇다. 같이 정리를 해보고 그래서 우리가 뭘 했고 무엇이 부족했던 점인가. 그 부족한 점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개혁이란 것은 예스 오어 노(Yes or No)가 아니지 않나. 개별기업들 만나보면 다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 이건 좋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좀 이렇게 해 달라. 이래야 대화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뭘 더 하란 얘기냐 이렇게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 재벌개혁 관련해서 지금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 제한제도 강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사 계열분리제 등 몇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이 방침엔 변화가 없는 것인가.
김효석 : 없다.
프레시안 : 모두 할 것이다?
김효석 : 다 해야 될 일인데 그것을 절차와 우선순위를 밝혀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빨리 도입할 부분이 있고 중장기적으로 해야 될 부분이 있다. 완급은 있지만 결국은 전부 글로벌 스탠다드와 일치한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제일 첫 번째 해야 할 과제가 어떤 것인가.
김효석 : 집단소송제라고 본다. 집단소송제와 기업지배구조, 즉 사외이사제도의 강화다.
프레시안 : 1단계는 대략 어느 시점까지?
김효석 : 여기서 얘기하긴 좀 어렵다. 인수위와 조율도 필요한 부분이고...
***"집단소송제, 크로스보팅하면 법 통과 가능하다"**
프레시안 : 집단소송제는 법 개정 사안 아닌가.
김효석 : 그렇다. 야당과의 관계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기를 얘기하기 힘들다.
프레시안 : 야당이 반대하면 못 하는 것 아닌가.
김효석 : 집단소송제 같은 경우 야당 의원 중에서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지난번엔 제왕적 총재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웠다. 이제 야당도 당 운영 자체를 민주화하려고 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설득하면 충분히 야당 쪽에서도 찬성할 사람이 있다고 본다. 야당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
프레시안 : 크로스보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김효석 ; 그렇다. 크로스보팅을 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경제자유특구법이 노사간에 제일 큰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입장은?
김효석 : 이미 통과되지 않았나.
프레시안 : 최근 인수위에서 경제자유구역에 국내기업도 입주하도록 하겠다는 등 조금 변화된 안이 나왔다.
김효석 : 인수위에서 경제자유구역에 국내기업도 입주하도록 하고 거기를 금융센터 보다는 IT 중심으로 물류기지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컨셉을 바꿨다. 이 부분은 당 정책위와 조율이 곧 있을 거다. 그때 인수위 생각을 들어보고 조율을 좀 해봐야 될 것 같다.
경제특구 내에서는 상당한 경제자유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노동관계법의 경우에 배제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국내기업이 거기에 들어가면 법적용을 안 받고 다른 지역에서는 적용 받고 이러면 다 특구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원래 목적이었던가 다시 한번 따져 봐야 한다. 우리가 경제특구를 만든 것은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즉 외국자본의 직접 투자 때문이다. 우리가 FDI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 세계에서 한 1천억불 정도 직접투자가 있었는데 중국이 6백억불 정도 가져갔고 우리나라가 잘해야 1백억불도 못 가져오고 있다. FDI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기업하기 불편해서 그렇다는 거다. 경제자유도를 높여야 하는데 전 지역의 경제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선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국토의 일부라도 경제자유지역을 설정해서 우리 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들어와서 마음대로 기업을 해라. 그런 개념에서 만들었다.
프레시안 : 인수위쪽에선 당장 허허벌판에 오라면 외국자본이 오겠느냐. 국내 기업들이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 유인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효석 :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접근이 또 옳을 수도 있다. 방법론의 차이인데 대화를 통해 어떤 게 좋은 방법인지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노동계는 국내기업이 들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효석 : 그럴 것이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 인수위에서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같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국내기업도 유치해서 유인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것인데 그 방법은 좋은데 노동계의 반발 등 거기에 따른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좀더 토론을 하고 조율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동북아 경제 허브를 이야기할 때, 그냥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해 보면 한쪽은 금융 허브를 강조하고 한쪽은 물류 허브를 강조한다. 지금 인수위 쪽은 물류허브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 민간이나 외국계에서는 금융허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김효석 : 왜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생각했던 물류기능은 소재, 부품을 갖다 놓고 중국시장이나 만주시장에 갈 때 그때그때 조립을 해서 가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생각했다. 예를 들어 물건을 미국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서 중국에 수출을 할 경우에는 엄청난 시간과 운송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다 부품을 쌓아놓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조달하는 것, 그게 물류기지의 개념이다.
