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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힉스 입자'?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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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벨상 '힉스 입자'?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

['과학 수다' 다시 보기] 힉스 입자의 모든 것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84)와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81)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힉스 등의 노벨상 수상은 이미 2012년 7월 스위스 제네바 근처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세른)이 "힉스 입자를 사실상 발견했다"고 발표하고 나서부터 시간문제였습니다.

다만,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리라는 예상을 깨고서 전격적으로 이들에게 1년 만에 노벨상이 수상되었습니다. 힉스와 앙글레르의 고령을 염두에 두면 이번 결정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노벨상은 죽은 이에게는 수상이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도대체 힉스 입자는 뭘까요?

<프레시안>이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 진행하는 '과학 수다'는 이미 1년 전인 2012년 8월 24일 이 질문에 충실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관련 기사 : 힉스 입자가 뭐냐고?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

힉스 입자, 신의 입자, 유럽입자물리연구소, LHC…. 평소 과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지난 1년간 한 번쯤은 접해봤을 이 단어의 의미를 여러분과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과학자는 물리학자 이강영, 이종필 박사입니다.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인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과학 소설(SF) 작가 김창규 씨가 독자를 대신해 이 두 물리학자와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리는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다음은 지난 2012년 7월 12일 진행된 세 시간에 걸친 수다의 주요 내용입니다.

한 마디만 더. 제목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의 '싸이'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다른 누구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언플러그드 공연을 펼치는 '버스커 버스커'가 될 수도 있고, 민낯에 평상복 차림으로 강남 거리를 활보하는 '현빈'이나 '수지'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럼, 힉스 입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편집자>


ⓒ프레시안(손문상)

우리는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이명현 : 지금 과학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라면 아무래도 힉스 입자의 발견입니다. 지난 7월 4일 힉스 입자를 발견한 소식이 국내 언론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어요. 그런데 두 달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 정작 힉스 입자 발견의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정리하는 자리는 없었어요.

이 자리에서는 힉스 입자를 둘러싼 최근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몇 권 소개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선 지난 7월 4일 세른의 발표부터 살펴봅시다. 그 발표 자체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있어요. 일부 언론은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예산 절감을 우려한 세른이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렇게 지적하기도 했지요.

이종필 :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라니요? (웃음) 세른의 발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부터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동전을 100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대개 50회 정도잖아요. 누군가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며 동전을 던졌는데 앞면이 56~57회가 나왔어요. 다들 그 정도는 우연일 뿐이라며 웃고 넘어가겠지요. 하지만 앞면이 80회가 나오면 그때는 사정이 달라요. 누군가 초능력을 발휘했다고 주장해도 '아,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겠지요.

과학자들은 그래서 동전을 100번 던져서 앞면만 75회 나올 정도와 비견할 만한 관측 결과가 나왔을 때 '발견(discovery)'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동전을 100번 던져서 75번 이상이 나올 확률은 350만 분의 1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정도라면 '누군가 초능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인정할 정도가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100번 던져서 앞면만 65회 나올 정도의 관측 결과가 나왔을 때는 '관측(observ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확률 : 700분의 1). 그런데 이번에 세른의 힉스 입자는 그 확률이 '발견(discovery)'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공식 발표 자료에 "힉스 입자 발견" 대신 "힉스 입자를 보았다(observation)" 식의 표현이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힉스 입자가 없는데도 세른에서 그런 신호가 나올 확률이 약 350만 분의 1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명현 : 그럼, 사실상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이종필 : 7월 4일 발표 이후에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논문 제목이 대부분 "힉스 입자 발견(The Discovery of Higgs Boson)" 이런 식이에요. 세른의 롤프 호이어 소장이 7월 4일 발표 현장에서 공식 자료와는 달리 "We have a discovery" 이런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유럽 재정 위기 탓에 세른이 힉스 입자 발견 사실을 서둘러 발표했다' 혹은 '힉스 입자 발견은 아직 아니다' 이런 식의 기사는 맥을 약간 잘못 짚은 겁니다. 공식 발표 자료의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힉스 입자에 부합하는(consistent) 입자"를 발견한 사실을 과학계에서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명현 : 방금 "힉스 입자에 '부합하는' 입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그럼, 이후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강영 : 그건 이렇게 설명해 볼게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전혀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했어요. 겉모습만 보기에는 사자와 비슷한 동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단지 겉모습만 보고서 사자로 확정할 수는 없잖아요.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서 기존의 사자의 유전자와 얼마나 유사한지 등으로 최종 확인 작업을 거치겠지요.

