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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억 날릴 아내 사랑 "부산엔 오페라하우스 왜 없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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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억 날릴 아내 사랑 "부산엔 오페라하우스 왜 없노?"

[정희준의 '어퍼컷'] 광주 U대회 vs. 부산 오페라하우스

얼마 전 독특한 경험을 했다. 광주시의회의 '지방 분권 및 재정 건전성 연구 모임'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내외 국제 경기 대회의 경제 효과를 놓고 발표를 하며 겪은 일이다.

광주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준비 중이고 이 여세를 몰아 2019년엔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광주는 현재 재정 자립도가 광역시 중 최하위인 41퍼센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러니 이러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시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이미 재정 압박이 심한 광주는 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도시 철도 2호선 건설까지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광주시와 시민에게 올바른 결정인지 시의회 차원에서 고민을 한 듯하다.

재수 끝에 유치한 광주 U대회의 총 사업비 8171억 원 중 광주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3년간 총 4330억 원이다. 그런데 전임 박광태 시장이 유치에 나서면서 각국 참가 선수단의 왕복 항공료와 식·숙박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대회 유치 1차 시도 당시 무려 106억 원의 유치 비용을 투입하고서도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엔 장단점이 뒤섞여 있다. 그런데 사회 인프라 확충 외에는 대부분의 장점이라는 것들이 지역의 대외 이미지 제고나 국제 도시로의 부상 등 매우 추상적인 것들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주장하는 경제 효과나 고용 효과 등은 모조리 '뻥'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단점은 매우 명백하고 직접적이며 심대하다.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도 특히 종합 경기 대회는 지역 경제를 골병들게 만들고 시민들은 그 뒷감당하느라 허리가 휜다. 외국의 도시들이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나설 때 그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우리로서는 황당한 풍경이 벌어지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외국의 학계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주제다.

정부는 언론을 두려워하고 시민을 무서워해야

두 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데 시의회에서 전화가 왔다. 기자들에게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줘도 되겠느냐 묻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알겠다면서 그런다.

"여기 지금 난리 났습니다."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기사를 써 내기 시작했다는데 내가 놀란 것은 광주시도 이미 반박 자료를 냈다는 것이었다. 토론회 끝난 지 한두 시간 지났을 때였는데 이 정도면 기자들보다도 빨리 써낸 듯싶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레 부산과 광주를 비교하게 됐다. 사실 나는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일당 독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시와 의회가 패거리지어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끼리끼리 해먹기 때문에 지역에 발전이 없다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번 경험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광주가 부산과 다른 점은 시청이 여론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시장의 역점 사업에 비판적인 토론회를 시의회가 개최하고, 시청은 이런 조그만 토론회에도 신경을 쓰고,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반박 자료를 뿌리는 모습이 부산 사람인 나에게는 정말 이채로웠다. 시가 언론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시가 시민을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시장과 시의회가 사실상 같은 당 소속이더라도 서로 비판하다는 점이다. 광주의 강운태 시장은 민주당이고 시의회도 민주당이 지배한다. 그런데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같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견제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나는 시청과 시의회와 언론이 시의 정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서로 반박하며 공방을 벌이는 광주시의 모습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부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떤가. 하는 사업마다 엎어지는 바람에 대시민 사과까지 해야 했던 허남식 시장의 정책에 새누리당 일색인 시의회가 언제 견제하고 비판한 적이 있었나. 시의 정책에 대해서 시의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시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경우가 있던가. 나는 그 꼴을 본 적이 없다.

또 그렇다면 시민들의 문제 제기에 부산시가 귀 기울인 적이 있는가. 없다. 난개발, 막개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부산시는 대부분 시민보다는 업자의 편에 서서 조례까지 바꿔가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고 여기저기에서 시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도 그야말로 무대뽀 정신으로 밀어버리고 추진한다. 무엇보다 부산시는 시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반박'하지 않는다. 그냥 못 들은 채 무시한다.

▲ 부산시가 수천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오페라하우스. ⓒ부산광역시

부산시의 빛나는 무데뽀 정신, 오페라하우스

광주에서의 U대회 논란에 비견되는 논란이 지금 부산에서 진행 중이다. 바로 오페라하우스. 롯데가 기부한 1000억 원을 가지고 3000억 원짜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는데 나머지 2000억은 어디서 마련할지 궁금했다.

작년에 그래서 한 공무원에게 나머지 돈은 확보가 됐는지 물어봤다. 그런 거 없단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고에서 가져올 거란다. 그런데 최근 중앙 정부에서 부산에 제2국립극장 건립을 위해 이미 2000억 원을 주기로 했는데 유사 시설에 또 2000억 원을 줄 리가 만무하다. 만약 준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가만히 있겠나.

지역의 시민 단체가 기본적 절차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주먹구구식 사업 진행과 재정적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문화예술인들은 부실 계획과 부실 운영을 염려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도 무시한다. 100억 원이 넘는다는 운영비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최소 300억 원)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부산시는 말이 없다.

그러면 어디에 짓나. 세상에, 땅도 없다. 북항 재개발 지역에 짓겠다며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의 고위 인사 간에 약속을 했다는데 이게 실체도 없고 또 시는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달라는데 부산항만공사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부지는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판국인데 시는 이미 디자인 공모를 끝냈고 중구와 동구는 오페라하우스 관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부산시의 수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오페라하우스를 왜 지으려는 것일까.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인가.

꽤나 열심히 주변에 물어봤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 지역 문화계에선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시청 고위 인사의 사모님이 서울을 오가다가 "여보 왜 부산엔 오페라하우스가 없어요" 하는 바람에 이 사업이 출발했다는 이야기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시가 아무런 배경도 없이 무데뽀로 추진하는 바람에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어 떠돌고 있다.

이렇게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상황에서 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오페라하우스에 대해 부산시의 이병석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부 비판 여론이 있지만,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은 강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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