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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매매에 1%씩 세금 물리자! 그 돈은…

[초록發光] 이제 기본 소득을 말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이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크게 후퇴한 것에 많은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진작부터 사회 각계에서 증세를 하지 않는 이상 현실성이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건만, 당시 박근혜 후보는 현실성 없는 공약은 다 제외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몇 배로 더할 것이다.

게다가 정작 이를 주도했던 주무 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숨바꼭질 끝에 결국 사퇴를 했고, 어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탈 정도면 인생을 잘 못 산 것이라는 발언을 해서 가뜩이나 허탈해 있는 어르신들을 더 분노케 하였다. 사실 기초연금만이 아니라 4대 중증 질환 치료비 100% 보장에 공약, 무상 보육 공약 등이 모두 후퇴를 한 것이어서, 결국 이 정부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정책 의지가 대단히 박약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각 정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들이 문제 제기를 계속 하면서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은, 공약을 파기하고 새롭게 제시한 정책이 정말로 우리가 직면할 어려움들을 헤쳐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즉,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질서와 인구 구조상 늘어날 것이 뻔한 빈곤층과 노령층(상당 부분 겹치지만)에 정부는 과연 어떤 실질적 대책이 있느냐 하는 물음이다. 대선 공약 중 복지 공약의 전면적 후퇴라는 흐름을 보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복지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선별적 복지의 패러다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며, 아직도 복지를 선별적인 시혜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무상 급식을 계기로 이제야 비로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나, 다시금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변명을 들어보면 재정이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제시되는데,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를 하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이 그 밑에 깔린 생각이다. 결국, 이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고도 경제 성장 발전 모델에 집착하고 있으며, 투입 효과가 높은, 즉,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한 후에야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금융 자본주의로 진입하면서 생산품이나 서비스 분야로 화폐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 분야에서만 거의 대부분 맴돌기 때문에 여적 효과 혹은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피크 오일(석유 생산 정점)이나 기후 변화,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버블만 커졌다 터지는 경기의 주기적 순환만 피로하게 반복 될 뿐, 과거의 고도 경제 성장 모델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중국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 역시 석탄에의 과도한 의존, 부동산 버블의 붕괴 조짐, 사회 경제적 빈부 격차와 세대 격차 등의 문제로 더 이상 현재와 같은 고도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저성장 현상을 당면한 현실로 수용하고, 여기에 걸맞은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저성장 시대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복지 정책으로서 주목해야 할 정책이 기본 소득(basic income) 정책이다. 조금 구차하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기본 소득은 주로 진보적인 그룹에서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좌파든 우파든 다 찬성과 반대가 존재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시장 원리를 철저히 신봉하는 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조차도 기본 소득은 기술적인 근거로 추천할 만한 제도로 생각했고, 기본 소득이 여러 복지 수단을 대체할 수 있으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모두에게 기본 소득을>(최광은 지음, 박종철출판사 펴냄, 2011년), 78쪽). 한편, 진보적인 진영에서는 기본 소득이 노동 윤리를 파괴하고, 감당할 수 없는 재정 부담을 야기하며, 빈국에서 부국으로 이주를 촉진하는 큰 요인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하기도 하였다.

기본 소득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조건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소득은 과거의 고도 성장 시기에 복지 국가들이 추구했던 임금 노동형 완전 고용 패러다임을 사회적 필요 노동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선별적, 시혜적 복지 패러다임을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사회적 필요 노동이란 자본 증식에 도움을 주는 노동만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가사 노동, 자발 노동 등 노동 일반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모두에게 기본 소득을>(최광은 지음, 박종철출판사 펴냄, 2011년), 101~104쪽).

▲ <100% 돈이 세상을 살린다>(빌 토튼 지음, 김종철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녹색평론사
기본 소득에 대한 비판은 다양하게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것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에,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으로는 토지 이익 환수를 통한 재원 마련, 소득세나 소비세를 중심으로 하는 재원 마련(예컨대 환급 금부 소비세 등), 환경세 혹은 생태세를 신설하는 방안, 조세 이외의 기금 활용 방안, 심지어 공공 통화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 등 다양하게 제시된 것도 있다. 또 금융 파생 상품이나 투기적 주식 거래에 과세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정부에서는 지하 경제 양성화를 위해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나아가서 과거 1999년까지 일본에서 실시했던 '유가 증권 거래세'처럼 신규 발행 주 이외의 주식의 매매에 1%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100% 돈이 세상을 살린다>(빌 토튼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2013년), 145쪽). 주식 거래에 1%의 세금을 물린다고 해서 주식 거래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주식 거래량 전체의 90% 이상이 실제로 사회에 부가 가치를 제공한다기보다는 투기적 목적이 더 많기 때문에 이를 환수하여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으로 삼을 수 있는 정당성도 있어 보인다.

재원 마련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기본 소득을 지지하는 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일을 해야만 돈을 준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노동 윤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기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노동 윤리며,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노동자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신들은 기여 이상의 이윤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기본 소득이 바탕으로 삼고 있는 노동 윤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노동자의 기능적 기여 여부를 떠나 구성원이라는 존재적 가치만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보편적 인권에 기초한 노동 윤리이다. 이러한 노동 윤리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윤리이다. 따라서 기본 소득이 지향하는 노동 윤리는 공리주의적 노동 윤리가 아니라 존재론적 노동 윤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국가와 사회가 개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면서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에 근거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구체적인 기본 소득 실시 제도를 구축해가야 할 것이다.

물론 기본 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후 변화, 피크 오일, 환경 위기, 수출 주도형 산업 발전 모델의 한계, 카지노 자본주의의 심화, 초고령화,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의 심화 등으로 저성장이라는 상황을 한국 사회 역시 맞이해야 한다면, 이에 걸맞은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견인해갈 수 있는 수단이 기본 소득이다.

기본 소득은 세계 몇몇 지역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미완성의 프로젝트이며 진화되어야 할 정책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본 소득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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