이번에 발견된 힉스 입자도 이런 과정이 남았습니다. 이미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 힉스 입자가 가져야 할 몇 가지 특징을 예측해 놓았어요. 이제부터는 이번에 발견한 입자가 그런 특징을 가지는지를 시간을 두고 확인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이번에 발견한 입자가 힉스 입자라고 확정할 수 있겠죠.

세상의 구성하는 열일곱 개의 입자!

▲ <보이지 않는 세계>(이강영 지음, 휴먼사이언스 펴냄). ⓒ휴먼사이언스
이명현 :
여기서 힉스 입자를 둘러싼 이 난리법석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도대체 왜 이렇게 과학자들이 흥분하는 겁니까?

이종필 : 인간 진화의 역사를 보통 약 500만 년 정도로 봅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이 처음으로 세상을 인식했을 때 가졌던 첫 번째 의문은 무엇인가? 아마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의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일 거예요. '세상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그리스 자연철학자의 화두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는 약 기원전 600년 전에 세상의 근원은 '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사실 기록이 안 남아서 그렇지 탈레스 이전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 질문에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바로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 그것이 바로 물리학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화제가 되는 힉스 입자도 따지고 보면 탈레스 그리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탈레스가 내놓은 답이 '물' 하나였다면, 오늘날 과학자의 답은 힉스 입자를 포함한 열일곱 개의 입자입니다. 물론 앞으로 더 발견될 수도 있고요.

이명현 : 사실 대부분의 일반인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원자'라고 생각할 거예요. 중학교 때 그렇게 배웠잖아요.

이강영 : 맞아요.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가 세상의 근원 물질을 '원자'라고 명명했고, 1803년 영국의 물리학자 존 돌턴이 현대적인 원자론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100여 개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 사실을 알았어요.

20세기 들어서 과학자들이 이 원자의 구조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원자들이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었고, 다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사실이 확인이 되었어요. 더 나아가 100여 개나 되는 원자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것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몇 개씩 모여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 등도 알게 되었고요.

이때만 하더라도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이 세 가지가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의 입자인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또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물질을 관찰하면서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물질을 확인한 거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양성자, 중성자를 구성하는 또 다른 궁극의 물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러다 양성자, 중성자를 만드는 '쿼크'라는 입자를 발견했지요.

이명현 : 아까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의 입자가 열일곱 개라고 했잖아요?

이종필 : 네,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의 궁극 입자는 다시 둘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를 만드는 입자들이 있어요. 바로 이런 입자를 쿼크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쿼크는 총 여섯 개가 발견되었어요. 그리고 원자핵을 만드는 데 관여하지 않는 입자들이 있습니다.

이명현 : 전자나 저번에 빛보다 빠르다고 화제가 되었던 뉴트리노(중성미자) 같은 거죠? 물론 뉴트리노가 빛보다 빠르다는 사실은 측정 오류로 확인되었지만요.

이종필 : 맞습니다. 전자, 뉴트리노 등을 렙톤(lepton, 경입자)이라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여섯 개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명현 : 나머지 다섯 개의 입자는 무엇인가요?

이강영 : 세상에는 크게 네 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힘은 우리가 언제나 느끼는 '중력'입니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즉,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우리가 잘 아는 그 힘입니다. 두 번째 힘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함께 일컫는 '전자기력'입니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현상은 이 전자기력 때문에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으로 이 대화를 읽을 때 손가락으로 '터치'하잖아요. 전자기력이 없으면 그렇게 터치를 해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기는 게 가능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세포, 조직 등이 결합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전자기력이니까요.

그런데 중력, 전자기력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힘이 또 있어요. 바로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입니다. 아까 쿼크로 구성된 양성자, 중성자가 모여서 원자핵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원자핵과 같은 단단한 물질이 가능하려면 그 구성 요소를 묶어주는 아주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이 바로 '강한 핵력'입니다.

또 전자, 뉴트리노와 같은 물질이 다른 물질과 관계를 맺게 해주는 힘도 있습니다. 그 힘을 '약한 핵력'이라고 합니다. 이 약한 핵력은 중력보다는 강하지만 전자기력보다는 약해요. 당연히 원자(핵)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강한 핵력은 네 힘 중에서 제일 강합니다. (강한 핵력>전자기력>약한 핵력>>>중력)

그런데 바로 여기서 과학자들이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 네 가지 힘이 작용할 때는 그것을 매개하는 입자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가 바로 '광자(빛)'입니다. 강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는 '글루온', 약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는 'Z 입자' 'W 입자'입니다.