또 금융 허브 기능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동북아시아 금융의 중심이 될만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만큼 금융개혁을 한 나라가 없다. 일본도 그렇고, 중국은 앞으로 금융 부실이 예상되는 나라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지리적으로 처져있고 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
프레시안 : 인수위 안이 나오면서 금융 쪽에서 물류 쪽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김효석 : 잘못 알려진 것 같은데 원래 경제자유구역에 금융센터를 짓자는 얘기가 없었다. 금융센터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서울에 만들면 된다. 금융센터라는 게 단지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우리가 서울을 동북아 금융센터로 만들고 경제자유구역은 물류중심센터로 만들고. 이런 개념이 같이 가야 된다.
***"다보스 포럼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프레시안 : 최근 다보스 포럼에 다녀 왔는데, 참석해서 받은 첫 번째 느낌은?
김효석 : 첫 번째 느낌은 참 부럽다는 것이었다. 다보스는 알프스 산맥에 있는 인구 1만명도 안되는 아주 작은 도시다. 공항시설도 없고, 호텔도 많지 않고, 도로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취리히에서 내려서 고속도로도 없이 시골길로 가야 되는 길이다. 그런 곳에 세계의 정치, 경제계 거두들이 2-3천명 모인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다. 이 같은 컨퍼런스를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부가가치가 높은 비지니스다. 내가 들어있는 호텔이 평소 요금은 1백10프랑인데, 4백50프랑을 받았다. 4배를 받더라.
그 다음에 세계의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계, 고위 관리들이 많이 와서 전부 자기 나라 IR 활동을 한다. 정치인도 이제는 그런 곳에 가서 한국 정부, 또 재계를 위해서 IR 활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들이 항상 국내 무대에서만 정치하지 국제무대에 가서 활동하는 것은 사실 많지 않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이번에 보니까 일본에선 재무성 장관도 오고 고위관리가 많이 왔다. 미국은 파월 국무장관 외에 상하원 의원이 상당수 와서 세션을 여러 개 열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다보스 포럼의 화두는 중국이었다. 중국이 그만큼 떠오르고 있다는 건데, 자기들 세션을 만들어 세계적인 학자들, 정치인, 재계 인사들이 같이 토론했다. 중국 경제가 앞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방안 등.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 세션이 없었다. 물론 이번에 총회에서 우리나라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정동영 의원이 대표연설을 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정부에서 한 사람씩 참가했었다. 경제수석, 외통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가운데 한 명이 갔다. 한번 갔다 오고는 그만이다. 이런 포럼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강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구조조정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 중남미 많은 국가들, 또 일본이 금융구조조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중국 같은 나라들은 금융부실에 대한 우려가 있다. 우리가 어떻게 금융구조조정을 해서 개혁에 성공했는지, 이런 것을 놓고 토론을 해서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우리가 세계 IT강국이란 걸 다 인정한다. 이런 세션을 하나 열어서 한국이 어떻게 해서 IMF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정보통신대국을 만들었는가. 교훈이 뭔가. 이런 것을 가지고 같이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전체적인 국가 IR 활동이 부족하다.
프레시안 : 현지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을 텐데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관심 이런 게 있을 것 같다.
김효석 : 주로 북핵문제, 그 다음은 새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 정책이 어떻게 갈 것인가. 또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었다. 노무현 당선자에 대해서 친노조성향 인사라든지, 안티 글로벌리스트, 글로벌 시대에 미국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정치인이라든지, 반미감정에 편승해서 대통령이 된 인사, 이런 보도가 외신에 보도됐기 때문에 이런 시각을 가지고 노 당선자나 한국정부를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고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 에반스 상무장관이라든지, 국무성에 랄슨 경제차관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했을 때 나에게 몇번 반문하는 것을 들었다. 그만큼 한국과 노 당선자에 대해서 잘못 알려져 있다는 거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설명을 했다.
농업개방문제도 얘기했다. 에반스 상무장관, 랄슨 경제차관을 만나서 우리 농업개방의 어려운 점, 특히 쌀 관세 유예화에 어려운 점을 좀 양해해 달라고 얘기를 하니까 굉장히 부드럽게 얘기를 하더라. 그런 기회를 통해서 자꾸 접촉해서 얘기하고 그러는 게 외교다. 통상협상할 때 테이블에 딱 마주 앉으면 결국은 딱딱한 얘기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자꾸 가서 접촉하고 설명하고, 그런 기회를 활용할 생각을 못한다.
프레시안 : 아까 지적한 노 당선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제는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볼 수 있나.
김효석 :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본다. 노당선자의 경제철학도 얘기해 주고. 노 당선자가 친노조주의자가 아니라 균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는 결코 그런 것은 아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다. 또 안티 글로벌리스트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일차적 개방화로 계속 갈 것이다. 다만 농업부분 같은 경우 이해를 구하고. 충분히 그런 얘기를 하니까 이해하더라.
