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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행정' 부산시, 3300억 오페라하우스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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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행정' 부산시, 3300억 오페라하우스 미스터리

[정희준의 '어퍼컷'] 막장 행정의 끝, 부산 오페라하우스

지난 달 24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의 건물 부분만 시 공유 재산으로 취득하겠다고 상정한 "공유 재산 관리 계획 변경 계획안 동의안'을 승인해 줬다. 이게 무슨 소리냐. 부산시가 땅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만 시 재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을 승인해 준 것이다. 그럼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한 시의원의 지적대로 부산시가 허공에다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것을 시의회가 허락한 것이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지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땅주인인 부산항만공사에 부지를 무상 임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부산항만공사는 거절했다. 땅값 65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땅도 확보하지 못했는데 부산시는 부지 비용까지 합하면 얼추 3300억 원이 들어갈 부산시 역사상 최대 건축물의 변경안을 시의회까지 압박해 통과시킨 것이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와 관련하여 땅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투·융자 심사도 안 받았고, 중·장기 재정 계획도 없는데 지금 그야말로 이판사판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페라 수요도 없는 부산에 3300억 원짜리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요, 한 마디로 '골 때리는' 사업이다.

ⓒ부산광역시

허공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부산시의 공중 부양 행정

롯데가 기부하기로 한 1000억 원을 계기로 시작된 부산 오페라하우스 사업은 지금 땅값을 제외한 건축비만 2629억 원이 책정된 '괴물 사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면 나머지 1629억은? 부산시의 대답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전액 국고를 끌어오겠단다. 이쯤 되면 제 정신이 아니든지 아니라면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오페라하우스는 국고를 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 절차인 중앙 정부의 타당성 조사는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마지막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부산에 들어서게 될 동남권 국립아트센터에 2000억 원가량의 국비가 투입되면 같은 지역에 유사 시설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국가가 중복 지원할 이유는 전혀 없다. 부산·경남(PK) 지역을 아랫사람 보는 듯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대규모 공공 사업은 일단 땅 파기를 시작하면 공사비는 계속 오른다. 부산의 영화의 전당은 초기 설계 당시 400억 원짜리 건물로 시작했는데 결국 1700억 원을 쏟아 부은 후에야 마무리됐다. 오페라하우스도 5000억 원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삼성이 몇 년 전 고작(?) 600억 원을 들여 대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줬는데 지금 대구는 이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롯데가 부산에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금 1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을 때 그 돈에 맞게 지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일이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없는 오페라를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3000억 원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나서니 시민과 전문가들이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돈도 없고 땅도 없는데

지역에서는 올해 부산문화재단에 적립금으로 내놓아야 할 40억 원도 절반 깎아 20억 원만 낸 부산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사업의 포기 및 연기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부산시는 이판사판, 좌충우돌의 '막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시는 민·관·학 협의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임명장 주고 위원장 선임하는 회의 외에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는 넉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결국 시간 끌기용이었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는 지난 주 신임 부산문화회관장에 작년부터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부산시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박성택 전 예술의전당 사무처장을 내정하는, 허를 찌르는 행정을 선보였다. 예술의전당 재직 시절 파행적 운영과 총체적 부실 그리고 전문성과 능력 부족 문제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라 한다.

이렇듯 다양한 전술 전략을 구사하던 부산시는 급기야 상식 밖의 공격수를 차출한다. 이번 달 22일 부산광역시의회가 주최하는 '오페라하우스의 올바른 건립을 위한 토론회'에 나설 단 한명의 발제자로 공연관련 기업 본부장을 내세운 것이다. 대규모 사업과 관련한 공공 기관의 토론회는 항상 복수의 발제자 및 토론자가 나서고 찬반 측을 공평하게 배분한다. 정책 토론회 20년 경력의 한 문화예술 전문가는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웃는다. 게다가 토론자로는 시의원 뿐 아니라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도 직접 등장한다. 이판사판 토론회다.

더욱 코미디 같은 것은 아직까지도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당위성을 마련하지 못했는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당위성을 만들어달라며 부탁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업은 2년이 지나도록 땅도 없고, 돈도 없고, 발제자는 업자를 모셔 와야 하고, 당위성은 사방팔방으로 구하러 다녀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도대체 부산시가 노리는 것은? 혹시 설계비?

이제까지 보아온 전국의 많은 사업 중에 부산오페라하우스처럼 황당무계한 사업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도대체 부산시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업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이마저도 오리무중이다. 연초엔 부산시 고위층 사모님의 의지 아니겠냐는 참으로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마저 있었다. (☞관련 기사 : 수천 억 날릴 아내 사랑 "부산엔 오페라하우스 왜 없노?")

그런데 이번에 변경 계획안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되면서 가시화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설계비의 지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사실 오페라하우스는 시간적으로 현 시장의 임기 내에 공사 개시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설계를 위해 80억 원의 설계비부터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설계비는 총 사업비의 10퍼센트인 무려 240억 원이다.

사실 지난해 10월 국제 설계 공모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선된 노르웨이 스노헤타와 부산의 일신설계의 디자인은 영화의전당 때처럼 모방 논란이 있었다. 일신설계 측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계 당선작은 노르웨이 국립오페라하우스와 설계가 거의 비슷하다. 문제는 실시 설계 착수 후 부지 양여 협상이나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되면 최소 80억 원의 설계비는 허공에 날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용산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자체가 허공으로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기본 설계비 1060억 원은 고스란히 설계 회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래서 한 지역 언론은 변경 동의안의 통과에는 이미 책정된 설계비를 미리 사용하려는 부산시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추측을 기사화할 정도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설계비를 '숱한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지급하려는 것일까. 역시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보니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 고위 인사의 차기 총선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부산시가 막행정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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