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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할머니 5백회 집회, 경찰제지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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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할머니 5백회 집회, 경찰제지 물의

"언제까지 일본 눈치를 볼 것인가"

13일 5백회를 맞이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경찰의 저지로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22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지은희)는 1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500회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으나 경찰은 "현행 집시법 상 국내 주재 외국 대사관 근방 100m 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학생들의 참가를 막았다.

***"언제까지 일본 눈치를 볼 것인가"**

정신대 할머니들을 격려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조직인 '할머니 지킴이'는 발대식 등 할머니들과 행사를 함께 가지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정신대 할머니 등 관계자 30여명이 5백회 수요시위를, 한총련 소속 대학생 60여명은 1백여m 떨어진 경찰 저지선 앞에서 별도의 집회를 가졌다.

정대협 지은희 상임대표는 "수요시위는 지난 92년부터 11년째 계속돼 온 행사로 일본 대사관과 경찰 측의 양해로 대사관 앞 집회를 계속해왔다"며 "5백회 집회도 한달 전에 미리 집회 신고를 했는데 일본 대사관 측의 요구로 경찰이 사전에 봉쇄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지난 92년 2월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수요시위에 참석해온 김순덕 할머니(82)는 "언제까지 우리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볼 것인가"며 "비통할 뿐이다"라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10여년째 일본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요구**

수요시위는 지난 92년 1월 8일 당시 미야자와(宮澤喜一) 일본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정대협 회원 30여명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희생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 6개항을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수요시위는 국내최장 집회 기록을 세웠지만 요구사항은 11년전이나 별반 변한 게 없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에 ▲ 진상을 규명할 것 ▲ 전쟁범죄를 인정할 것 ▲ 공식 사죄할 것 ▲ 전범자를 처벌할 것 ▲ 위령탑과 사료관을 건립할 것 ▲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 ▲ 역사 교과서에 기록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정옥 정대협 명예대표는 "5백회는 일본 정부에게 수치스런 숫자임은 물론 우리 정부의 무력함도 함께 나타내는 숫자"라며 "일본 정부는 아시아 여성기금과 같은 어용 단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반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 국제법정,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수요시위의 힘은 지난 10년간 정대협이 이뤄낸 성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92년 8월 제 44차 유엔인권위 소위원회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국제연대 활동으로 98년 유엔인권소위 특별보고관인 게이 맥두걸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 채택했다.
지난 2001년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는 일왕 히로히토의 유죄를 인정하고, 일본정부가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정신대 문제가 여성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 피해를 본 한민족 전체의 문제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감대는 정신대에 대한 국사교과서의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윤옥 공동대표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당당해진 것도 수요시위의 중요한 성과"라며"할머니들은 처음에는 시위 참여도 망설였는데 이제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자신들이 아니라 일본 정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대협 초기 회원으로 활동했던 이미경 민주당 국회의원도 이날 시위에 참가해 "정신대 할머니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교훈의 장이고 인권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수요시위에 참가한 연인원은 약 2만5천명. 여기에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에서부터 독립군으로 활약했던 80대의 할아버지, 일본인,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 회원들까지 망라돼있다.

지난 10여년간 63명의 정신대 할머니들이 고령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이제 1백42명이 남았다. 김순덕 할머니는 집회를 끝내고 "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라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들이 살아 있을 때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일본의 만행은 후세들의 기억 속에서 영영 사라질 거예요. 정신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수요시위는 계속 될 겁니다."

일본정부의 외면에도 이들이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기금'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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