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입양원의 경우, 입양인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이해하고 지키려는 의지와 실천력은 기관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철학과 열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특히 중앙 입양원 관계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기이한 아동 양육방식과 입양인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럴 만한 소통 능력도, 의지도, 열정도 없다면 중앙 입양원은 외려 방해물이 될 뿐이다.
중앙 입양원의 인사행정 문제 있다
중앙 입양원은 해외 입양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중앙 입양원에서 입양 사후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담당자(팀장)는 영어를 거의 못하고, 그래서 해외 입양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는 부하 직원의 통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부하 직원은 팀장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입양 사후관리 팀장이 입양인을 만났을 때 고충을 알아들어야 하는 것은 그의 직무다. 사실 팀장의 자리는 의전적 통역을 필요로 하는 고위직이 아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해외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 책임자라면 통역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람이라야 마땅하다. 그게 안 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다면, 그것은 중앙 입양원 인사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런 지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떤 이를 비난하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 입양원이 해외 입양인의 가족찾기를 돕고자 하는 진정성 깃든 정책 의지가 있는지에 관한 시금석이자 행정 전문성에 관련된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사실 해당 팀장은 우리 해외 입양인들과 이야기할 때 해외 입양 문제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 해외 입양인들이 팀장에게 스웨덴 입양인들의 자살자 목록을 보여 주었을 때, 그는 통역을 도와주는 직원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거듭 물어보았다. 통역자는 우리 해외입양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우리와 회의 중 몇 번 동안 팀장은, 직원이 그를 위해 통역해주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중앙 입양원에는 불어를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또한 중앙 입양원은 준 정부기관으로서 고유한 권위보다는 해외 입양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와 관련된 개인적 인맥에 너무 의존한다. 앞서 소개한 팀장은 현재 중앙입양원 사후 관리를 총괄하고 있고, 중앙 입양원은 해당 팀장이 온 이후 홀트 아동복지회가 더욱 협조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해당 팀장은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인데, 그는 홀트 아동복지회의 기획팀에서 후원을 담당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가족 찾기를 시도하는 해외 입양인들은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해외 입양인의 존엄성과 시민권적 권리를 옹호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설립된 준 국가기관이 사설 입양 알선기관의 인맥에 의존하고 있는가.
또 다른 문제는 중앙 입양원에 (입양인들이 직접 참여할 만한) 이사회 등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입양인들은 중앙 입양원을 내부에서 돕기 위해 해외 입양인 한 사람을 추천했지만 중앙 입양원에는 이 사람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었다. 해외 입양인들에게 입양 문제는 자신들의 삶 문제다. 따라서 누구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해외 입양인들은 입양인 사회와 중앙 입양원의 긴밀한 의사 소통이 가능토록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앙 입양원은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앙입양원은 해외 입양인들을 그저 '타자'로 대한다. 이 기관을 위한 인재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찾아야 할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중앙 입양원에는 해외 입양원을 위한 제대로 된 운용 설명서도 없다. 어떤 해외 입양인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그래서 중앙 입양원은 다른 입양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해외입양인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그 말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중앙 입양원과 해외 입양인들 사이에 정기적인 회의마저 없다.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중앙 입양원을 개선시킬 수 있는 건의를 하기 위해 중앙 입양원 직원들과 자주 만나서 간담회를 하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하지만 중앙 입양원은 우리 해외 입양인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외국인 이민 여성을 돕는 기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그 이민 여성들과 정기적 모임을 하지 않으면서 그 여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겠는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만 하면 다 된다?
