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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다"

<속보> 김미화 등 연예인 1백29명 'SOFA 개정' 요구

방송·문화·예술인들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옆 KT(구 한국통신) 빌딩 앞에서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불평등한 한미 SOFA 전면재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죄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소견을 먼저 얘기하고, 방송문화예술인 1백29명이 서명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류승완 박찬욱 영화감독이 삭발식을 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왔다"**

사회를 맡은 가수 권진원씨는 "이번 사건이 부당한 죽음이 없는 평등한 자주국가로서의 주권을 찾기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엄마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영화 속 미국은 항상 정의로운 나라였으나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모습인가?"라고 분노를 토로했다.

영화배우 최민식씨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왔다"며 "미군의 무죄평결 소식을 듣고 나서 너무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정진영씨는 "전 국민이 나서서 조금 더 일찍 이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강력하게 항의했어야 했다"고 반성한 뒤 "미국이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데, 무시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이현우, 영화감독 변영주씨는 방송·문화·예술인 1백29명이 서명한 성명을 낭독하며 "방송·문화·예술인들은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판결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나아가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불평등한 한미 SOFA 전면 재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정부는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국민들과 시민단체를 폭력으로 진압한 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후의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평화집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단주의자'들이 '한줌'에 그치지는 않을 것"**

선언문 낭독 후 류승완, 박찬욱 감독의 삭발식이 있었다. 김미화씨는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고, 삭발을 마친 류승완 감독은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자라나지만 미국에 의해 짓밟힌 우리의 자존심은 노력이 없이는 회복이 안 된다"며 "우리 모두의 힘으로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삭발했다"고 밝혔다.

영화감독 박찬욱씨는 "두 여중생의 죽음에 분노에 하는 것이 '한줌의 극단주의자'라면 나도 극단주의자이다"라며 "그러나 극단주의자들이 '한줌'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영화감독 김지운씨도 함께 삭발할 계획이었으나 영화촬영 관계로 양수리 촬영장에서 삭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효순·심미선양 아버지 두 분도 참석**

이 자리에는 방송인 김미화 영화감독 류승완, 박찬욱, 변영주, 임창제, 영화인협회 이춘연 이사장, 작곡가 윤민석, 가수 권진원, 이정렬, 이현우, 트랜스픽션, 영화배우 정진영, 최민식 등이 참석했고, 참석예정이던 방송인 전유성, 영화배우 권해효, 영화감독 김지운 씨는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신효순, 심미선 양의 아버지 두 분도 참석해서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삭발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광화문 열린 시민광장에서 5일째 철야단식기도회 중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지지 방문했다. 사제단의 정종훈 신부는 이들을 환영하면서,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큰 공인으로서 분명한 선언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며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신부님들과 함께 아리랑을 합창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방송·문화·예술인들은 "12월 14일 추모콘서트 등을 할 계획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촛불시위 등에 최대한 참석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동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촛불 시위장에서는 방송·문화·예술인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저녁 6시 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일 오후 3시에 범대위가 주최하는 '촛불 인간 띠 잇기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 이날 저녁 6시 촛불 시위에는 지난주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8일 오후 2시에는 대학로에서 사단법인 문인협회가 주최하는 '효순이 미선이 추모 시낭송회'가 있을 예정이다. 다음은 방송· 문화·예술인 선언 성명 전문과 서명자 명단.

***시일야 방성대곡! 우리는 오늘에 크게 목놓아 우노라!**

도대체 궤도차량의 그 둔중한 바퀴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말인가?
꽃같은 우리의 딸 효순이와 미선이를 장갑차로 무참하게 깔아뭉갠 두 미군병사에게, 미 군사법정은 '무죄판결'이라는 말도 안되는 면죄부를 주었고, 그들은 도망치듯 이 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재판은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미 8군사령관의 말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뻔뻔하기 그지없는 미 군사법정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맨손의 학생과 시민, 그리고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곤봉을 무차별로 휘두르는 경찰들은 대체 어느 나라의 치안을 위한 집단인가?

또한 부당한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그 많은 시민들을 '한줌의 극단주의자'로 깎아내리며 미국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저 사대주의 관료들은 또 어느 나라 사람들이란 말인가?

