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일보 사태, 머슴들이 회장을 갈아엎으려고 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일보 사태, 머슴들이 회장을 갈아엎으려고 한다"

[이철희의 이쑤시개]<28> 정상원 한국일보 비대위원장

● 회장 장재구 ● 발행·인쇄 박진열 ● 편집인 이진희 ● 주필 강병태 ● 편집국장직대 하종오 ● 창간 1954년 6월 9일 ● 1960년 7월 1일 등록번호 가-12호 ●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한국일보> 2면 오른쪽 하단에 실린 등록 정보이다. 이중 '장재구'라는 이름과 '편집국장직대'라는 직함, 그리고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라는 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장재구 회장과 10여 명의 기자들은 지난 6월 15일 편집국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뒤, <'짝퉁' 한국일보>를 발행하고 있다. '짝퉁' 편집은 편집국의 임명동의안 절차를 밟지 않은 '편집국장직대'가 맡고 있다. 그럼에도 '본지(짝퉁)은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지난 24일 정상원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장,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일보 사태'를 짚었다. 190 대 1의 싸움, 족벌 사주 언론에 맞선 싸움, 언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 보자. (☞ 팟캐스트 바로 듣기)

▲ 정상원 비대위원장(왼쪽 회색 상의)은 "장재구 회장이 돈이 있다면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한국일보>를 꾸려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 대부분은 개인 사주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일보 사태'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일보 비대위 제공

'알량한 권력' 장재구, 법원도 무시…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는 최근 법원의 편집국 폐쇄 해제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재구 회장의 무법(無法) 행위로 인해 또 다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편집국 폐쇄 25일 만에 비대위 소속 기자들이 편집국에 돌아왔지만, <한국일보>는 아직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기사 제작 시스템에 접속할 수만 있을뿐, 출입처를 드나들며 취재를 해도 기사는 발행되지 않는다. 편집국 폐쇄 기간 동안 '짝퉁' 신문을 발행하던 10여 명의 기자들이 여전히 '데스킹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이쑤시개>에 출연해 "법원의 취지는 편집국 폐쇄를 풀고 신문을 만들 수 있게 하라는 것인데, 사측은 모든 과정이 아니라 딱 하나 '아이디(제작 시스템 접근 권한)'만 풀었다"며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가는데 이것을 넘어서 무슨 결정을 받아와야 장재구 회장이 말을 들을까"라며 허탈해했다. (☞ 관련 기사 : "200억 배임 사주, 왜곡된 지면…견딜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8일 한국일보 기자 151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취로방해 금지 및 직장폐쇄 해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문기자인 신청인들의 주요 업무가 취재와 기사 작성인데, 회사가 편집국 출입을 막고 기사 작성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는 근로제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며 "이는 선제적·공격적인 것으로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사측이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경우 하루 3000만 원(신청인 1인당 하루 20만 원씩)의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검찰은 2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장재구 회장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구속 기소냐, 불구속 기소냐'를 놓고 판단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장 회장에 대한 검찰의 '좌고우면'은 특혜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관련해 "그래도 언론사 사주 아니냐"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언론사 사주라는 것이) 알량한 권력일 텐데, '알량한 권력에도 검찰이나 정권에서 여러 가지 고려와 배려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부 문제 얘기하지 못하는 언론, 신뢰 못 한다"

언론 학자조차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사주의 비리를 폭로하고 고발했다는 이유로 편집국을 폐쇄한 것은 기자의 취재 및 편집의 자유을 침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쑤시개>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장재구 회장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며 "언론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 사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주 입장에서 개인 돈으로 신문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언론사가 갖고 있는 사회적 책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재구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론사 탄압'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최진봉 교수는 "정치권력이 아닌 노조가 잘못된 사주의 관행을 조사·의뢰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언론사 탄압'으로 몰고 가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개인 비리 혐의를 조사하는 것까지 언론 탄압으로 본다면 언론사 사주는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언론의 신뢰성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언론사 기자들은 양심의 자유나 기자 정신에 의해 권력 기관을 감시해야 하지만, 내부 구성원에 대한 감시도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내부적 문제를 전혀 얘기하지 못하는 언론이라면, 그런 언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 사태'의 근본적 해결 방법에 대해 최 교수는 편집의 독립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사 간에 이뤄지는 편집 규약이 강제적인 조문으로 명시되어야 하며, 지키지 않았을 때 사주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역할은 '비판'… 언론관, 많이 삐뚤어져 있어"

이철희 : <한국일보>는 흔히 진보 언론으로 분류하지 않는데, 새누리당에서 굳이 색깔을 갖고(성향을 예단하고) 볼 일도 없지 않나.

정상원 : 사태 초기에 청와대나 새누리당, 국정원 쪽에서 장재구 회장에서 흘렸다며 '특정 지역의 기자들이, 머슴들이 회장을 갈아엎으려고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심지어 '세컨드(second) H, 제2의 한겨레'를 지향한다는 헛소문도 있었다.

이철희 : '제2의 한겨레'라고 하면, 독립 언론을 말하는 것인가.

정상원 : 그러나 (<한국일보>의) 비판적 중도라는 것은 '진보도 틀렸으면 틀렸다고 하고, 보수도 틀렸으면 틀렸다고 하는 것'이다.

이철희 : 그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정상원 : 양쪽 다 틀렸다고 하다 보니까 밋밋하게 보일 때도 있다. 확실한 지지층이 없다 보니 고전을 해왔던 것이다. 이쪽도 틀리면 틀렸다고 말해주고, 저쪽도 맞으면 맞았다고 얘기하는 거지, 어떤 프레임 안에서 무조건 맞춰가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철희 : 제가 요즘 그런 노선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데, 미래가 밝지 않겠다.(웃음)

정상원 : 그런데 이번에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 편집국이 폐쇄된 6월 15일 이후, 야당 의원들만 오면 '야당만 편을 드는구나'라고 했을 텐데, 여당 의원들도 사태를 공감하며 '언론자유의 문제이자, 기업주의 부패·비리의 문제'라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한국일보>가 갖는 독특한 위치(비판적 중도)에 대해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인·정치인·시민사회뿐 아니라, 대한 변협과 민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도 지지성명을 냈다.

이철희 소장처럼 양쪽을 다 비판하는 세력이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한국일보>이고, 그게 '이철희'라고 생각한다.

이철희 : 정상원 비대위원장에게 위로를 받으니까 위로가 아닌 것 같다.

전략적 유불리를 떠나서 언론의 원래 기능은 '비판'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그런 것이다. 물론 미담 기사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언론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회가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왜 비판만 하느냐' 내지는 '여당이 되고 나서 언론이 자꾸 공격만 한다'라고 보는 관점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언론은 진보든, 보수든 어떤 성향의 언론이든 '비판' 기능을 잃어버리면 언론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 언론관 자체가 많이 삐뚤어져 있다.

장재구 회장은 여러모로 잘못된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업무상 배임뿐 아니라, 언론자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한국일보>의 역사가 있는데, 그 역사를 지켜온 기자를 그렇게 대하는 것도 그렇고…. 또 지역주의 프레임으로 엮어서 본인의 사익을 취하려는 것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시절에 쓴 표현을 빌리면 '참 나쁜 사주다'.

▲ 지난 24일 <이쑤시개> 녹음실을 직접 찾은 정상원 비대위원장(왼쪽)과 이철희 소장(오른쪽). 이날 녹음을 함께 한 최진봉 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직접 출연하지 못했다.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한국일보 사태, 머슴들이 회장을 갈아엎으려고 한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