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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돌 '큐리오시티', 외계생명체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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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돌 '큐리오시티', 외계생명체 만날까?

[이명현의 '사이홀릭'] 마크 코프먼의 <퍼스트 콘택트>

'외계생명체'가 제목에 붙은 강연을 할 때마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외계인과 UFO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사람들의 나이나 관심사에 따라서 이런 질문들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양하게 분화되지만 결국은 지능이 발달한 외계인이 UFO를 타고 지구에 왔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 대답을 그래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천문학자'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은 것일 것이다. 어쨌든 일반인들에게 '외계생명체=외계인'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인지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대답은 늘 건조하게 흘러가고 만다. 과학적인 접근 방법의 입장에서 'UFO를 타고 온 외계인'에 대해서 논평하는 식이다. 물론 나도 한 때 초등학교 시절에 아담스키형 UFO에 열광했었다는 이야기도 사족삼아 덧붙인다.

2005년 무렵부터 이런저런 이유와 인연으로 외계생명체에 대한 독립적인 강연과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강연의 내용이나 방식은 시간에 따라서 또 새로운 발견이 튀어나올 때마다 바뀌었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첫 화면으로 자주 사용하는 사진이 있다. 한참 전에 네팔에 갔을 때 찍은 흑백 필름 사진인데 내 뒤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고 그 상공에 검은 UFO 하나와 하얀 UFO 3~4대가 찍힌 사진이다. 물론 이 검은 점과 하얀 점들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 인위적으로 생긴 얼룩이다. 이 얼룩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언젠가 내가 하는 외계생명체 강연을 들어보길 권한다. 이 사진을 사용해서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외계인이 타고 온 UFO'에 대한 과학적 논평을 하곤 한다. 가끔씩 진짜 강연 내용은 이야기 하지도 못하고 이 사진 한 장으로 전체 강연 시간을 다 보낼 때도 있다. 사람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외계생명체 강연에 들어가면서 자주 사용하는 사진이 또 하나 있다. '앨런힐스 84001'이라는 이름이 붙은 화성에서 날아와서 남극 대륙에서 발견된 운석 사진이다. 이 운석을 분석한 결과 화성의 고대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후 그 진위 여부에 대한 큰 논쟁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거치면서 현대적인 우주생물학이 태동하게 되었다. 이 운석을 둘러싼 화성 고대 생명체 흔적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주로 우리가 지구에 가만히 앉아서 이미 외계생명체의 흔적을 목격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화성이나 다른 행성들과 지구가 운석의 교환을 통해서 생명의 태동 단계에서 교류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내 의견을 말하곤 한다.

그 다음에는 보통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이나 위성으로 돌린다. 어떤 후보들이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현재 과학적 탐색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 주로 설명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는 외계생명체는 외계인이 아니다. 기껏해야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 일부 행성이나 위성에서 미생물 정도의 생명체가 살고 있고 곧 발견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태양계 내에 우리 이외의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화성 이야기는 따로 떼어내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과학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화성은 외계생명체 발견의 첫 장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생명의 번성에 꼭 필요한 물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특히 액체 상태의 물이 중요하다. 지구의 바다를 연상해보면 직관적인 동의를 할 것이다. 화성에는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얼음 상태의 물은 이미 발견되었다. 문제는 땅속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액체 상태의 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주 좋은 소식도 같이 이야기를 한다. 화성에서 주기적으로 대량의 메탄가스가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화성의 땅속 촉촉한 지역에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메탄가스를 우리가 관측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꼭 이야기를 하고 넘어간다. 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의 활약상을 중계하는 것도 내 강연에 꼭 포함되는 사항이다.

요즘 가장 활발한 천문학 또는 우주생물학 분야 중 하나가 외계행성 탐색이다. 태양계 밖 다른 곳에 존재하는 행성을 찾는 작업이다. 별이 있으면 그 주위에는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을 찾는다면 그곳에 생명체 특히 지적생명체가 존재할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과 다른 지상망원경이 찾아낸 외계행성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강연은 보통 지구와 비슷한 유사지구를 찾는 작업은 어디까지 와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까지의 관측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우리 은하 안에만 계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500억 개가 넘는 유사지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 강연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마친 후 비로소 외계지적생명체 즉 외계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외계행성 부분에서 강연을 그치기도 한다. 강연 첫 장면에서 UFO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사실은 이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한 어느 정도는 의도된 예방 작업이기도 하다. 외계지적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한 그런 작업을 하는 과학자들의 철학과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작업의 원리를 소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후 그동안의 탐색 작업의 결과를 소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미래의 계획과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쯤이면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외계인을 발견했는지의 여부를 묻는 질문 말이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나는 느닷없이 확률과 통계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나는 어떤 전파신호를 외계지적생명체가 보낸 인공적인 신호인지 아닌지를 2035년이면 통계학적으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한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기는 한다. 보통 성인을 대상으로 한 1시간 반이나 두 시간 정도의 강연은 이런 얼개를 갖고 진행된다.