미국에 한없이 낮아지는 굴욕적인 저자세를 언제나 우리는 벗어날 것이란 말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미군들이 이 당에서 저지르는 온갖 범죄들에 치를 떨고 눈물만 흘려야 할 것인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열다섯 꽃다운 두 여중생의 한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이란 말인가?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 이제 더 이상은 이 땅에서 미군의 전쟁놀음에 이 땅의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우리의 소중한 아들딸들이 장갑차에 치여 죽음을 당해도 아무말 못하고 속앓이 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는 자주국가이다. 그 어느 강대국에도 업신여김 당하고 짓밟힐 수는 없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

이에 우리 방송문화예술인들은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판결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끼며, 구천에 떠도는 원혼을 달래고, 나아가 이 땅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을 요구한다.

1. 정부는 불평등한 한미 SOFA 전면개정에 나서라. 미군에 의한 일방적인 무죄판결이 한국민의 자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것을 인식하고, 불평등하게 맺어져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SOFA의 전면 재개정을 미국에 즉각 요구하고 관철시켜라.

1. 부시 미국대통령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죄를 요구한다. 진정으로 미국대통령이 억울하게 죽어간 두 여중생을 애도하고 유족들과 한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면, 한국민에게 직접 공식적인 사죄를 해야 한다. 또한 책임지휘관 문책과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SOFA 전면 재개정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1. 정부는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국민들과 시민단체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한 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후의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평화집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1. 이를 위해 본 선언에 동참한 우리 방송문화예술인들은 위의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때까지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전국민과 함께 할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2002년 12월 6일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평결에 분노하는 방송, 영화, 예술인 129인 일동

가객/거북이/권진원/김장훈/김현성/레이지본/박은옥/박정운/박진영/밴드바람/불독맨션/불랙홀/신형원/안치환/양희은/우리나라/김원중/우미진/우위영/유정고밴드/윤도현밴드/이반밴드/이상은/이승철/이승환/이은미/이적/이정렬/이현우/자전거탄 풍경/장필순/전인권/정태춘/조성모/천지인/크라잉넛/트렌스픽션/한동준/MC스나이퍼/next신해철 (이상 가수 40명) 윤민석/장사익 (이상 음악가 2명) 김미화/방현주/손숙/전유성/최란/허수경/갈갈이삼형제(박준형,이승환, 정종철) (이상 방송인 9명) 권해효/명계남/문성근/문소리/정진영/최민식/추상미 (이상 영화배우 7명) 고도원/김상진/김성수/김윤태/김지운/류승완/문승욱/민동현/박찬욱/변영주/봉준호/여균동/오점균/윤인호/이무영/이은/이창동/이현승/임순례/임종재/임창재/정지영/황철민 (이상 영화감독 23명) 곽용수(인디스토리 대표)/권영락(씨네락픽쳐스 대표)/김광수(청년필름 대표) 김기동(애니마포럼)/김노경(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김영신(한국독립영화협회)/김정석(전주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김준양(애니메이션 칼럼리스트)/김화범('독립영화'편집위원)/나기용(애니마포럼 대표)/남태우(대구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노재원(스튜디오 꿈틀)/노종윤(싸이더스 이사)/박기호(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박규환(애니마포럼 사무국장)/박동수(영화인회의 사무차장)/박향자(여성영화인모임 사묵국장)/손영득(대구독립영화협회 대표)/송덕호(대전독립영화협회 대표)/송승민(서울독립영화제 사무차장)/양기환(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국장)/양인화(대전독립영화협회 대표)/오기민(영화인회의 상임집행위원)/우정태(대구독립영화협회 대표)/윤재우(애니메이션 감독)/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유인택(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유창서(영화인회의 사무국장)/이마리오(다큐멘터리 감독)/이미영(다큐멘터리 감독)/이용관(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이주훈(영상미디어센터'미디액트' 사무국장)/이지연('독립영화'편집기자)/이진우(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장)/이춘연(영화인협회 이사장)/이효인(영화평론가)/전승일(애니메이션 감독)/조광희(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조시돈(전주독립영화협회 대표)/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조준형(영화인회의 정책실장)/최소원(충무로영상센터활력연구소 매니저)/최진성(다큐멘터리 감독)/함주리(한국독립영화협회사무차장) (이상 영화인 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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