특히 에반스 장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우리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게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오히려 궁금증을 저쪽에서 더 많이 가지고 접근하더라. 그 다음에 CEO들. 노바티스를 만나서 글리벡 연구센터를 한국에 만들어라. 그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될 수 있으면 한국에 세우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 로얄더치쉘 회장을 만나서 시베리아에 가스 파이프라인 만드는 것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노무현 정부 국정목표 '신뢰사회 구축' 좋을 듯"**
프레시안 : 노 당선자가 초대받았는데 직접 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참가했는데.
김효석 : 형편이 안 되니까 못 갔는데 적절한 기회엔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참가 못한 원인이 뭔가.
김효석 : 국내 사정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인사문제도 여러 개 남아있는데 거기 갔다 오면 상당히 공백이 있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 다보스 포럼 주최 측에서 노 당선자의 불참에 대해 기분 나빠하거나 그러진 않았나.
김효석 : 정동영 고문이 가서 대신 스피치도 하고 그랬으니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프레시안 : 잘못 알려진 건지 모르겠는데 노 당선자가 불참해서 우리 취재진들이 프레스룸에 출입도 금지 당하고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
김효석 : 원래 프레스룸 출입이 극히 제한적이다. 딱 정해진 2백-3백명의 제한된 취재진 외에는 못 들어간다.
프레시안 :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보면 정부, 민간, 언론도 그렇고 다보스 포럼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실하다고 볼 수 있다.
김효석 : 준비라기 보단 다보스 포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이렇게 활용해야겠다는 컨셉이 없다. 한명정도는 저쪽에서 초청하는데 초청받은 사람은 회비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그간 초청받은 한 사람만 갔다 오고 말았는데,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김 의원 스스로 다보스 포럼을 갔다 오고 나서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의 변화는 없나. 새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서 이런 걸 좀 바로잡아야 겠다 라든가.
김효석 : 이번 다보스포럼의 주제 자체가 신뢰구축이다. 우리 새 정부 개혁정책과 맥이 거의 같다. 신뢰 구축은 기업차원에서의 신뢰, 말하자면 투명성이라든가, 지배구조 문제 외에도 사회의 신뢰라는 게 굉장히 위기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가 생산요소라고 한다면 노동, 자본, R&D 등을 얘기했는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서 아무리 노동력이 뛰어나고 자본을 많이 투입하고 해도 그 밑에 인프라로 깔려 있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깔려 있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신뢰가 없으면 거래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제는 신뢰구축이라는 걸 국가 아젠다로 해야 될 때가 된 것 아닌가. 우리나라를 신뢰사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 당선자가 아닌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은 그런 일들을 하기에 좀 어렵지 않았나. 노 당선자는 상당히 정직한 사람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목표로 '신뢰사회 구축' 이걸 내걸어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중요한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적절한 기회에 당선자에게도 그 부분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프레시안 : 입각설도 좀 있던데.
김효석 : 지역구 의원들은 입각 안 되지 않나.
프레시안 : 그래도 생각은 있는가.
김효석 : 아, 우리는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들어가서 일을 해볼 생각은 가지고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일을 해볼 수 있지만 직접 자기가 키를 쥐고, 조타수가 되어서, 생각했던 정책들을 펴나가는 것. 다 가지고 있는 꿈일 것이다.
프레시안 : 혹시 당선자가 경제부처 쪽 인사구상하는데 김 의원과 상의하나.
김효석 : 전혀. 최근에 인사를 하실텐데 다보스 갔다 오고, 또 설 명절 지내고 그래서 그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 지금까진 없었다.
프레시안 : 누가 경제 부총리가될 것 같나.
김효석 : 모른다. 아무도 모르지 않나. 당선자도 모르지 않나 싶다(웃음).
프레시안 : 김 의원은 장하성 교수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김효석 : 자주 만난다.
프레시안 : 무슨 팀이 있다고 하던데.
김효석 : 아니다. 장하성 교수가 대학에 개설한 기업지배구조 과정 끝날 때 가서 한번 토론을 했다. 몇 달간 교육을 받고 나서 지난번에 배운 것과 새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하고 토론도 하고.
프레시안 : 기업지배구조 과정에 초대연사로...
김효석 : 그렇다. 거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프레시안 : 고정적으로 가는 건가.
김효석 : 아니 지난번이 1기였다.
프레시안 : 장하성 교수를 비롯한 몇 분이 팀을 이뤄서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김효석 : 아니 뭐 그런 정도야 되겠나. 의견 나누는 정도다.
프레시안 : 대북지원설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김 의원은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김효석 : 당선자 입장은 정해지지 않은 것 같고 글쎄. 진실을 밝혀야 될 것이다. 이 상태로 덮어주자고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면서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익이 최우선이니까. 진실을 밝힌다고 하면서 남북관계가 엉망이 되고 국익에 해가 된다면 안된다. 우리가 양쪽을 조화롭게 해결을 해야 한다. 국민들도 그런 차원에서 좀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고. 상당히 지혜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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