그 외에도, 한국의 입양 제도와 관련한 전반적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전히 지금도 해외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추방되는 문제를 조직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길이 없다. 한국의 외교부나 법무부는 미국 가정으로 입양 보내져서 그 땅에서 반생을 살아온 한국계 입양인들이 한국으로 추방되는 반(反)인권적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정부 관계 당국과 협의해야 하고 주미 한국 대사관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침을 내려야 한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 협약을 비준하고 나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있지만, 지난 60년 동안 이미 입양을 가서 살고 있는 입양인들이 추방될 위험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가정법원이 친모의 입양 동의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가정 법원은 입양에 관한 법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모든 친모들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입양 기관들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면서 금전적 이득을 취득해왔고, 친모의 아동 포기 과정에 직접 관여해왔기 때문에,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이러한 입양 기관들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입양 과정에 가정 법원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입양이 가정 법원의 허가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입양특례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불필요하고 비극적인 가족 이별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가정 법원의 관여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입양 특례법은 의미가 없다. 종종 친모들은 자기 아동들과 이별 후 몇 달이 지나면 아동을 그리워하고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하며 우울증으로 고생한다. 가정 법원은 친모의 후회 없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아동이 입양 판결 과정에 진입하기 전에 원가족 복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원가족 복귀 가능성을 숙고하지 않고 가정 법원이 입양 판결을 내린다면, 크게 봐서 가정 법원에 의한 입양 허가제 역시 사설 입양 기관들의 과거 관행을 넘지 못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나 중앙 입양원의 입양 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 부족 또한 문제다. 알코올 중독 이력이 있는 미국인들이 한국 아동을 입양하려고 신청한 적이 있고 지금 이 신청 건은 한국 법원의 허가를 받고자 계류되어 있다. 한국 법원은 그 미국인들에게 최소한 5년 전 시점에서 알코올 중독이 치료되었다는 의료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해외로부터의 아동 입양을 신청할 수 있었으며 한국 법원에까지 이런 신청이 도착할 수 있었는가? 미국과 한국의 입양 기관들은 이런 사람에 대한 검증 없이 한국 아동 입양을 신청하게 허락했고 여기까지 이르게 했다. 왜?
어떤 미국 입양 후보 부부는 비행기 고소 공포증으로, 다른 한 입양 후보 엄마는 임신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와서 법정의 입양 판결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입양 아동의 미국 시민권 취득이 보장되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실상 떼를 쓰고 있다. 비행기 고소공포증이 있는 부부에게는, 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동의 입양을 허락하는가. 한국으로 와서 가정 법원에 출석할 수도 없고, 세월이 흐른 후 아동의 성장을 위해 입양 자녀와 함께 한국 여행을 할 수도 없는데, 그들에게 아동 입양의 기회를 주는 것이 도대체 맞는 일인가. 임신한 엄마의 경우엔, 어떻게 입양 기관들은 임신한 여성이 입양아를 적절하게 보살 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임신과 출산과 수유는 한 여성의 주의력을 100% 요구하는 일인데, 거기다가 문화와 언어와 인종이 다른 아이를 추가적으로 돌보는 일에 대해서 상식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중앙 입양원이 이런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했다면, 한국 법원에서까지 이런 문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해외 입양인들이 이끌어낸 입양 특례법 개정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만약 한국 정부, 중앙 입양원, 그리고 입양 기관들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지난 5월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헤이그에 가서 서명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국회가 비준하는 것이 허락되어선 안 된다. 만약 이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 한국 국내법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채 비준된다면, 한국 아동을 수입하는 국가들에는 무의미할 뿐이다. 나아가 한국 아동 수입국들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한국 정부가 비준한 것을 놓고 마치 자신들이 깨끗한 해외 입양을 하는 것처럼 자기 양심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윤리적 입양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최선을 다하여, 한국의 입양 제도를 투명하게 개선시키고 친모와 입양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시하고자 싸웠다.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입양 특례법을 개정하여 해외 입양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이 윤리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이것은 곧 입양 제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해외 입양인들의 노력과 공헌에도, 우리들은 한국 입양홍보회와 해외 입양기관들로부터 "입양을 반대한다"는 비난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런 비난이 나오는 이유는 한국 입양 홍보회와 해외 입양 기관들이 윤리적 입양과 비윤리적 입양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만 한다면 나는 입양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 입양 제도는 미혼모 자녀를 그 희생양으로 한다. 한국 입양인들의 90%가 미혼모 자녀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현재 입양 기관들은 돈을 주는 외국인들에게는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임산부이거나 무관하게 아동을 입양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있다. 그리고 성인 입양인들에게 입양 후 서비스가 극도로 부족한 한국의 현 상황은 기본적으로 입양이 여전히 입양인들을 위해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입양 부모와 입양 사업가를 위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번역 함석헌 연구가 김성수 박사/ 4회 연재 원고 중 4회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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