이렇게 네 개의 입자에다가 이번에 발견된 힉스 입자를 합쳐서 현재까지는 총 열일곱 개의 입자가 확인이 된 거죠. 물론 이론적으로는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중력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력자의 존재는 확인을 못하고 있어요. 덧붙이자면, 중력은 과학자들이 그 정체를 해명하지 못한 난제 중 하나입니다.

태초에 힉스 입자가 있었다!

이명현 :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미 1960년대부터 힉스 입자의 발견을 예측했잖아요. 왜 힉스 입자가 그렇게 중요했던 건가요?

이강영 : 일단 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할게요. 즉, 우리는 실험, 관찰을 통해서 물질을 구성하는 열일곱 개의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어요. 하지만 그 열일곱 개의 입자가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면서 물질을 구성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여러 가지 모델을 내놓았어요. 그 중에서 현재까지 가장 그럴 듯하다고 받아들여진 모델이 바로 '표준 모형'입니다. 이 표준 모형으로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어떻게 작용해서 물질을 구성하는지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좀 어려운 얘기를 해야겠어요. 표준 모형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양자론 그리고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특수 상대성 이론, 양자론까지 얘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웃음)

그러니 일단 그 둘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표준 모형 그리고 더 나아가 힉스 입자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게이지 대칭성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용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대칭성은 뭔가요?

이명현 : 머릿속에 동그라미를 떠올리면 되지요. 동그라미는 중심을 축으로 어떻게 돌려도 원래 모습 그대로이므로 대칭적이죠. 정삼각형도 무게 중심을 축으로 3분의 1바퀴, 즉 120도를 회전시키면 원래 모습 그대로이니 역시 대칭적이지요. 어떤 변환에 대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그걸 '대칭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강영 : 물리학에서 말하는 '대칭성'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뉴턴의 중력의 법칙(두 물체는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세기의 힘으로 서로 잡아당긴다)은 서울이든 부산이든 또 지구든 달이든 어디서나 똑같이 작용하거든요. 바로 이럴 때 '대칭성이 있다'고 말해요.

사전을 보면, '게이지(gauge)'는 무언가를 측정하는 기준 등을 말해요. 그러니까 게이지 대칭성은 시공간에 변화를 주더라도 그 기준 자체는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전자기력은 빛(광자)이 매개하는 힘입니다. 이 힘, 즉 전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전자기장이라고 부릅니다.

전자기장은 완벽하게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시킵니다. 즉, 시공간에 변화를 주더라도 자석의 N극과 S극은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 서로 당깁니다. 완벽한 대칭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시키는 장(場)이 가능하려면 그것을 매개하는 입자의 질량이 '0'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빛'은 질량이 0이고요.

이렇게 전자기력은 질량이 없는 빛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먼 거리까지 작용하지요. 그렇다면, 원자 안에서 작용하는 약한 핵력은 어떨까요?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 힘은 오늘 우리가 관심을 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발견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 힘은 왜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범위에서만 작용할까요? 빛을 염두에 두면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습니다. 즉, 이 힘을 전달하는 입자가 빛과는 달리 무겁기 때문에, 즉 빛과는 달리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힘이 작용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는 것이에요. 바로 이것이 약한 핵력이 작은 범위에서만 작용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나타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하는 장에서는 힘을 전달하는 입자의 질량이 0입니다.

이명현 : 만약 약한 핵력의 힘을 전달하는 입자가 질량이 있다면 게이지 대칭성이 깨져야 하네요.

이종필 :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이지 대칭성이 깨져야 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대칭성이 존재하지 않는 자연을 과학자들의 미감(?)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난부 요이치로가 1960년에 '자발적 대칭성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 개념을 도입합니다!

이론상, 즉 과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수식으로는 대칭성이 있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는 대칭성의 일부가 깨진다는 것이에요. 말장난 같지만, 아예 대칭성이 없는 것과 있었던 대칭성이 깨진 것은 전혀 다르거든요.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되나요? (웃음) 사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인데요.

이강영 : 1964년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피터 힉스, 벨기에 브뤼셀 대학의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로베르 브라우, 미국의 제럴드 구랄니크, 리처드 하겐, 톰 키불 등이 거의 동시에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면서 입자가 질량을 가지는 방법을 발견했어요. 이것을 이른바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꼭 있어야 할 입자가 있어요.