외계생명체에 대한 강연이나 강의를 하면서 늘 아쉬웠던 것이 있다. '왜' 외계생명체를 찾으려고 하고 '무엇'을 통해서 탐색 작업을 하는지 그 과학적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강연 시간 중에 어느 정도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해서 이야기할 수가 있다. 좀 더 깊고 넓게 그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몇 권의 책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곤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과학적 탐색 작업이 수행되는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론적인 현상 보다는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더 과학적인 면모를 드러내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시간'이다. 강연은 늘 아주 제한된 시간 동안 특정 대상을 향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숱한 이야기들에 밀려서 과학적 탐색의 수행 과정이나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저 에피소드 정도로 한두 군데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참고하라고 권할만한 책이나 다큐멘터리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이 '왜'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진행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서술은 부족한 편이다. 마땅히 권할 만한 자료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 <퍼스트 콘택트>(마크 코프먼 지음, 민영철 옮김, 한길사 펴냄). ⓒ한길사
<퍼스트 콘택트>(마크 코프먼 지음, 민영철 옮김, 한길사 펴냄)은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은 과학자가 아니라 기자인 지은이가 우주생물학의 과학적 탐색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바로 그 현장에서 많은 우주생물학자들을 직접 만난 생생한 기록물이다. 우주생물학의 연구 결과물이 생산되고 있는 현장에서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기자의 눈으로 관찰한 것을 기록해 놓았다. 따라서 <퍼스트 콘택트> 속에는 요리가 되기 이전의 살아 숨 쉬는 과학자들의 열정이 그대로 온기를 간직한 채 전해지고 있다. 때로는 논문 뒤에 가려져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그들의 좌절을 여과 없이 전달하기도 한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은 현장보고서다. 때로는 과학적 논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과학자들 사이의 경쟁과 분열과 반목에 대해서도 기자의 시각에서 꼼꼼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퍼스트 콘택트>다. 이제 강연 때마나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할 생각이다. 내 고민의 일부를 해결해 준 고마운 책이다.

'외계생명체=외계인'이라는 보편 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퍼스트 콘택트>라는 제목을 보면 바로 UFO를 타고 온 외계인과의 조우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대부분은 미생물이나 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은연중에 우주 공간은 지구에 비해서 척박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지극히 지구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이기는 하다.) 그래서 외계생명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탐색하고 있는 곳이 지구에 존재하는 극한 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남극의 빙하 속이나 화산이 터지고 있는 곳이나 심해저 같은 곳이 그들의 관심 지역이다. 언뜻 보기에는 생명이 살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생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생명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더 척박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구 중심적인 사고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우주의 환경에서도 생명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미생물이나 박테리아를 찾는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퍼스트 콘택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77년 말이나 1978년 초 쯤 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한 과학자의 강연회에 갔었다. 화성탐사선 바이킹호에 장착되었던 일종의 생명 탐색 장치를 만들었던 과학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하는 강연회였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의 이름은 길버트 V. 레빈일 것이다. 자세한 강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식적인 결과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자신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그가 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가 고안했던 이른바 '표식 붙은 배출 실험'에 대한 미국 나사의 공식 입장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레빈이 왜 바이킹호 10주년 기념 모임에서 '바이킹 표식 붙은 배출 실험이 생명을 발견했다는 것이 아마도 맞을 것입니다.'라고 나사의 공식 입장과는 반대되는 견해를 표출했는지 또 바이킹호 30주년 공식 기념식에서 어쩌면 바이킹호 생명 탐색 장치의 대부여야 할 레빈이 왜 강연을 하도록 초청받지 못했는지 같은 이야기가 <퍼스트 콘택트>에 자세하고 생생하게 적혀있다.

과학은 그 자체로는 늘 객관적이어야 하겠지만 과학 또한 과학자가 수행하는 것이니만큼 진화의 산물인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 양식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킹호를 둘러싼 논쟁이 무엇인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를 이 책은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다.

