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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탈레반 붕괴 이후 난민 급증

인도주의는 무너졌다. 탈레반 붕괴 이후 자유를 갈망하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돌아온 현실은 풀뿌리와 벌레를 섞어 만든 희멀건 죽 한 사발 뿐이다. 지붕도 없이, 바람막이에 불과한 플라스틱 조각을 엮은 노상 텐트는 그나마 사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게 가한 두달 동안의 무자비한 폭격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은 가장 강력한 폭탄보다도 심각한 것은 전쟁 후속효과라고 강조한다. 무고한 시민, 특히 어린아이들이 전후의 구호물자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의 무정부상태야말로 이제까지 아프간에서 벌어진 최대의 살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전쟁 이후, 혼란과 기아로 인한 희생은 공습에 의한 희생자와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1>

***누가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가?**

국제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탈레반 붕괴 이후 확산된 무정부 상태가 아프간 국민들을 생존의 위협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아프간 주재 유엔 사무소의 노라 닐랜드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구호기구의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사적 충돌은 물론 각 당파간의 무차별적 폭력과 정치집단 사이의 의견충돌, 무법성 등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의 무정부적 혼란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는 모든 원인을 탈레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크리스찬 에이드 등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은 북부동맹이 아프간 대부분을 장악한 11월 12일부터 구호물자 전달량은 필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탈레반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쟁정보를 공유하고 빈 라덴을 비롯, 탈레반 비판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 정부들에 의해 설립된 동맹군정보센터(The Coalition Information Service)는 “탈레반이 인도주의 단체의 구호물자를 약탈했으며 국제구호단체 활동가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크리스찬 에이드는 “탈레반이 계획적으로 구호물자를 약탈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동맹군정보센터는 또 “탈레반은 굶주리고 있는 아프간 민중들은 안중에도 없고 알카에다 조직을 방어하는 것에만 몰두해 있다”고 비난했다. 크리스찬 에이드는 “9.11 이후, 서방의 군사적 행동이 인도주의 구호를 방해한 것”이라며 탈레반 이후의 불안정한 상황이 구호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2>

나아가 이들 구호단체들은 겨울철에 대비한 구호활동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서방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미쳐가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이 탈레반의 잘못이라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혹한이 닥쳐 희생자가 속출하더라도 탈레반을 비난하고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궁여지책으로 지원 동결 정책을 수행했다”라고 크리스찬 에이드 대변인은 주장했다.

***전쟁으로 구호물자 보급로 차단**

현재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은 아프간 사람들이다. 1979년부터 시작된 소련과의 전쟁, 소련이 물러간 후 9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내전의 결과이다. 2천2백만으로 추정되는 이 나라 전체인구 중 4백만이 난민이다. 이것은 2위부터 8위까지 7개 국가의 난민 수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아프간 인구의 25%가 흙벽돌집조차 없다. 현재 헤라트 인근 마스라크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수십만의 사람들 대부분은 텐트는 고사하고 담요 한 장도 없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모 및 유아 사망률 등 보건 통계치도 전 세계 국가들 중 최악이다. 아프간에는 4백만(카불에만 5만)의 고아들이 있고 4명중 1명의 어린아이가 5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구호단체들은 2002년 한 해 동안 40만명의 아이들이 이질과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이며 1만6천명의 여성이 출산시 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구의 70%가 영양실조이며 수백만이 기아에 노출돼있다.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식량창고는 텅빈 지 오래다. 이 나라가 1년을 간신히 견디는 데 필요한 40만t에 턱없이 모자라는 1만t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구호단체들은 이미 9.11 이전에 1백만t 이상의 식량이 추가로 지원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그나마 전쟁이 시작된 지난 두달 동안, 식량을 실은 수송차량은 식량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아프가니스탄 특사 니겔 피셔는 이 나라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식량 수송이 불가능한 지역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WFP도 곧 혹한이 닥칠 산악지역에 있는 2백30만명의 사람들에 대한 식량 공급 루트가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인간 도살장’, 아프간 난민촌**

영국 선데이 텔레그라프의 크리스티나 램은 아프간 난민촌 르포를 통해 기아에 허덕이는 수백, 수천의 아프간 난민 실상을 보고했다.

구호단체들의 손길도 닿지 않고 전 세계 신문과 TV가 외면한 곳, 헤라트 인근의 마스라크 난민캠프에서는 눈물과 죽음의 행렬만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간 북부와 중앙 산악지대에서 노숙을 하는 난민들에게는 미국의 폭격 이후 외국의 원조조차 끊어졌다. 그래서 이 곳은 이제 ‘인간 도살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사진 3>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매일 밤, 40여명의 사람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한다. 캠프 주위에 흩어져 있는 묘지에는 무덤을 표시하는 작은 돌더미들이 있는데 그 돌들은 자그마하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아이나 갓난아이라는 증거다.

마스라크 난민촌에는 80만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캠프의 끝까지 이르려면 차량으로 20분을 가야하는 수마일의 난민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스틱 바람막이와 담요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딘다.

램 기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난민촌을 가봤지만 이렇게까지 고통에 처한 사람들은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전쟁과 가뭄을 피해 흘러들어온 난민들이 넘쳐나면서 캠프 관리자들은 난민등록조차 거부하고 있다. 바람막이 텐트와 묽은 죽조차 구할 권리가 이들에게는 없다는 뜻이다. 난민들 대부분이 일주일 이상을 굶은 상태이며 오직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다.

캠프관리자 파지르 율라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둘째치고 이미 수용돼 있는 사람들이 먹을 식량도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도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23년의 전쟁과 4년의 가뭄을 거치면서, 아프간 난민들에게 하루 끼니는 상상할 수 없는 사치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빵 한 조각으로 일주일을 견딜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죽어버렸다.”

이들에게 서방이 수행하는 반테러, 인도주의 전쟁은 아무런 미래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 지역 통치자 이즈마엘 칸은 “서방 세계는 우리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에게 어떠한 현실적인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세계가 아프간에 관해 수없이 떠들어대지만 단지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의 축출에만 관심을 둘 뿐’이라는 불만이 쌓여있다.

다섯 아이들의 홀어머니인 난민 여성 자라는 “탈레반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국제단체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너무도 화가 나고 실망스러워서 할 수만 있다면 이곳을 떠나고 싶다. 당신이 어머니라면 그런 생각을 안하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난민 여성 비비굴도 “나는 이제 탈레반 치하에서와는 달리 어디서든지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빈 속으로 매일 밤을 보내야 하는데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들의 울부짖음은 한결같다. “우리는 탈레반 이후에는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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