이명현 : 그게 바로 힉스 입자군요!

이종필 :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967년 스티븐 와인버그가 표준 모형의 방정식을 만들면서, 이 힉스 메커니즘을 약한 핵력에 적용을 했어요. 그러면서 힉스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예언했습니다. 그러니 사실 힉스 입자에 이름이 붙은 피터 힉스는 행운아인 셈입니다. 얼른 손꼽아 봐도 일곱 명 정도가 이 힉스 입자의 발견에 관여했잖아요. (웃음)

이강영 : 여기서 고(故) 이휘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1967년 발표한 와인버그의 논문은 당시에는 거의 아무런 주목을 끌지 못했어요. 심지어 발표 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논문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 바로 이휘소였습니다. 그의 활약으로 표준 모형이 자연을 구성하는 근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종필 : 만약 이휘소가 살아 있었다면 와인버그와 같은 물리학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을 거예요. 아무튼 이 힉스 입자는 대칭성을 깨면서 아까 언급했던 여러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지요. 힉스 입자의 별명이 '신의 입자'인데요.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힉스 입자한테 그럴 듯한 별명입니다.

이강영 : 그런데 정작 힉스는 이 별명을 싫어한다고 해요. 아주 강한 신념의 무신론자거든요. (웃음) 원래 이 '신의 입자'라는 별명이 처음 나온 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과학자 레온 레더만이 1994년 펴낸 책의 제목에서 유래했어요. 애초 레더만은 이 책의 제목을 "Goddamn Particle"이라고 붙였었데요.

그 존재 증명이 너무 어려운 힉스 입자를 놓고 "이 빌어먹을 입자!"라고 푸념한 거예요. 그런데 출판사가 어감이 부정적이라며 "God Particle(신의 입자)"이라고 제목을 수정해서 책을 펴냈어요. 그러면서 이 힉스 입자의 별명이 '신의 입자'가 된 것이지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원래 레더만이 붙인 이름이 더 마음에 듭니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지금 우주가 질량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바로 이 힉스 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힉스 입자가 없다면 지금 우리 우주는 질량이 없는 상태로 존재하겠지요.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당연히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 태양의 존재도 불가능하겠지요.

이종필 : 다른 비유를 들어볼게요. 서울의 강남 거리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대잖아요. 즉, 강남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분포에는 일종의 대칭성이 있어요. 그런데 만약에 그 강남 거리에 요즘 '강남 스타일'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뜨는 가수 싸이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봐요. 싸이를 찍으려는 방송 카메라도 같이요.

강남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겠죠. 엄청난 인파가 싸이를 중심으로 몰려들 거예요. 순식간에 강남 거리의 대칭성이 깨지겠지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싸이 주변에는 사람이 몰려서 그쪽으로 누군가 움직이려면 큰 저항을 느끼게 되겠지요. 바로 힉스 입자가 하는 일이 갑자기 강남 거리에 나타난 싸이와 비슷합니다.

강남 거리에 나타난 싸이처럼 힉스 입자는 대칭성을 깨면서 균일하던 분포에 변화를 야기합니다. 그리고 강남 거리에 나타난 싸이 주변에 모인 인파 때문에 느끼는 저항은 바로 힉스 입자 때문에 소립자들이 얻는 질량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그럴듯한 비유라서 강연을 할 때 제가 자주 언급하는데 어떻습니까? (웃음)

원래 이 비유는 영국 과학자들이 이번에 힉스 입자를 발견한 LHC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면서 영국 관료를 상대로 썼던 비유입니다. 당시 영국 관료들이 과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1분 안에 LHC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 돈을 주겠다." 물론 당시에 영국 과학자들이 예를 들었던 주인공은 싸이가 아니었고요.

힉스 입자와 친해지기

▲ <신의 입자를 찾아서>(이종필 지음, 마티 펴냄). ⓒ마티
프레시안 :
힉스 입자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표준 모형을 이해해야 하고, 표준 모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대성 이론, 양자론 그리고 게이지 대칭성을 알아야 합니다. 셋 다 20세기 물리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요. 독자들의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을 소개하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명현 : 세 권의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먼저 이강영 박사의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사이언스 펴냄)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앞부분이 미시 세계, 뒷부분이 거시 세계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얘기되고 있는 힉스 입자가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또 이강영 박사는 이 책에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과학적 성취의 뒷얘기를 일화를 중심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요. 그런 일화를 접하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실체를 해명하려는 과학자의 열정에 공감하고 또 그 시도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이종필 : 사실 이 책의 제목(보이지 않는 세계) 자체가 아주 철학적이에요. 왜냐하면 한 때 많은 과학자 또 철학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과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거든요. 지금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실험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이론이 과연 과학인가, 이런 질문이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합니다.

