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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오락프로는 '황색 폭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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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오락프로는 '황색 폭력단'?

김유주의 '방송 산책' <8>

TV3사의 오락프로는 요즘 웃음대신 사생활 캐기에 골몰하면서 연예인 스캔들 생산의 진원지로 둔갑하고 있다. TV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사생활 들추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왜곡하고 부풀리기까지 한다. 선정적인 접근, 막무가내식 취재, 교묘한 편집이 거의 공작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연예인을 둘러싼 소문은 참·거짓을 떠나 재미거리로 전락하고, 그들의 인격과 인권은 무참하게 짓밟기도 한다.

프로야구 출신으로 방송MC에 데뷔한 강병규는 방송대담 중 애인을 밝히면 벌칙을 면하게 해준다고 하자 느닷없이 “79년생 탤런트를 사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스포츠 신문과 인터넷 게시판에선 ‘강병규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자 탤런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 다음엔 강병규가 “애인 이름이 ‘이응(ㅇ)자’가 세 개 들어 있다”고 밝히자, 오모, 정모 등 ‘ㅇ’자 세 개가 들어간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밤의 TV연예’는 고묘한 교차편집을 통해 이승환과 채림의 연애설을 부각시켰다. 13년 동안 무대만을 전전하며 쌓아온 한 가수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자, 그의 팬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고 ‘한밤의 TV연예’ 게시판에 항의 편지를 보냈다.

“방송이 이승환을 테러했다”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이승환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제작진이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교묘히 편집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섹션TV 연예통신’은 아예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는 ‘파파라치’로 나서기도 했다.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황수정의 결혼설을 추적하며,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계약을 했다는 등,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방불케하는 집요함을 발휘하기까지 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황수정이 “나는 이제 연예인이 아니다.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애원해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연예가 중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탤런트 원빈과 한채영이 열애에 빠졌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오르자, 게시판 운영자 이름으로 “원빈 · 한채영 열애설을 제보하신 분을 찾습니다”는 공시를 내보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이 제보자라고 밝히며,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 공영방송은 친히 사실관계를 확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최근엔 MC들에게 주는 벌칙도 선정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벌칙을 주는 여성들이 “총각 잘 생겼네. 아유 귀여워라. 아줌마 따라갈래?”라는 대사가 아무 거리낌 없이 방송되기도 한다.

특히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아예 드러내놓고 스캔들을 생산한다. 연예인 짝짓기 형식인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출연자들이 서로 좋아한다는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시청자들은 “스캔들을 이용한 시청률 올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궁금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질문으로 시간만 때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청자단체의 간부는 “시청자에게 삶의 활력이 되는 웃음을 주기 위한 고민이 제작진에게 이뤄지지 않고, 쉽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연예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와 일탈, 일본프로그램 베끼기,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소재 겹치기 등, 이미 자정 단계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최근의 오락프로그램을 평가하면서, 연예프로그램들이 TV를 장악하더니 선정성, 아이디어 부재, 출연자들의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해엔 연예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사·교양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자기반성과 개혁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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