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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미국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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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미국의 민주주의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인권 침해 급증

9.11 사태 이후 부시정부는 아프간 국민들은 물론, 자국 시민들의 인권마저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구금됐다. 9.11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판단의 합리적 근거와 상관없이 군법재판에 회부됐다. 언론은 검열되고 경찰과 FBI, 기타 보안당국의 권한은 막강해졌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미명하에 미국 정부는 각종 방법으로 미국 군사주의와 대외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제4차 인터내셔널 국제위원회(ICFI)가 수집한 다음의 인권 침해사례는 그토록 자랑하던 미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종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구금자 면회를 거부당한 휴먼 라이츠 워치**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있는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테러범 수사와 관련해 억류중인 사람들의 면회를 신청했으나 교도소 및 보안 당국의 불허로 좌절됐다.

지난 10월 23일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파키스탄인 모하메드 부트는 원인모를 심장장애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 휴먼 라이츠 워치는 연방교도소와 미국이민국(INS)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자신의 정보를 공개해도 된다는 부트의 확실한 동의 서한을 제출하지 않으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고등연구원 앨리슨 콜린스는 “정부는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아무리 험난한 상황에서도 단순한 신뢰 이상이 요구되는 것이다”라며 “구금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암흑 속에 감추어 둔다고 해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또 테러범 조사 관계로 사람들을 억류중인 4곳의 교도소와 구치소 방문을 요구했지만 3곳이 접견을 거부했으며 나머지 1곳의 응답을 기다리는 상태다.

미국이민국의 뉴어크 지부 책임자는 구금자들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어 면회가 불가능하다며 방문을 거절했다. 맨하탄과 브룩클린의 교도소 관리자들도 지난 6일 9.11 이후의 상황을 이유로 방문 거부 서한을 전했다. 뉴저지 교도소 방문 요청은 아직 검토중이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전세계 교도소와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를 수행해왔다. 이번 감호시설 방문은 수감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와 인권 침해 보고가 입수됐기 때문이며 수감자와 변호인들도 이를 강하게 우려했다.

***뉴저지 구치소에 억류된 무슬림들**

뉴저지 구치소에 수감된 10여 명의 무슬림들은 9.11 사태 직후 주 정부의 연장 구금에 항의하는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들은 미국이민국이 처우 개선을 약속한 후에야 단식 농성을 풀었다. 당국에서는 특정한 확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음식 등 구금자들의 불평에 귀를 기울였다.

구금자들은 출입국관리법으로 구금돼 있었으며 FBI는 그들을 기소한 이후 대부분은 테러범 수사와 관련해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구금자들은 무슬림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던 11월 중순부터 항의를 시작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재판에서 석방을 허락 받았고 자진출국 의사를 명시했음에도 주 정부가 계속 억류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9.11 이후 전국적으로 1천1백82명이 체포되거나 구금당했으며, 3백50명에서 4백명 가량이 석방됐다. 5백48명이 출입국법 위반 혐의로 미국이민국 구치소에 구금됐다. 55명은 사기, 위폐 등의 혐의로 억류됐다. 그들의 거의 대부분은 중동국가 출신이었다.

***출입국법 위반 혐의를 받은 파키스탄 청년**

오클라호마의 파키스탄 대학생연합 의장 모하메드 야신 하이더는 지난 9월 16일 그가 일하던 편의점 주차장에서 3명의 남자에게 인종비하와 폭행을 당한 후 출입국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경찰과 대학 당국에 이 사건이 전해진 몇 시간 후 FBI는 하이더의 진술서 복사본을 요구했다.

미국이민국과 FBI는 하이더의 죄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수감된 이유는 9.11 테러의 용의자로 수감중인 후세인 아타스와 무카람 알리의 이웃이기 때문이었다. 조사 당국은 아타스와 알리가 비행기 납치 책임자인 크리아스 모사오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원했다. 아타스는 모사오이와 한때 동거했었기 때문이다.

