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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넥타이부대’, 경선판도 바꿀까

87년 6월항쟁 주역들, ‘국민경선’ 참여 운동

“2002년 넥타이 부대, 87년 6월 항쟁 그 열정으로 정치개혁의 물결을 만들자.”

민주당이 대선후보 선출에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대협 동우회’(회장 정명수)와 30여개 대학 ‘민주동문회’ 등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던 6월 항쟁 당시 대학생들이 ‘국민경선’ 참여운동을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개혁성향을 가진 20-30대 유권자들의 조직적인 경선참여가 실제 민주당 경선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특정후보의 선거운동과 연계되어 예상외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정치개혁과 정당민주주의를 위한 국민경선 청년운동본부’를 발족, 홈페이지(www.2002president.org)를 통해 여야 어느 당이든 국민경선을 실시하는 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회원들을 모집하고 나섰다.

복기왕 운동본부 간사(전대협 서울동우회장)는 “지난 87년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의 물꼬를 텄던 청년세대가 이번에는 국민경선에 참여, 다시 한번 정치개혁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기 위해 모임을 발족했다”며 “홈페이지나 캠페인을 통해 모집한 경선 참여 희망자들을 정당의 일반국민 선거인단 공모 때 일괄 접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 간사는 “이번 국민경선제에 전체 유권자의 55%에 달하는 20-30대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질적 민주주의로 도약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전대협동우회’ 등에서 100명 이상이 국민경선 참여운동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오는 19일 오후 1시 명동성당에서 청년층의 국민경선 참여를 촉구하는 1차 캠페인을 벌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참가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이달말 정당 내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모의 선호투표를 실시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경선 판도에 영향 미칠까**

이러한 운동이 대선 후보 경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복기왕 간사는 “단순한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일반국민 선거인단 3만5천명은 16개 시.도에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되며, 해당지역의 성별.연령별 분포대로 구성된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하게 될 20-30대 일반국민 선거인단의 수는 절반인 1만 8천여명에 이른다.

복 간사는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정당도 20-3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나 조직화된 30대들이 운동에 대거 참가한다면 1만 8천명 중 절반 정도는 차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손혁재 참여연대 협동처장도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20-30대가 자발적으로 경선 참여 운동을 벌인다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별한 관심이나 지지후보가 없던 유권자들이 이러한 운동을 통해 당원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선에 새롭게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짜여진 판세를 뒤집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유시민씨(시사평론가, 전 MBC <100분 토론> 사회자)는 “온라인상의 운동이 실제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역사적 경험이나 사실적 근거가 없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운동이 오프라인의 대규모 운동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그러나 온라인은 정보 유통이나 의사소통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예상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결과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정후보의 유.불리와 상관없다"**

또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특정 후보와의 연계 가능성이다.

이들이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등 개혁적인 후보와 연계한다면 상대적으로 이인제 고문에게는 불리하다. 특히 노무현 고문 측은 경선전략 중 하나로 "전대협, 한총련 등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들의 지지모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본지 1월 10일자 "개혁연대로 이인제 꺽는다" 기사 참조).

노 고문은 또 17일 저녁 동숭동 대학로의 한 인터넷 카페를 방문해 젊은 네티즌들, 특히 87년 6월항쟁 당시 학생들과 넥타이 부대들에게 '다시 한번 정치개혁을 이루자'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운동본부 복기왕 간사와 노무현 캠프의 김만수 언론 특보는 이런 '연계 의혹'에 대해서 부인했다.

복 간사는 "국민경선 참여운동은 특정후보의 유.불리와는 아무 상관없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만수 언론특보는 "본선이 아닌 당내 경선에서 전대협동우회 등 단체 차원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몇몇 전직 학생회장 등 개인적인 지지모임을 만들 계획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연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이 운동이 활성화될 경우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후보에 대한 평가가 교환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후보 지지운동 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여타 시민단체 동조 없어**

한편 다른 시민단체들은 ‘경선참여’ 운동을 자체적으로 벌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김두수 시민감시국장은 “대선 후보 경선에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경선과정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아직까지 민주당만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특정당 행사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경선자금 등 경선과정에 대한 감시활동, 각 후보의 정보 공개 활동, 후보들의 정책 평가 등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처럼 전대협동우회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경선 참여운동'은 현상태로서는 그 잠재력을 전망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민경선제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경선판도가 짜일는지 미지수다. 대학 시절의 민주화운동 경험을 공유하는 특정 연령대의 집단적 참여 시도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경선결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특정 후보와의 연계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여타 시민단체 혹은 사이버공간을 통한 다양한 선거참여 운동으로 확산될 것인지 등등 이들의 실험에 여러가지 관심이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경선참여운동'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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