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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선택, 중국식 민주? 새로운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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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선택, 중국식 민주? 새로운 독재?

[서남 동아시아 통신] 중국식 '민주'의 진화

시진핑 체제는 인민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국민들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과는 달리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불평등이 체제 안정의 적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사회적 격차도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치 제도와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체제 정당성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학계는 이 점을 놓고 논쟁 중이다. 당이 위에 있는가 또는 헌법이 위에 있는가를 둘러싼 사상 논쟁부터 중진국 함정론을 비롯해 중국의 활로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 논의까지 다양하다. 과거와 달리 기존 정치 제제에 대한 진단이 솔직하고 대안 모색의 수위도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금의 권위주의 체제로는 중국의 꿈도 미래를 열어갈 수도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기적은 강력한 국가의 효과적인 자원 동원을 통해 이룬 것이었다. 그러나 '강한 정부, 약한 시민 사회' 속에서 감독 기능이 저하되어 부패가 만연했고, 국가는 부유하고 국민은 가난해지는 현상(國富民窮)이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민간 기업과 중간 계급의 발전은 제약되었고 국민들의 창의성도 저하되었다. 이와는 달리 귀족화된 권력 집단, 불평등한 시장을 만드는 국유 독점 집단, 금융 자본이 결탁된 카르텔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관건은 이러한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를 개혁하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도 일단 '위로부터'의 개혁을 선택했다. 공무원들이 공금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일벌백계로 다스리기 시작했고, 건국 이후 처음으로 재산 공개를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은 푸저우, 항저우, 베이징의 주택 3채를 포함해 예금 230만 위안(한화 약 4억 원)을 신고했다. 그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정치 개혁의 신호탄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영향 속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다시 '민주주의'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이념 체계인 민주주의 대신 수단으로서의 '민주'를 수용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당제와 삼권 분립이라는 자유 민주주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다른 요소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선 경제 발전에 따라 국민 생활이 개선되었고 체제에 대한 자신감(national pride)이 증가했으며, 국민의 불만을 체제 내로 수렴하는 소통 구조를 만드는 한편 반대파 형성을 효율적으로 억제했다. 여기에 정당 엘리트를 안정적으로 충원하여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켰고, 중국 정치의 제도화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더구나 금융 위기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의 속살을 보았고 참회 없는 일본 민주주의의 위선을 동시에 목격하면서 자신의 이념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도시 주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는 좋은 것'이라고 보면서도 서방의 정치 체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즉 '민주 제도에 서로 다른 모델이 있을 수 있으며, 미국식 민주는 그 중의 하나'라는 설문에 77.3%가 동의한 반면 10.6%만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방의 민주 모델과는 다른 민주 모델을 건설할 수 있다고 보는가'에 대해서도 64.8%가 동의한 반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시민은 20.1%에 불과했다. 중국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국민 정서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우호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치 개혁을 지체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민의(民意)가 출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직면했고 사회 치안 관리비가 국방비를 능가하는 등 체제 관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낮은 인권에 기초한 비교 우위가 사라진 자리에 청년 실업은 뜨거운 정치 문제로 등장했고, 정보통신 혁명으로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에 과거와 같은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고 이들을 정치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는 한, 중국의 위기는 점차 가중될 것이다.

시진핑 체제는 쑨원의 민족, 민생, 민권이라는 삼민주의에서 방향을 찾고 있다. 즉 마오쩌둥 시기는 민족주의, 덩샤오핑 시기는 민생주의가 시대정신이었다면 시진핑 시대는 민권주의에서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정치 개혁과 정치 민주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미 중국학계에서는 시장 경제, 민주 정치, 법치 사회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한 세계 문명의 주류에 편승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과 없이 나타나고 있다.

좀 더 전향적인 학자들은 중국 정치가 공평과 평등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베이징 대학의 쉬전저우(徐振洲) 교수도 이러한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즉 "우선 엘리트주의를 청산하고 신분 평등 사회로 내려와야 한다. 권력의 장기 독점은 부패한다는 점에서 중국식 정권 교체의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 사회와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체제 이데올로기의 구심점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대담한 이념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 스스로가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정치 개혁과 중국식 민주의 관건이 정치 주체 사이의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라면 참여와 선거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국 국민들이 이 체제와 제도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래 우리의 행복지수(BLI)가 항상 하위권이었다. 지난해에도 36개국 중 27위였다. 더구나 환경,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등의 지표가 더 나쁘다는 점에서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혁신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 국민도 지금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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