심지어 물리학자 사이에서도 이런 시각을 견지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견한 힉스 입자는 물론이고 뉴트리노와 같은 물질은 보통 눈에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이거든요. 과학 연구의 대상이 '보이지 않는 세계'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런 시각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명현 : 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론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바로 이종필 박사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마티 펴냄)는 바로 그런 점에서 중요한 책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보통 사람이 표준 모형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제가 되는 상대성 이론, 양자론에 입문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책은 "알기 쉬운" 따위의 수식어가 붙은 당의정을 입한 대다수 과학 책과 구분됩니다. 그런 책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성 이론, 양자론을 피해가거나 혹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데 비해서 이 책은 그런 이론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것도 국내외의 어떤 책 못지않게 명쾌하게요. (☞관련 기사 : 힉스 입자가 뭔지 '초딩' 수준으로 설명하라고?)

▲ <블랙홀 전쟁>(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이종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이종필 :
제 책 얘기라서 약간 쑥스럽긴 합니다만, 한 마디만 보탤게요.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 요청,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항상 듣는 말이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런 요청에 고분고분 "네, 알겠습니다" 했어요. 그러다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사이언스북스 펴냄)을 번역하다가 이런 내용을 읽었습니다.

"양자 역학은 자연의 새로운 법칙 이상이었다. 고전적인 논리학 규칙들이나 제정신을 가진 멀쩡한 사람들이 추론할 때 동원하는 평범한 규칙들까지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양자 역학은 괴상망칙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든 말든 물리학자들은 양자 논리라는 새로운 논리에 맞춰 자신들의 신경망을 재배선했다." (<블랙홀 전쟁>, 12쪽)

그러니까 당대 최고의 과학자도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경망을 바꿔서 생각의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을 격렬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건 그 단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이런 양자론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끔 소개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명현 : 사실 그런 풍토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해요. 왜냐 하면, 미셸 푸코의 철학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라고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은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얘기를 해야 하나요?

이종필 : 동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문 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과학 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원자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졌다.' 거의 100년 전에 확인된 내용이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건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하지만 알쏭달쏭한 프랑스 철학자의 난해한 이론이나 개념어는 마치 교양의 척도처럼 생각이 되잖아요. 예를 들어서, 정상적인 4년제 대학 교육을 받은 저도 의료 기사, 법률 기사 심지어 영화 기사를 보면 정확히 그 의미를 모르는 용어가 많아요. '미필적 고의', '미장센', '클리셰' 등….

하지만 이 정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 혹은 더 좁혀서 지식인의 기본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과학 교양에는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지난 수천 년간, 특히 근대의 과학 혁명 이후 수백 년간 축적해온 인류의 과학 교양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에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짧게 요약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이강영 : 물론 과학자들이 좀 더 눈높이를 낮추고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바쁜 시간을 쪼개서 힉스 입자를 놓고서 수다를 떨고 있지요. 하지만 방금 오고간 얘기는 좀 더 공론화가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꼭 기사에 포함해 주세요. (웃음)

▲ <이것이 힉스다>(리사 랜들 지음, 이민재·김연중·이강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프레시안 : 네, 알겠습니다. (웃음) 세 번째 읽어볼 책은 역시 이강영 선생님의 (사이언스북스 펴냄)이겠지요?

이명현 : 그래요. 이 책은 앞에서 읽은 두 책의 내용을 포괄하면서 20세기에 이뤄졌던 미시 세계를 해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이론과 실험 양면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데 이용한 LHC까지 이어지는 가속기의 역할을 다룬 부분은 이 책만의 특장점이고요. 이렇게 세 권을 읽으면 힉스 입자를 이해하는 기본 준비를 한 셈입니다.

(이 '과학 수다' 이후에 힉스 입자에 대한 훌륭한 개괄인 리사 랜들의 <이것이 힉스다>(이민재·김연중·이강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도 나왔다. (☞관련 기사 : '물리학 여신'이 들려주는 '신의 입자', 그 비밀은?) 이번 '과학 수다'와 함께 <이것이 힉스다>를 읽으면 힉스 입자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정리할 수 있다.)

