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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1백16년만에 금혼학칙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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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1백16년만에 금혼학칙 폐지

"기혼여성의 학습 평등권 침해",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이화여자대학교가 기혼자의 입학 및 재학생의 결혼을 금지하는 ‘금혼(禁婚)학칙’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화여대가 개교한 해가 1887년이니, 무려 1백16년만의 폐지다.

이대는 22일 “21일 교무회의를 통해 신입생의 입학 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 제14조와 재학 중 혼인을 금한 학칙 제 28조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이대 학칙은 입학자격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고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미혼 여자(제14조 1항)’로 명시한 것은 물론 ‘결혼한 자는 총장이 제적한다’(제28조 7항)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대측은 금혼학칙 폐지 이유와 관련, “여성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금혼 조항이 결혼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헌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학생의 결혼 문제는 학칙을 통한 규제의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하에 학칙의 금혼 조항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금혼학칙은 19세기말 조혼 풍습으로 인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열악한 여성 고등교육 환경 하에서 여성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었다. 요컨대 결혼은 학업이 끝난 뒤에야 할 수 있도록 하는 금혼 조항을 만듦으로써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대측은 “금혼 조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여성 고등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형성, 한국의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이대의 금혼학칙은 “시대에 뒤떨어진 비현실적인 학칙”이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학칙으로 인해 “실제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만 하지 않는 편법만 조장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폐지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이대에 금혼학칙을 폐지한 이면에도 이같은 논란과 싸움의 결과라는 게 지배적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이대가 학칙에서 입학과 졸업자격으로 기혼여성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대 금혼학칙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는 요지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인권위가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폐지에 이르는 진짜 속내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1백16년간 이대를 구속해왔던 금혼학칙이라는 전근대적 학칙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이화여자대학교의 공식입장

***금혼 학칙에 관한 본교의 입장**

본교 학칙 가운데 학부 재학생의 재학중 혼인을 금지하는 금혼 조항의 개정 문제에 대해 본교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밝힌다.

1. 본교의 학칙 중 미혼을 입학과 졸업의 요건으로 정한 것은 19세기말과 20세기 전반기에 열악한 여성 고등교육 환경 하에서 피교육자인 여성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조항을 제정한 이유는 결혼한 여성을 교육시키지 않겠다든가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당시의 조혼 풍습상 결혼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2. 본교 학칙의 금혼 조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여성 고등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형성하여, 단순히 가사노동에 매몰되었을 여성인력에 대하여 고등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3. 그동안 금혼 학칙의 개정 여부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었으나, 당시의 교육환경에서는 이 조항이 학생에게 학습권과 학습환경을 보장하는 데 유용한 것이라는 교수, 학생, 동문,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학부 재학생에 한하여 이 학칙을 존치해 왔다.

4. 근래에 이르러 금혼 학칙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다각도로 제기되었다. 본교는 여성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금혼 조항이 결혼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헌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 학칙에 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학생의 결혼 문제는 학칙으로 규제의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하에 학칙의 금혼 조항을 개정하기로 하였다.

5. 본교는 그 동안 본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2003년 1월 21일 교무회의를 통해 신입생의 입학 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 제14조와 재학 중 혼인을 금한 학칙 제 28조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기로 의결하였다.

2003. 1. 21
이 화 여 자 대 학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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