"현대의 우주생물학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말, NASA의 연구원들이 남극에 떨어진 고대의 화성 운석에서 생명의 징후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였다.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하여 많은 과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화성이나 다른 곳에서 날아온 운석들에 대한 연구는 여하튼 크게 꽃피우게 되었다. 그 후로 연구자들은 점점 더 정교해진 장비들을 사용하여 운석들에 숨겨져 있던, 이제는 널리 알려진 비밀들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매우 구체적인 이러한 모든 발견과, 우주공간은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탄소 기반의 화합물들로 가득 차 있고 이들은 우리 지구나 다른 천체들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 우주에서 지구가 생명이 탄생한 유일한 곳일 수 없음을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확신시켜주었다."

<퍼스트 콘택트>에는 앞서 언급했던 운석 '앨런힐스 84001'과 관련된 과학적 논쟁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그 서술이 과학적 논쟁을 보여주는데 머물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마땅히 진화심리학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과학자들의 모습을 잘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과학적 담론 또한 일정 부분 구성되어진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퍼스트 콘택트>에서 코프먼이 기록하고 있는 것들 또한 중요한 1차 과학 사료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앨런힐스 84001'에서 화성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얼마 전에 고인이 된) 데이비드 맥케이가 겪었던 과학적 인간적 고통에 대한 서술은 내가 막연하게 가십거리로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화성이 현재 살아 있거나 혹은 전에 살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최고의 표시는, 메탄가스가 특정한 위치 특정한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퍼스트 콘택트>를 쓴 코프먼은 마이클 머마가 화성의 메탄가스를 관측하고 있던 천문대에도 직접 방문했다. 머마는 화성에 메탄가스를 생산해내는 생물학적 공급원인 '메탄 생성 미생물들'이 존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코프먼은 어떤 관측적인 증거들이 머마로 하여금 그런 확신을 갖게 하는지 그와 함께 관측을 하고 생활하면서 때로는 직관적으로 때로는 객관적인 기자의 입장에서 기록하고 있다.

몇 년 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비소 박테리아' 사건의 주인공인 펠리사 울프 사이먼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기록도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논쟁적인 사건일수록 더 선정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잠시 편견을 물리고 <퍼스트 콘택트>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왜 과학자가 아닌 기자가 쓴 우주생물학 책이 필요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고 있다.

<퍼스트 콘택트>는 제목이 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미생물과 박테리아 그리고 그것을 쫓는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물론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현장에도 코프먼은 가 있었고 그 과정을 생동감 있게 한 단원에서 묘사하고 있다.

<퍼스트 콘택트>가 선보인 또 다른 미덕은 그동안 우주생물학 책이나 외계지적생명체에 대한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의 최근의 연구 결과나 활동들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 '프로젝트 도로시'를 주관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일본의 천문학자 나루사와 신야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 책은 처음 보는 것 같다.

1960년 미국의 전파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태양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는 고래자리 타우별과 에리다누스자리 입실론별을 관측했다. 목적은 이 별들 주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지적생명체가 보냈을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포착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오즈마'라고 이름 붙여진 첫 번째 과학적인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오즈마'가 수행된 지 50년이 되던 2010년,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전 세계 15개국의 25개 기관이 참여해서 1960년 드레이크가 관측했던 별들을 다시 관측하는 '프로젝트 도로시'가 나루사와 신야의 제안에 의해서 수행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첫 관측은 2010년 11월 5일에 진행되었다. 나도 국립과천과학관의 이강환 박사와 함께 그곳의 7.2미터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러 가지 기계적인 문제 때문에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국제적인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지 행운이었다.

한편으로는 당시 국내에 가동할 수 있는 훌륭한 다른 전파망원경이 있었음에도 '프로젝트 도로시'에 이들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참여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대표적인 전파천문학자들이 앞장서서 가장 좋은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계 특히 전파천문학계 내부의 몇몇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던 계획이 좌절되고 말았다.

"우주생물학이 최소한 증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이 한 번 시작되면 상상을 넘는 집요함을 가지고,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점이다"

<퍼스트 콘택트>은 이 글에서 다룬 몇몇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과정'과 '과학자'와 '디테일'이 있어서 더 풍성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의 '퍼스트 콘택트'는 외계미생물이나 외계박테리아와의 첫 만남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발견의 시작은 궁극적으로는 외계지적생명체와의 조우를 멈출 수 없게 하는 시발점이 되고야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계생명체와의 첫 만남은 우리에게는 '두 번째 생명체'와의 만남이 될 것이다. 하나와 둘의 차이는 하나와 모든 것의 차이만큼이나 클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것과 둘이 있는 것은 유일함과 다양성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할 통과의례 같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퍼스트 콘택트>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추천하는 우주생물학 관련 '세컨드 북'이라고 부르고 싶다. 과학자가 쓴 원리와 현상이 중심이 된 '퍼스트 북'과 함께 우주생물학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을 풍성하게 해줄 바로 그런 '세컨드 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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