힉스 입자 발견 이후

이명현 : 지금까지 힉스 입자 발견의 의미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펴봤어요. 그런데, 혹시 이번에 발견한 입자가 힉스 입자가 아닌 다른 것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이종필 : 아니요! (웃음) 대다수 과학자는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 입자라고 확신해요. 제가 보기에 오히려 문제는 따로 있어요. 이번에 힉스 입자가 발견된 LHC 건설에 약 10조 원 정도가 들었어요. LHC 가동에만 연간 2250억 원이 들어가고, 각종 실험팀의 경비까지 합치면 연간 운영비는 약 265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상 최대의 실험 시설이 할 수 있었던 게 힉스 입자 발견뿐이라면 김빠지는 일이잖아요?

(이강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이강영 :
물론 힉스 입자 발견 자체도 흥분되는 일임은 틀림이 없어요. 하지만 앞에서 살펴봤듯이 1960년대부터 표준 모형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힉스 입자의 발견은 이론적으로 예견되었던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힉스 입자 발견으로 '표준 모형이 옳았다' 이건 확인을 했어요. '그럼, 그 이후는?' 이런 질문이 이어지지 않겠어요?

만약 LHC에서 '그럼, 그 이후는?' 이런 질문에 자극을 주는 발견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김빠지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물론 저는 낙관적입니다. LHC를 계속해서 가동하다 보면 지금까지 확인된 열일곱 개의 입자 외에 다른 입자들이 발견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표준 모형에 결정타를 날릴 발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명현 : 비록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그것의 존재 이유가 더욱더 강화된 표준 모형이 '최선의'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이종필 : 왜냐 하면, 표준 모형이 설명을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표준 모형은 중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아까도 잠시 얘기가 됐지만, 중력은 갈릴레이 갈릴레오, 아이작 뉴턴 등에 의해서 밝혀진 힘이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가 가장 이해를 못하는 힘이에요.

이강영 : 우리가 오늘 관심을 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중력의 효과가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에 표준 모형에 중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중력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 표준 모형은 과학자들이 꿈꾸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될 수 없어요.

다른 문제도 많아요. 표준 모형은 뉴트리노의 질량을 정확하게 '0'으로 가정해 놓았어요. 하지만 뉴트리노의 질량이 0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관측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또 우주에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소위 '암흑 물질(dark matter)'이 23퍼센트 정도 존재해요. 그런데 표준 모형의 틀 안에서는 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종필 : 그런 점에서 이번 힉스 입자의 발견은 '표준 모형'으로 대표되는 세계의 근본을 설명하는 방법이 일단락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표준 모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지요. 앞으로 50년 후 또 100년 후에 물리학 교과서가 이번 발견을 어떻게 기록할지 지금부터 기대됩니다.

우주 전쟁의 양상이 바뀐다

프레시안 : 과학 소설(SF) 작가로서 이번 힉스 입자의 발견 소식이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과학 소설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창규 : 힉스 입자의 발견 소식을 듣자마자 국내외의 SF 커뮤니티를 살펴봤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폭발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간 여행' 같은 SF의 단골 소재와 직접 관련이 있었던 저번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했다' 소동 때랑은 온도차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수다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내용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리고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힉스 입자의 발견 자체가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표준 모형으로 상징되는 과학자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종지부를 찍은 거라서, 이 발견을 어떻게 스토리텔링과 연결을 시켜야 할지 작가들이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종필 : '힉스 입자 살인 사건' 같은 건 어떨까요? (웃음) 입자 하나에 희생자가 하나씩 생기는 연쇄 살인 사건과 그것을 추적하는 과학자의 이야기요.

프레시안 : 희생자가 엄청나게 많겠군요. 열일곱 명이나 되니. (웃음)

김창규 : 제 생각에는 우주 전쟁에 관심 있는 SF 작가한테는 자극을 줄지도 모르겠어요. 힉스 입자를 이용한 전쟁 무기요.

이강영 : 힉스 입자가 변화를 줬던 공간 분포를 복원하는 무기를 개발하는 식으로요. (웃음) 그러면 특정 공간의 대칭성이 회복이 되면 그 공간에 있는 모든 물질은 질량이 '0'이 될 테니까요. 질량이 0이 되는 순간 그 공간의 물질은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테니까. 정말로 강력한 무기지요. 물론 그런 게 가능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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