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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 삼성SDS에 맡기면 이틀이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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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 삼성SDS에 맡기면 이틀이면 찾는다"

김익한 한국기록연구원장 "국가기록원 무능이 문제"

"대화록 실종 기사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김익한 한국기록연구원장(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이 <주간동아> 최근호(제898호)와의 인터뷰 중에 이렇게 일갈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기록관리 태스크포스(TF) 팀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현재의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

이랬던 김익한 원장이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목소리를 높였을까? 하지만 상황은 엉뚱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 실종'을 전제로 한 새누리당의 고발에 즉각 반응하고 나섰다. 25일 사건을 배당받자마자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가 수사에 착수했으며, 김만복 전 국정원장,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 관련자 출국 금지 조처를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의 '정략적 차원'의 고발에 즉각 반응한 검찰의 수사 방향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지난 2008년 봉하 마을 기록물 이전 사건 수사와 관련한 검찰 언저리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이었다.

게다가 특검을 주장해온 야당은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 모두 'NLL 출구'를 찾지만, 이 논란을 이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여당은 '사초 실종'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군불'을 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사초 실종'이란 충격적인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정작 국가기록원을 제외한 다른 기록 관리 전문가들의 검토는 전혀 받지 않았다. 김익한 원장 등 전문가들이 답답해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미 <프레시안>은 지난 기사에서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회의록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들의 주장을 자세히 다뤘다. (☞관련 기사 :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대화록은 존재한다")

이미 정치권의 관심은 다른 데로 넘어간 듯 하지만, 김익한 원장의 말을 빌려서 다시 한 번 설명해보겠다. 김 원장은 인터뷰에서 대화록을 못 찾은 이유를 아래처럼 다시 설명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 회담 회의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대화록을) 왜 못 찾았을까?

"가능성은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PAMS)에 업로드하지 않았거나 다른 곳에 업로드했을 수 있다. 페이퍼나 CD에 담겼을 개연성도 있다. 열람 기간을 연장해 (대통령기록관의 지정·비밀 기록 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이것도 다 찾아보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쟁으로 스톱됐다.

둘째, e지원 시스템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할 때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이는 e지원 시스템을 구동해야 찾을 수 잇는데, 열람 기간 내 구동이 안 됐다. 국가기록원의 무능과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고 본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여야 열람위원끼리 싸우는 바람에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도 없었다. 전문가가 사흘간 찾았다지만, 내가 볼 땐 전문가들이 일한 시간은 반나절 정도였다.

셋째, 회의록 제목을 암호로 썼을 수도 있다. 내용과 무관한 제목일 경우 검색되지 않기 때문에 본문 파일을 검색해야 하는데, 본문이 암호화돼 있어 현 시스템으론 찾을 수 없다. 본문에는 암호가 걸려 있다."


김익한 원장은 이밖에도 대화록을 찾지 못한 데는 국가기록원의 무능도 한몫했음을 고발했다. 놀랍게도 현재 국가기록원 내에 노무현 정부의 업무 관리 및 전자 결재 시스템인 e지원 시스템을 재구동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력이 없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일각에서는 e지원 시스템을 재구동하지 못하는 국가기록원을 답답하게 본다. e지원 시스템은 삼성SDS가 만들었다. 국가기록원이 e지원 시스템을 인수할 때 제조사(삼성SDS) 정도의 전문성만 있었더라면 이틀이면 구동할 수 있다. 기록 정보 관리는 콘텐츠 관리 측면이 강하다. 이번에 검색에 실패한 이유도 콘텐츠 관리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익한 원장의 지적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시 말하지만 대화록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못 찾은 것이다. 분명히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다.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부터 퇴임 시까지 사용한 e지원 시스템을 재구동하면 분명히 대화록을 확인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e지원 시스템을 이관하면서 남북 정상 회담 대화록을 삭제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게 의심된다면 대통령기록관의 지정·비밀 기록 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원본 하드 디스크도 확인해 보자.

셋째, 국가기록원이 무능해서 e지원 시스템을 재구동하는 것이 정녕 어렵다면 (부끄럽지만 삼성SDS에 사정을 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대통령기록관의 지정·비밀 기록 서고를 뒤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곳에 남북 정상 회담의 녹음테이프·CD 등이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넷째, 이것도 저것도 어렵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의 지정·비밀 기록 일부의 암호를 해제하고 재검색을 시도해야 한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초 실종' 기사를 볼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것이 때로는 단점이기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항상 역사와 대화하는 지도자였다. 그가 이전 정부의 국가 기록물 관리를 개탄하며 집권 기간 중에 생산되었던 온갖 자료를 고스란히 보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쓴 것도 바로 역사 속에서 노무현 정부의 공과가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라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역사와 대화하고자 시도한 일이 자신을 부관참시 모욕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쌍하고 또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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