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농민도 서비스 정신 가져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농민도 서비스 정신 가져야”

여주 상호리 팜 스테이 농장 방문기

겉보기에는 평범한 농촌 마을에 여관이나 음식점이 들어선 듯하게 보여 처음에는 약간 기대에 못 미쳤다.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팜 스테이(farm stay) 농가 석수공원(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 031-886-4900)은 도로변에 놓인 식당 겸 숙소로 인해 어울리지 않게 보였다.

첫 인상을 덮고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곳은 돈이 아니라 정성을 많이 들인 곳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주인 권혁진 씨(59. 팜 스테이 마을 전국협의회 회장)의 안내로 돌아본 이곳에는 식당 외에도 초가를 얹은 가족용 숙소, 사슴·토끼 사육장, 전통음식체험장, 단체 손님을 위한 잔디밭, 산책길 등 영농체험과 휴식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을 배려한 시설들로 가득했다.

이천이나 양평에서 이포행 시내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로는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에서 곤지암 사거리, 상품사거리를 거쳐 이포 방향으로 가면 상호·주록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계절별로 다양한 농사 체험**

토요일 오후 마을 도착 후 신나는 농사 체험에 들어간다. 봄에는 표고버섯 재배, 나무심기, 산나물 뜯기, 여름에는 참외 따기, 벼농사, 산나무 열매 따기, 가을이면 밤을 따고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며 논에서 직접 탈곡을 한다. 겨울에는 새끼 꼬기,짚신 삼기 등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

저녁에는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한다. 농가에서 짓는 저녁을 사 먹을 수도 있다. 밤이 깊어지면 농장 앞 넓은 공터에서 캠프파이어도 즐기거나 망원경을 준비해 별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인근 남한강에서 밤낚시를 하기도 하며 겨울이면 빙어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지를 뜯어내고 황토를 바른 방에서 흙냄새 속에서 잠을 청한다. 방마다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실이 딸려 있어 그다지 불편이 없다.

아침에는 야트막한 뒷산으로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맑은 시골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식사 후 농장 한켠에서 맷돌에 콩을 갈고 아궁이에 불을 때 손두부를 만들거나 시루에 쪄낸 떡을 절구에 콩콩 찧어 인절미도 만들어 먹는다. 인근 도자기 공장에서 직접 도자기도 만들어 보고 명성황후 생가, 세종대왕릉 등 인근 유적지를 둘러보는 방문객도 있다.

어린이들은 권씨는 특별히 준비한 자기 이름을 매달은 묘목 심기, 경운기 운전, 사슴, 토끼 등 동물들에게 먹이 주기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이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마련된 것이 아니다. 지난 3년간 팜스테이 농장을 운영하면서 하나하나 늘린 것이라고 권씨는 말했다. 48가구 1백30여명이 모여 사는 상호리에는 현재 12가구가 팜스테이를 하고 있으며 인근 밤나무 밭, 버섯농장, 참외 농가 등과 연계해 농사 체험도 하고 농산물 직거래도 한다.

가족 숙소는 모두 11곳이며 100명정도 머무를 수 있다. 주말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계절별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전화 연락을 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난 99년 첫해 1천8백여명이 다녀갔던 것에 비해 올해는 11월까지 7천여명이 방문해 매년 100%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 작년 가구당 6백3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농가소득도 이전에 비해 20-30% 늘었다고 한다.

***마을 리더의 역할 중요**

농림부는 농외소득 증진하기 위해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향토관광인 그린 투어리즘을 내년부터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권씨의 농가는 전국 4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팜 스테이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어 그린 투어리즘의 모델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던 권씨는 10년전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에는 민박업을 하다가 지난 98년 전통음식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체험 관광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이 사업이 언론에 보도돼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그는 이듬해 농협에서 시설지원비를 융자받고 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팜 스테이 농장을 운영했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권씨는 이웃을 설득해 이 일에 동참하게 했다.

권혁진 씨는 우리나라의 팜 스테이가 개별 농가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마을 단위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업을 이끄는 리더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의 협력 체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리더는 무엇보다 욕심이 없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한 집에 손님이 다 차면 옆집으로 안내하고 이웃들간의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해야 합니다.

한번에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농민들이 정에 인색하게 되는 경우가 없도록 마을 사람들을 이해시키 것도 리더의 몫입니다. 숙박이나 식사를 제외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은 당장 돈이 안되지만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손님들이 다른 관광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재미를 느껴야 계속 찾게 됩니다. 관광지와는 달리 농촌 사람들의 풋풋한 인심이 중요한 밑천입니다."

***주변 경관 너무 좋으면 오히려 부작용**

처음 기자가 약간 실망스럽게 느꼈던 커다란 식당 겸 숙소 건물은 팜 스테이 마을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 회사 등에서 단체관광할 경우 이 건물을 중심으로 각종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팜 스테이를 제대로 할려면 동네에 한두집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만한 시설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권씨는 단체로 오면 개인으로 올 때보다 농산물 직거래 효과도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주변경관이 지나치게 수려한 곳이 팜 스테이 마을로 적합하지 않다는 권씨의 설명.
“주변 경관이 좋은 곳은 관광객들이 굳이 농사 체험을 하러 찾아오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프로그램 개발을 열심히 하지 않구요. 제주도에서 팜 스테이가 실패한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평야만 지나치게 넓은 곳도 관광객들이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에 중산간 지대로 주변에 냇가나 야산이 있고 약간의 문화 유적지가 있는 곳이 팜 스테이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내년 팜 스테이를 모델로 한 그린 투어리즘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귀 기울일만한 대목이다. 권씨는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팜 스테이로 성공한 농가는 10-15% 정도”이라며 “과다한 투자로 농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마을 선정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도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권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 주변에 꽃길 조성, 주차공간 확보 등 기반시설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외밭 등에 원두막도 지어주면 홍보효과와 더불어 농산물 직거래도 늘릴 수 있다는 것. 현재 팜 스테이 사업은 농협에서 가구당 1천 5백만원을 융자해준 것 외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없었다.

권씨는 팜스테이 프로그램 개발, 농민 교육, 운영 평가 등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1차산업과 3차산업의 결합인 그린 투어리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민들도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은 전체 손님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정신이 더욱 강조돼야 합니다. 또 나름대로 경영기법도 개발해야 합니다. 이는 농민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합니다.”

여주쌀로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을 대접받고 농원을 나서는 기자에게 권혁진 씨는 준비해 놓은 팜 스테이 관련 자료를 두 뭉치나 들려줬다. 스스로 “팜 스테이에 미친 사람”이라는 그의 말을 실감났다. 봄이 오면 산나물을 뜯으러 상호리를 다시 한번 찾고 싶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