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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자동차' 수소차, 진짜 친환경차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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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자동차' 수소차, 진짜 친환경차 되려면…

[현장] 현대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앞장 서는 이유?

잠시 중학교 과학 시간으로 '타임 슬립'을 해보자. 컵에 담긴 물의 한 쪽에 양(+)극을, 다른 한 쪽에는 음(-)극을 담가 놓은 다음에 전기를 흘려준다. 그럼, 음극에서는 수소가 양극에서는 산소가 발생한다. 물(H2O)의 구성 성분인 수소(H2)와 산소(O2)가 2대 1의 비율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로 유명한 '전기 분해'다.

1839년, 영국의 윌리엄 그로브 경은 이런 전기 분해의 역반응을 발견했다. 전기 분해와 반대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물을 만들어지면서 열과 함께 '전기'가 발생한 것이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키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부산물은 단지 '물'뿐이다. 바로 '수소 경제'의 꿈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64년이 지난 2013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에서 이 수소 경제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200여 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장마가 잠시 갠 지난 7월 25일 이곳을 찾았다.

ⓒ프레시안

수소로 가는 '꿈의 자동차'를 타 봤더니…

겉만 봐서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자동차 '투싼'과 차이가 없었다. 내부 인테리어와 오디오 등 부속 사양도 여느 차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여느 자동차와는 확실히 달랐다. 1분당 엔진의 회전수를 나타내는 RPM 계기판 대신에 전력(㎾) 계기판이 있었다.

시동 버턴을 누르니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분명히 시동이 켜졌는데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거 시동 켜진 거 맞아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조수석에 앉은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해 보니, 전기 자동차니 이러는 게 당연하다. 시동 버턴을 누른 것은 오디오를 켠 것과 다를 게 없다.

ⓒ프레시안

차를 몰고 연구소를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나선다. 조용하다. 속도계를 보니 시속 100킬로미터다. 자동차 소음의 가장 큰 원인인 '흡입-압축-폭발-배기'로 이어지는 자동차 내연기관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가끔 브레이크를 밟을 때를 제외하고는 진동도 없다. 조수석에 앉은 연구원이 "'운전하는 맛이 없어서 인공 소음을 넣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잠깐.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 자동차'다. 이것은 운전 중 계기판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동차 내부의 에너지 흐름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본 연료는 자동차 뒤에 부착된 수소 탱크에 실린 5.6킬로그램의 수소다.

이 수소는 자동차 앞쪽에 부착된 '연료전지 스택'으로 주입되어 공기 중에 포함된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 이온(H+)과 산소 이온(O2-)이 결합해 물(H2O)이 만들어지는 곳인 연료전지 수백 장을 겹쳐 놓은 이 스택은 환경기술연구소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국산화율 96퍼센트에 이르는 이 스택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차 바퀴에 연결된 전기 모터에 공급되는 이 전기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1차 동력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황산화물과 같은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물질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오직 물뿐이다. 실제로 30분간의 운전 후에 뒤쪽에 붙은 소음기(머플러)를 확인해 봤더니, 물기만 묻어 있다.

▲ 자동차 앞부분에 위치한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는 전기 모터를 가동해 바퀴를 움직인다. ⓒ프레시안

이 자동차의 동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 연료전지 스택에서 생산한 전기 중 일부는 자동차 하단에 설치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충전된다. 자동차가 운전 중에 브레이크를 밟을 때 생산한 전기도 이 배터리로 충전된다. 브레이크와 바퀴의 마찰력을 이용해 만들어낸 전기를 허투루 버리지 않는 것이다. 주행 중에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모터에서 배터리로 전기가 충전되는 것이 보였다.

▲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전기 모터에서 배터리로 전기가 충전된다. ⓒ프레시안


이렇게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는 급가속 등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할 때나, 차량 내 각종 전자 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사용한다. 오르막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더니 계속해서 충전만 되던 배터리에서 순간적으로 전기가 모터로 흘러나왔다. 이 리튬 이온 배터리 역시 국산이다.

▲ 급가속 등을 할 때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가 순간적으로 전기 모터로 공급된다. ⓒ프레시안

