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현 부총리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사람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입니다. 그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현 경제팀에 대해 "난제를 해결할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하게 질타했는데요. 그는 "대기업들의 투자 마인드 개선 고취에 모든 초점이 모여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오히려 경제 민주화, 지하경제 양성화, 전반적인 세무 조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그는 "귀족 노조들의 파업 위협, 느려 빠진 규제 완화 속도 등"이 대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2.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몽준 의원도 현 정부 경제팀을 압박하고 있지요?
⇨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해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함에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정몽준 의원도 지난 17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이 경제 위기라는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고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 방어벽을 허물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정 의원 발언은 김무성 의원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3. 학계에서는 현 부총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습니까?
⇨ <연합뉴스>(7월 18일)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현 부총리에 대해 "정책 조율이라는 부분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진보 성향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최근 갑자기 부정적인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과 관련, "그럴 만한 이유를 못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총리를 바꿔서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면 모를까, 현실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4. 현 부총리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쨌든 그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 그것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정부 공무원들까지 현 부총리가 다른 부처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유종일 교수도 위기 상황에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또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밝히면서 부처 간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5. 어쨌든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에 '돌직구'를 날렸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요. 김 의원이 선호하는 경제부총리상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 가깝지 않나요?
⇨ 김무성 의원이 현 정부 경제팀을 비판하면서 내세운 주장들을 보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들입니다. 17일의 김 의원 발언 모두 경제 민주화와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갔던 강만수 전 장관의 소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들이었는데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나흘째인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괘법동 서부터미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총괄본부장. ⓒ연합뉴스 |
6. 김무성 의원의 주장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그는 경제 민주화가 대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근거 있는 주장입니까?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일 뿐, 근거 있는 주장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과거에 전경련은 줄기차게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재벌 계열사가 순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가 투자를 억제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전경련이 발표한 대기업 투자 통계를 보면 출총제가 투자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출총제가 부활한 2001년 이후 전경련 통계를 보면 2003년과 2004년 600대 기업의 투자는 연평균 12~19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2004년 말 출총제가 완화되자 이들 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낮아졌습니다. 2005년에는 13%로 낮아졌고, 2006년에는 10%, 2007년에는 3%로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대기업 규제가 이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7. 김 의원은 또 지하경제 양성화가 대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 우려했는데요. 이런 주장은 근거가 있나요?
⇨ 지하경제가 크고 국가 투명도가 낮아서 투자가 잘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하경제가 크면 조세 정의가 바로 설 수 없고,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또 지하경제가 크면 증세를 할 명분이 사라지고, 증세 명분이 사라지면 복지도 확대할 수 없습니다. 또 지하경제가 크면 사회 불신이 커지고, 사회 불신이 커지면 사회적 대타협도 이룰 수 없습니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은 한국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아서 1년에 국내총생산(GDP)의 1퍼센트(지난해 기준 약 12.7조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제가 그 주범을 추적해 본 결과 지하경제와 교통사고의 비중이 컸고, 각종 범죄와 노사 분규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최근 여야는 석연찮은 이유로 지하경제 축소 방안의 핵심인 금융정보분석원법(FIU법) 내용을 후퇴시켰는데요. 이런 후퇴로 인해 앞으로 증세와 비과세·감면 축소, 그리고 복지 확대를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8. 김 의원은 "귀족 노조들의 파업 위협"이 우리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전경련의 억지를 반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최근 한국 전체 취업자 수는 2500만 명 정도입니다. 1인당 노동일수를 260일이라 가정하면, 전체 취업자의 1년 총노동일수는 65억 일입니다. 한편, 2000년대 중반 노사 분규로 인한 전체 노동 손실 일수는 120만 일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총노동일수 대비 노동 손실 일수 비율은 얼마일까요? 0.0185퍼센트입니다. 이것은 노사 분규가 최근 경제성장률 2~4%포인트 중 0.0185%포인트만큼 성장 방해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큰 수치가 아닙니다. 선진국 평균 수준입니다.
9. 재벌들은 일부 노조의 격렬한 분규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의 부패 수준, 최악의 복지 수준, 최악의 근로 시간, 최악의 산업재해, 이런 지표들이 국가 이미지에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
10. 최근 홍콩에 본부를 둔 정치경제리스크컨설팅 회사인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는 한국 기업인들의 부패가 아시아 최악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지요?
⇨ 최근 PERC가 태평양 연안 17개국에서 현지 주재원, 현지 법인장 등을 맡으며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한국 기업인들의 부패지수는 조사대상 17개국 중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나빴습니다. 기업의 뇌물 관행 등이 중국, 필리핀보다도 더 만연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또 부패에 단호한 처벌에 있어서도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나빴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하고 유전무죄·무전유죄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는 겁니다.
11. 김무성 의원은 "느려 빠진 규제 완화 속도"가 대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 김무성 의원은 이른바 YS맨(김영삼 전 대통령이 키운 사람들)으로 불리는 사람인데요. YS맨답게 '규제 완화'에 대한 신념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과거 YS맨들의 규제 완화에 대한 맹신이 1997년 외환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외환위기 주범으로 당시 재정경제원(지금의 기획재정부) 관료들만을 지목하는데요. 이들의 책임도 매우 크지만,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1990년대 당시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 그리고 경제관료들 중 99%는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레이건교도 신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YS맨들이 있었습니다. (편집자-로날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0년대 초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폈다. 이는 레이거노믹스라고도 불린다.)
12.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사회과학 교과서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규제 완화가 절대 선은 아니다. 강화할 규제는 강화하고 완화할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이것이 대다수 사회과학 교과서들이 보이는 규제에 대한 태도입니다. 따라서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한국 재벌들처럼 '규제 완화가 곧 규제 개혁'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13. 김 의원은 또 세무 조사 확대가 대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 대표적인 지하경제 연구자인 오스트리아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4.7퍼센트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와 조세부담율이 유사한 미국은 9.1퍼센트, 일본은 11.0퍼센트에 그치고 있습니다. 세 나라의 세무 조사 비율은 어떨까요? 전체 사업자 대비 법인 세무 조사 비율은 1퍼센트 수준으로 미국,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세무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명분이 있는 반면, 세무 조사 확대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14. 정치인들만큼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속내가 다른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일부 중진 의원들도 예외가 아닐 텐데요. 이들이 갑자기 현오석 경제팀을 흔드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정부 경제팀 '군기 잡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들의 군기 잡기는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124조 원 규모의 지역 공약 이행 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언론에서는 이 이행 계획에 포함된 대다수 공약들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을 했고, 또 재원 조달 방안도 전무하다는 비판을 했습니다. 결국, 많은 지방 공약들이 폐기되거나 뒤로 미루어질 운명에 처했는데요. 이런 상황이 선거를 앞둔 새누리당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위기로 여겨졌을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엉뚱하게 대기업 투자 방해론을 거론하며 경제부총리 교체를 유도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선거를 겨냥하여 희망하는 경제부총리는 아마도 강만수 전 장관과 같은 '무데뽀'형 장관일 겁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하고 협력을 중시하는 경제부총리보다는 '무데뽀'로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지방 공약들을 실천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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