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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ㆍ미선이 살려내라, 소파 개정하라"

도심 달군 反美집회, '촛불추모제'로 대단원

주말인 30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무죄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오후 2시 대학로에서 열린 '청년학생총력투쟁대회'를 시작으로, 3시 대학로의 '2002 전국민중대회', 5시 종묘공원의 ‘범국민 비상시국대회’, 그리고 6시 광화문 교보빌딩 앞의 촛불추모제로 이어져 밤 9시 넘어까지 계속됐다.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촛불추모제**

이날 시위의 하이라이트는 '촛불추모제'였다. 네티즌과 시민들은 손에손에 촛불을 들고, 손에 든 촛불보다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오후 5시경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자, 교보빌딩 주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민 사회단체나 정당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날의 행사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것이었다. 시민들이 각자 준비해온 초에 불을 켜기 시작하자 6시경에는 촛불이 천여 개로 불어나 있었다.

교보빌딩 앞을 가득 메운 ‘촛불시위대’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도 쉽게 눈에 띄었다. 8세 아들과 5세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온 직장인 오영균(36, 회사원)씨는 “미군 무죄 평결에 분노하고 있던 중, 인터넷에서 촛불추모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어 가족들과 함께 왔다”며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살짜리 딸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던 윤영희(38, 주부)씨는 “딸이 ‘소파’가 뭐냐고 묻기에 설명해주는 중 이었다”며 “부모 입장에서 예쁜 자식을 잃은 심정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영선(16, 고1)양은 “그동안 친구들이 가는 집회 같은 데는 무서워서 못가다가, 오늘은 인터넷 동호회 친구들이 가자고 졸라서 왔는데, 와 보니 느끼는 것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6시 30분경. 이 날 대학로와 종묘에서 ‘2002 전국민중대회’와 ‘범국민시국대회’를 마친 1천여 명이 촛불추모제에 가세하자 참가자들의 함성은 더욱 거세졌다. 2천여 명이 촛불을 머리위로 높이 들며 “미선이, 효순이를 살려내라”, “살인자를 처벌하라” “소파를 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애국가’와 ‘아리랑’을 제창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미국인 학원 강사 제이미 월렌버그(31, 미국 테네시)씨는 “지난 월드컵 때 한국에 있으면서 이런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면서 “이들이 왜 이런 항의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와 도로가 발달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에게 관대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일 경우에는 사정이 정 반대다. 이 재판이 미국식 사법제도에서 공정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촛불시위대는 밤 9시 넘게 까지 미대사관에 항의하러 가겠다며 경찰과 대치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하고 9시 20분 경 해산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이 가져온 촛불과 항의 피켓을 교보빌딩 주변의 화단에 그대로 세워 두고 떠나, 이후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을 숙연케 하였다.

***청년학생총력투쟁대회, 전국민중대회, 비상시국회의 연달아 열려**

이에 앞서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생 1천여 명이 모여 ‘살인미군 한국법정 처벌, 전쟁반대, WTO 교육개방 저지’를 위한 ‘청년학생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50여명의 대학생이 삭발을 하며 “살인미군의 한국법정에서의 처벌과 미국의 전쟁 반대,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WTO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뜨겁게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삭발을 한 성균관대 문과대 학생회장 이동훈(22)군은 삭발 이후에 “월드컵, 학생회 선거 등으로 여중생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며 “앞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에 참여했다”고 결의를 다졌다.

연이어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3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민중연대(공동대표 오종렬, 홍근수 등 13명) 주최 ‘2002전국민중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회에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손호철 대표는 결의문 낭독을 통해 “살인미군 무죄판결 무효, 살인미군 처벌, 소파 전면 개정, 주한미군 철수, 쌀개방 반대, 비정규직 철폐, 빈민탄압 중단!” 등을 포함한 민중 10대 요구를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백기완 선생, 문정현 신부, 민주노총 유덕상 위원장 권한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고 심미선 신효순 양의 아버지 두 분이 참석해 “ 제2, 제3의 효순이 미선이가 안나오도록 여러분이 힘이 돼주십쇼”라고 호소해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오후 5시경 민중대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여중생범대위)가 개최하는 ‘범국민 비상시국대회’를 열기 위해 종묘까지 행진했다.

종묘에서 열린 ‘범국민 비상시국대회’에는 ‘개혁국민정당’의 김원웅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원웅 의원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주한미군이 장애물이라면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자리에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도 함께 왔다”며, “국회에서 소파(SOFA) 개정 결의안 상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모두 23명의 서명을 받았으므로, 국회 차원에서의 소파 개정 운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여중생범대위 매일 저녁 6시 규탄집회 계획**

한편 여중생범대위는 종로에서 매일 저녁 6시 규탄 집회 및 서명 모금운동을 계속할 계획이고, 한상렬 목사(여중생범대위 상임대표)와 여중생범대위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 9명은 미국 현지에서 12월 2일 백악관 앞 집회는 물론, 유엔 본부 앞 집회, 연방의회 의원상대 지역 내 운동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도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시국미사를 봉헌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12월 2~9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살인미군 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 평화 단식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네티즌들도 ‘촛불 추모제’를 비롯해 ‘메신저 추모리본 달기’, ‘백악관에 항의 메일 보내기’ 등을 계속 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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