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최장 594킬로미터의 주행이 가능하다.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이 5.6킬로그램 정도니 1킬로그램당 약 100킬로미터의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휘발유 기준으로 연비를 환산하면 1리터당 27.8킬로미터 수준이다. 최고 속력은 시속 160킬로미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는 현대車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양산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 만들어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전용 생산 공장에서는 2015년까지 국내외에 1000대의 투싼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2012년 9월에 덴마크 코펜하겐 시와 관용차 15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현대자동차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시장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자동차가 1킬로미터 달릴 때마다 탄소 배출량을 95그램으로 줄여야 한다는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2018년까지 오염물질을 아예 배출하지 않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같은 무공해 자동차 의무 판매율을 16퍼센트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미국서 1000대의 자동차를 팔면 이 중 16퍼센트인 160대 이상은 무조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같은 무공해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대당 수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김성균 책임연구원은 "화석연료 자동차로는 이런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대·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에 이어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나선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도요타, 혼다, GM, BMW 등 전 세계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석유에 의존하는 자동차의 미래가 불확실성하다는 점이다. 유가 100달러 대의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급격한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염두에 두면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자동차의 개발은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성균 책임연구원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석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도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석유 고갈, 온실 기체가 초래하는 기후 변화 등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다만 기업 차원의 대응만 가지고는 한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이다.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충전소 3기(용인, 화성, 울산)를 포함해 전국에 총 13기뿐이다. 독일이 2015년까지 100기 수준의 수소 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당 2억 원에 육박하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가격도 문제다. 현재 도요타, 혼다 등 현대자동차를 바짝 뒤쫓고 있는 자동차 기업은 2015년까지 대당 500만~1000만 엔(약 6000만~1억2000만 원)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성균 연구원은 "어느 기업이 먼저 대당 5000만 원대 가격의 상품을 내놓는지에 따라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많은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자동차 산업이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면, 현대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현재도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의 국내 협력 업체는 120개에 이른다. 환경기술연구소는 3M 등 초국적 기업에 의존하는 일부 핵심 부품(막전극접합체(MEA : Membrane Electrode Assembly))의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 많은 수소는 도대체 어디서 구할까?

하지만 이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비롯한 '수소 경제'의 장밋빛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수소 경제를 지탱하는 수소의 원천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수소는 무한정한 자원이다. 물(H2O)이나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화수소(CHX)에서 계속해서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가 어디서 왔는지 들여다보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현재 수소 연료전지의 원료로 사용되는 전 세계 수소의 대부분(96퍼센트)은 천연가스(48퍼센트), 석유(30퍼센트), 석탄(18퍼센트)에서 얻는다. 사실상 수소의 원천이 화석연료인 것이다. 왜 수소를 물에서 뽑아내지 못하냐고? 물에서 수소를 뽑을 때 필요한 엄청난 전기를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소를 물에서 뽑아내더라도 이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방금 언급했듯이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서 수소 기체를 뽑아내려면 '전기' 분해를 해야 하듯이 말이다. 물에서 수소를 뽑아낼 때 사용하는 전기를 화력 발전소(석탄·석유·가스)나 핵발전소(우라늄)에서 얻는다면, 그것은 무늬만 수소 경제일 뿐이다.

김성균 연구원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자체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전기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라며 "전기 자동차 자체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처럼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그 전기가 화력 발전소나 핵발전소에서 온 것이라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성균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북유럽처럼 풍력 에너지나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뽑아낸 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풍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뽑아낸 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은 바람이나 햇빛이 좋을 때 초과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일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이런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서 필요한 때에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거나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로 난방을 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하는 방안이 모색 중이다.

김성균 연구원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수소를 사용할지의 문제는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고민을 해야 할 과제"라며 "일단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 수소를 허투루 버리지 말고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수소 경제의 걸음마 단계에서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수소가 바로 '부생 수소'다.

수소 시대, 뛰는 기업 굼뜬 정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기후 변화와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는 자동차 업체의 몸부림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힘만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부 차원의 치밀한 계획과 구체적 실천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3월 청와대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처음 타고 국가 차원의 수소 경제를 선언했던 게 벌써 8년 전이다. 5년 전인 2008년 10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탄소 시대에는 뒤졌지만 수소 시대만큼은 원천 기술 개발로 우리가 앞서갈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쯤 와 있는가? 또 앞으로 5년 후,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쯤 가 있을까?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또 다른 환경 자동차로 알려져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와는 어떻게 다를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보통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둘 다 장착된 자동차를 일컫는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으로 주행하거나 제동할 때 생산되는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시동을 걸거나 저속 주행할 때 그 전기로 모터를 구동한다.

요즘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배터리를 외부 전원 장치에 연결해 별도로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당연히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서 배터리 용량이 커야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서 연비를 더 높일 수 있다.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 없이 전기로 구동하는 자동차를 통칭한다. 넓게 보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도 전기 자동차이다. 하지만 통상의 전기 자동차는 장착된 배터리를 충전하고 나서, 이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에만 의존해 전기 모터를 구동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에 따라서 주행 거리가 제한된다.

전기 자동차의 단점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비교하면 더욱더 두드러진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5.6킬로그램을 충전하는 데 5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보통의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7시간 정도가 걸린다. 수소 5.6킬로그램을 충전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594킬로미터의 주행이 가능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약 130~140킬로미터가 최장 주행 거리다. 이런 단점 때문에 전기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더라도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업무용이나 출퇴근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아자동차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양산형 전기 자동차 '레이 EV'를 출시했다. 레이 EV는 1회 충전 후 139킬로미터의 주행 거리의 전기 자동차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카셰어링 업체가 이 차를 서비스 차량으로 선택해 화제가 되었다. (☞바로 가기 : 시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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