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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착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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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착해서 미안해!"

[TV PLAY] 착한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공준수(임주환)가 나도희(강소라)에게 한 이 말은 SBS 일일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의 세계를 그대로 대변한다.

<못난이 주의보>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고맙고 하지만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평범해서 쑥스러운 문장들의 나열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이 감정들이 소위 '착한 드라마'라 불리는 이 작품의 바닥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사실 '착한 드라마'라는 이름은 우습다. 하도 '막장 드라마'가 득세하다 보니,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송 중인 문화방송(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 공주>와 비교되어 얻은 이름이지만,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현실이 우습다. 어쨌든, <못난이 주의보>의 인물들은 착하다. 정확히 말하면 건강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는 게 즐겁다.

준수의 살인 전과를 감싸는 도희의 마음은 비단 "벼락같은" 사랑에 눈 먼 여자라서만은 아니다. 도희가 준수를 동대문 시장 짐꾼으로 지나치지 않고 그 사람됨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지만 사리분별이 바르고 존경할 만한 어른으로 그려지는 도희의 할아버지 나 회장(이순재)이나 강직한 검사인 현석(최태준)도 마찬가지다.

하룻밤 실수로 철수(현우)의 아이를 갖게 된 진주(강별)가, 철수는 물론 결혼을 반대하는 철수의 어머니 정자(송옥숙)에게도 이를 밝히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생활력으로 설득해 결혼 승낙을 받는 모습도 흔한 전개가 아니었다. 일일 드라마라면, 진주는 미혼모가 되고 홀로 키운 아이는 나중에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게 먼저 연상되니 말이다.

도희를 사이에 두고 준수와 현석이 연적이 된 구도 역시 형제 간의 삼각관계라는 것으로 갈등을 쌓고 이야기를 질질 끌 법도 하건만, <못난이 주의보>는 지금 현재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지극히 당연한 기준으로 관계를 정리한다. 물론 야망을 위해 도희에게 접근하고 일을 꾸미는 한서(김영훈)나 속물근성을 숨기지 못 하는 인숙(이일화)과 정자 같은 인물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캐릭터로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 SBS 일일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SBS

그리고 무엇보다 공준수가 있다. 동생 현석을 위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10년을 지낸 이 남자는 사기꾼 아빠를 사랑해준 천사 같은 아줌마가 엄마가 된 순간부터 자신 역시 천사의 삶을 예정 받았다. 갓난아기 막내 동생을 남기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 진주와 현석까지 준수의 어깨에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 지워졌지만 그에게 이는 짐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였다.

오빠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동생의 학비를 모으고 아침 일찍 동생이 근무하는 미용실의 유리창을 닦고, 겨우 형이라 불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동생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려고 한다. 사실 끝없이 희생만 하는 인물이 무조건 시청자의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준수는 도희의 말처럼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킨다. 절대선의 천사라서만은 아니다.

정지우 작가는 준수를 보답도 의심도 없이 희생하는 인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을 준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먹거나 이용하는 아귀로 그리지 않는다. <못난이 주의보>는 동생의 살인죄를 뒤집어쓰는 형, 이 사실을 모른 채 검사가 된 동생, 살인 전과를 가진 남자와 재벌가 여자의 사랑, 이 여자를 목표로 삼은 야심가의 계략 등 자극적인 갈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요소를 분명히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설정들을 통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그 사람의 인성인 동시에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라고 이야기한다. 준수의 선택이 쉬운 것이라 당연한 게 아니고, 몇 번을 다시 고민하더라도 그는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이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다시 그의 행복으로 돌아갈 것임을 차분하게 설득한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못난이 주의보>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선의는 보답받지 못하고 악의에 잡아먹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에게도 좀 더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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