***반전 티셔츠 착복을 금지 당한 여고생**

11월 초 버지니아 법정은 학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15살 여고생 시에라가 미국의 아프간 전쟁에 반대하는 티셔츠를 입는 것을 금지했다. 시에라는 또 학교로부터 3일간 정학처분 당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확보한 진술서에 따르면 시에라의 표현의 자유는 거부됐다. 제임스 스터키 판사는 표현의 자유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다. 그러나 그 권리는 교육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에라는 “나는 전쟁을 원하는 것도, 아프간을 편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그들에게 하는 짓은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짓만큼이나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중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변호사 로저 포먼은 “시에라는 자기 의견을 표현한 죄로 처벌됐다”고 주장했다.

***반역법으로 구금된 사진기자**

경찰은 11월 28일 버몬트 남부의 핵발전소 사진을 촬영한 제이슨 헨스키 기자를 구금했다. 그는 단지 발전소의 안전을 다룬 기사에 필요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지방 검사 댄 데이비스는 “국가가 전쟁을 수행할 때 핵발전소 사진을 찍은 것은 최고 10년형에 해당하는 중죄”라고 말했다. 그는 버몬트의 법령을 인용,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법적 허가 없이 지도, 그림 등을 제작하거나, 군대, 공항, 병기고, 교량, 도로, 수로, 조선소, 전화와 전신시설, 철도, 공공재를 촬영하는 행위는 최고 1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언론검열**

칸다하르 지역에 있는 미국 해병은 12월 6일 보도기자 및 사진기자들을 체포하고 미국의 오폭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미군에 관한 기사가 방송되는 것을 막았다. 3명의 미 특수부대 요원이 이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희생자들이 옮겨졌을 때 여러 명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창고에 구금됐으며 상해자, 의사, 구조대원들에 대한 접촉이나 사진촬영도 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즈의 질 아브람슨은 “이는 기자들에 대한 보도통제의 과도한 남용이다. 기자가 상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안상의 어떤 위법 사항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병사들의 사진이 미국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을 방지한 사례다.

***근거없는 가택수사**

11월 중순 30여명의 FBI 특수기동대원들은 탄저균 테러 조사의 일환으로 펜실베니아주 체스터시의 파키스탄 출신 공무원 집을 급습했다. FBI 요원들은 집을 발칵 뒤집어 놓았으나 탄저균 배양에 사용된 아무런 장비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샤드 샤이크, 마수드 샤이크 형제는 요원들이 집을 뒤지는 동안에도 그들이 무얼 찾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FBI는 또 체스터시의 회계관 아시프 카지의 집을 수색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2명의 요원은 FBI가 입수한 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가택수사를 한다고 밝혔지만 수색영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상 세 사람의 직장 동료들은 “그들은 평소 불만도 없었고 나쁜일에 가담할만한 어떤 이유도 없었다”며 “성실한 직원이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했다”고 진술했다.

***전쟁을 비판한 죄로 해고당한 사회주의 노동자당 후보**

10월 22일 플로리다 남부에 위치한 기업인 굿윌사는 마이애미 시장에 입후보한 사회주의 노동자당 후보 마이클 이탈리에를 해고시켰다.

데니스 파스트라나 이사장은 “그의 정치적 신념이 미국의 사적 소유를 전복시키려는 공산주의적 성향이 있다”며 “성별,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누구를 해고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견해로 해고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굿윌사는 군복과 전사한 군인들의 관을 장식하는데 사용되는 깃발을 정부에 납품하는 업체다. 파스트라나는 “굿윌사는 미국의 중요한 상징을 욕되게 하는 사람을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권변호사 윌리암 암롱은 “이는 9.11 사태의 여파가 몰고 온 위험하고 숨막힐 것 같은 정치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전례”라며 “미국 국기를 만드는 회사가 개인의 견해를 이유로 해고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일”이라고 말했다.

***평화운동가를 심문한 FBI**

9월 말 FBI는 우먼 인 블랙이라는 평화운동단체 회원인 케이트 라파엘을 심문했다. 라파엘에 따르면 그녀가 평화단체의 행사에서 연설을 한 몇시간 만에 FBI 요원이 그녀에게 접촉, 소환장을 내밀며 위협했다.

우먼 인 블랙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옹호하는 유태인과 아랍인들로 구성된 평화운동단체다. 그들은 행사기간동안 검은옷을 입고 이스라엘의 강점이 종결되기를 요구하며 조용히 서있기만 했다.

라파엘의 변호사는 FBI를 접견한 후 “만일 내가 곧바로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벌써 대법원에 기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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