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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의 근원, '외주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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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의 근원, '외주제작'

김유주의 방송산책 <4>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 '외주 제작'**

지난 90년대 초부터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을 고시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외주제작 정책에 따라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전체 방송시간의 33%를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있다.

외주제작사의 경우 방송사가 직접 제작할 때는 금지된 제작비 협찬이 가능하다. 따라서 엄청난 돈으로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용이하다.

지금 현업 PD들은 영화 쪽에 일류 연기자들이 몰려 있어 '연기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방송가는 엄청난 돈으로 스타급 작가와 연출자들을 배팅하는 외주 제작사들의 경연장이 되어 방송풍토가 더욱 혼란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시청률만이 절대 가치가 되면서 일부 스타와 이들의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대형 외주사 등 극소수의 연예자본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률이 바로 방송사의 광고 수익과 연결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일류스타들을 등장시켜 조금이라도 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얼마 전 KBS드라마 <장희빈>의 연출자가 외주 제작사 대표에게 폭행을 당해 머리에 상처를 입는 사건 등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장희빈>의 주연급 연기자에게 개인 분장실을 마련해 주도록 외주제작사 대표가 연출자에게 요구한 데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현업 PD들은 외주사 대표가 PD의 고유 권한인 제작 일반에까지 관여하는 사례라고 반발하면서 "우리가 외주사의 들러리냐", "파견노동자냐"고 반발까지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외주사들은 자체 제작 능력이 거의 없다. 또 완성된 작품을 팔 시장조차도 협소하다 보니 제작 장비나 시설은 물론 인력 면에서도 제대로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다. 이런 사유로 제작은 방송사의 인력과 시설 및 장비를 이용하고, 외주사는 주요 연기자의 캐스팅을 맡는 기형적인 외주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무늬만 외주 제작'인 셈이다. 그런데도 외주사를 이용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사들은 자체 제작의 경우 출연료 규정에 묶여 있지만 외주사에 맡기면 같은 예산을 들여도 일류 연예인들을 출연시킬 수 있다. 외주업체는 방송에서 받은 제작비 외에 부족분은 협찬을 통하여 메우고 있다. 그래서 외주업체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엔 간접광고(PPL)가 판치고 있고, 방송위원회 심의위원회에서도 외주업체의 간접광고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관계자들은 외주 비율이 확대되면서 외주 드라마의 상업성이 드라마 제작 기반을 위협하고, 방송 전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력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외주 비율만 올리고 있는 외주정책은 프로그램의 질 향상에 아무 도움도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외주제작사들은 “실제로 엄청난 이득을 보는 제작사는 극히 일부라면서 방송사 계열사인 위장 외주업체나 자사 출신의 연출자가 운영하는 외주업체 밀어주기 등 방송사들이 편법으로 외주정책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대안은 실제 외주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실태 파악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방송 현장의 진단이다.

법규위반의 소지마저 있는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제작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방송위원회가 내세우는 ‘방송시장에서의 독과점 방지’라는 외주비율 고시의 취지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외주제작은 ▲방송제작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외주편성 비율만을 높인 방송정책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외주정책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방송사와 안이한 태도 때문에 일부 연예권력의 힘만 키운 셈이다.

이제라도 외주제작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와 함께 방송사의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다.

***필자 소개**

필자 김유주씨는 고려대 정외과 졸업후 동아일보 자회사였던 동아방송 재직중 해고된 동아투위 출신 언론인으로, 그후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연구원, 평화방송을 거쳐 SBS 라디오국장을 지냈다. 현재는 방송위원회 심의위원과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수석부회장, EBS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매주 방송심의 일을 하고 있다. 저서에는 그동안 써온 방송논편을 모아 펴낸 <그거 말 되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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