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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대선의 전리품돼선 안돼 "

김유주의 '방송산책'<10>

2000년 1월 12일 법률 제6139호로 ‘국민의 정부’에서 만들어진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문화의 형성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하고, 방송내용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하여 방송위원회’를 두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막강한 기구다. 지상파 ㆍ 케이블 ㆍ 위성방송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하며, 이사 선임권을 통하여 KBS, MBC, EBS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또 많은 언론유관기관의 지원예산인 수천억원의 방송발전기금을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출범했던 1기 방송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시엔 편파 ㆍ 불공정 시비가 일기도 했고, 일부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유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방송위원회 노동조합은 언론학 교수 ㆍ 국회의원 ㆍ 조합원 등을 상대로 현 방송위원들의 전문성, 독립성, 책임석, 도덕성 평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6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직 방송인들의 모임인 “한국 방송인회”는 1월 24일 ‘한국방송인회 2003선언’을 채택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매스미디어를 흔히 사회적 공기로 부른다. 그 중에서도 방송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문화매체로 역할을 해 왔다. 우리의 방송은 이러한 절대적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 광복 반세기를 넘긴 오늘도 방송의 제 모습 찾기에 갈증하고 있다. 방송인들의 기대 속에 발족한 ‘방송위원회’도 기대보다는 실망을 더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 방송인은 이러한 굴절과 파행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 편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 새로운 정권 출범을 앞둔 시점에 급변하는 방송 환경을 앞두고 새 정부의 개혁적 방송정책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송의 존재 양식은 이대로 좋은가?
-방송위원회는 이대로 좋은가? 발전방안은?
-공영방송의 운영주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방송과 국제방송의 위상은?
-공중파와 케이블, 위성방송은 어떻게 상호보완하면서 경쟁해야 하는가?

방송은 어떤 형태로든 정권과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그리고 온전히 방송인과 국민에게 돌려져야 한다. 방송발전을 위한 과감한 개혁조치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방송사 사장 역시 전문 방송인에게 돌려져 방송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방송을 평생직업으로 종사한 전문방송인 모임인 ‘한국방송인회’는 우리 방송의 외부 간섭과 압력을 감시하고, 방송을 지키는 지킴이 역할을 자임하며 현역 방송인들의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고품격 방송을 제작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될 것임을 자임한다.”

이 시기에 적절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문화가 바뀌고 있듯이, 한국 방송문화 역시 혁신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방송문화의 선진화와 한국 미디어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파성보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새로운 방송위원장과 방송위원들이 임명되기를 기대해 본다.

새 방송법에 의한 ‘국민의 정부’ 제1기 방송위원회에선 위원장과 공영방송사장에 7명의 인사가 거쳐 갔다. 대학교수 4명, 신문인 2명, 방송인 1명으로 분류된다.

최근 정계에선 ‘개혁이 필요한 공기업’과 정부 산하 기관에 민주당 당직자들을 상당수 추천할 방침이어서 ‘낙하산 인사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 같다.

방송위원회가 결코 대선의 전리품일 수는 없다.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송위원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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