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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5년, 강고한 '북한 혐오' 의식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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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5년, 강고한 '북한 혐오' 의식 만들어"

[이철희의 이쑤시개]<27> 남북관계 전문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남북 간 실무회담이 네 차례나 진행됐지만,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북측은 남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꼬집으며 오는 22일로 예정된 5차 회담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남측은 '재발방지 약속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성 공단이 발전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원칙론이 깔려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4차 실무회담이 있던 지난 17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을 비판했다. "원칙과 신념이라는 것은 고집과 오기 사이에서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난다"는 것.

실제로 이날 실무회담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는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될 것은 되고 해야 하는데…"라며 답보 상태인 개성공단 사태를 안타까워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론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이쑤시개>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진행으로, 프레시안 협동조합 박인규 이사장이 함께했다. 박인규 이사장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 국제 이슈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박근혜 '원칙론', 오기인가 신념인가

현재 남측은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을 전제로 발전적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개성공단의 설비점검 및 정비를 조속히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근식 교수는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들이고 남측은 공단의 즉각적 재가동을 받아들이면 된다"며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쐐기를 박자고 주장하면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게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을 주문하며 "남측이 양보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원칙과 오기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 보다 큰 기조와 내용(한반도 평화·남북 화해·남북 관계 개선)을 원칙으로 삼고, 오히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실상 신뢰를 더욱더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하면 다행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대해서 '북측 너희 잘못을 빨리 인정해라'라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면, '개성공단 활성화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보다 큰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결과적으로 MB와 비슷하게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내세워 남북관계의 진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의 책임을 물어 임기 내내 대북 강경론을 고수한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접근법이다.

그러나 김근식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 개성공단이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게 된다면, 6.25 한국전쟁 이후 남북관계 성과라는 것은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4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던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11일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던) 정신으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재발방지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단을 살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정말 민족 화해의 상징적 모델이고 남북 경제협력의 옥동자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하면 (양보)해줘야 한다."

▲ 사진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위협 등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유행한 패러디 '박근혜-김정은 카카오톡 대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1일 새누리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국방위원회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며 일촉즉발의 남북 관계를 돌파한 바 있다.


MB 5년, 혐북(嫌北) 의식 키워…

김근식 :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다. 책임은 서로에게 있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더 많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말 안 듣는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놈이 정말 말 안 듣고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속 강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말 안 듣는 자식을 어떻게 하면 말 잘 듣는 좋은 자식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철희 : 그런 비유도 가능하지만,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을) 좀 다스릴 필요도 있는 것 아닌가.

김근식 : 한국사회 대북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혐북(嫌北), 염북(厭北) 수준이다. 반북(反北)보다 세고 고질적이다. 냉전 시대 반북이라는 것은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북한 괴뢰군!'이라며 교육받아 주입된 것이다. 북한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나쁜 놈'이라고 배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강고한 혐북, 염북 의식은 화해 협력을 지나 탈냉전 이후 남북관계가 진행되는 것을 겪어본 다음에 고착화된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깨기 힘든 것이다. 말로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냥 싫은 것이다. 북한이 개과천선을 하거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철희 : 단도직입적으로, 혐북 의식이 더 확산된 것이면 '햇볕정책'은 실패한 것 아닌가.

김근식 : 정책의 결과로는 실패한 것이다. 옳은 정책이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정책이 옳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게 아니다.

이철희 : 운용을 잘못한 것인가.

김근식 : 그렇다. 옳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 아니고 비열한 사람이 승리하곤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이 완전히 파탄 났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 5년 동안 국민들에게 강고한 혐북 의식을 만들어 놨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박인규 이사장 - 김근식 교수 -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MB 5년, 강고한 '북한 혐오' 의식 만들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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