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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되는’ 인물들을 찾아라!

출판계 이상기류, 혁명가 평전 호황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毛澤東), 트로츠키, 호치민, 파농... 20세기와 더불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올해 서점가에 때아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사상과 이론적 체계가 한국 지식사회의 화두였던 80년대만큼의 사회적 열풍은 아니지만 ‘인간적’ 의미로 재등장한 혁명가들의 초상이 적어도 출판 시장에 훈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10만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이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면서 올 한해도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재조명한 평전과 자서전 등이 앞다투어 출간됐다.

1월에 출간된 ‘모택동 비록’(문학사상사)은 이미 3만5천부의 판매량을 넘어섰고 지난 여름을 전후해 출간된 ‘마르크스 평전’(푸른숲), ‘호치민 평전’(자인), ‘레닌’(시학사)은 출간 몇 달만에 1만부를 넘어선 상태다.

이 밖에도 ‘나의 생애-트로츠키 자서전’(범우사), ‘프란츠 파농 평전-나는 내가 아니다’(우물이 있는집) 등도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5천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출판 관계자들은 이들 서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일차적인 요인으로 ‘체 게바라 평전’의 성공을 꼽는다. 도서출판 푸른숲 관계자는 “출판계에서 전기물이 하나의 시장으로 가치를 갖도록 여건을 조성한 것이 ‘체 게바라 평전’의 성공 요인”이라며 “그 이후 기획 단계부터 전기물 출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30~40대 독자층, ‘대리만족’ 감성 자극**

혁명가들의 평전은 그 자체로서도 인문서적 시장의 주요 독자층을 자극할만한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출판 시장의 요구와 독자들의 감성이 맞아떨어진다는 것.

출판평론가 이권우씨는 “현재 인문 시장의 1차 독자층은 80년대 시대상황을 정면으로 겪어온 30~40대 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들 독자층이 이념의 시대라는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이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혁명가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정치지도자들의 타락 등 우리시대 리더들이 내세운 것만큼 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회적 구심점의 부재현상을 낳았다”며 “초지일관한 삶을 살았던 과거 인물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서출판 우물이있는집 김재범 대표도 “주인공이 사회주의자냐 아니냐보다 이념적 좌표를 잃어버린 30~40대 독자들이 희구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졌던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재미라는 요소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다. 어려운 사회과학 이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사구조와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이 평전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권우씨는 “‘체 게바라 평전’에서 보듯이 전기물은 인문적 지식을 실제 사실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택동 비록’을 펴낸 문학사상사의 강혜란 씨도 “이론서와는 별개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을 읽기 쉽게 소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며 “인간화된 혁명가들의 모습에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하는 내러티브에 대한 독자들의 향수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은 간데없고 이미지만 소비**

출판사들이 상업적 이유로 꺼려왔던 평전 시장이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은 것 자체에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장르 다양성은 물론 위축된 인문서적 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이들 평전의 대중적 성공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각도 적지않다. 주인공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기보다는 인물을 이미지화한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택동 비록’의 성공을 두고 최근의 중국 붐에 편승한 광고전략이 그 효과를 발휘한 측면이 크다는 점은 해당 출판사 스스로 자인하는 부분이다.

이권우씨도 “사상과 삶을 떨어뜨려놓고 볼 수는 없는 인물을 다루면서도 최근의 평전 붐에는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전략이 창조한 인물의 이미지가 그 모든 것 위에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대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현재의 시각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시효가 다한 이념으로 치부되는 사회주의 사상이 몇몇의 인물을 통해 단지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측면은 곱씹어보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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