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무산 소식을 전하는 문화방송(MBC) 권재홍 앵커의 멘트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언제부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우리의 숙원"이 되었을까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핵연료 재처리로 정말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소리 높여 반대하면서, 왜 핵폭탄 원료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한국 정부는 "숙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일까요?
그 복잡한 사정을 일본 마쓰야마 대학 장정욱 교수가 이번 주 5회에 걸쳐서 파헤칩니다. 장 교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은 그만! 핵연료 재처리로는 절대로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비용만 수백조 원이 든다! 또 핵연료 재처리는 잘못하면 동북아시아의 핵확산 도화선에 불을 댕기는 위험한 일이다!" <편집자>
● 첫 번째 글 : 한미 원자력 협정, 그 뒤에 숨은 검은 음모는? ● 두 번째 글 : 한반도 대운하 뺨치는 500조 사기극, 박근혜 노리나? ● 세 번째 글 : 박정희의 부활 "핵폭탄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고속로는 무엇인가?
이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슬쩍 들이밀고 있는 '고속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들은 고속로를 '꿈의 원자로'라고 찬양하고, 이를 많은 언론이 그대로 따라 쓰고 있다. 과연 고속로는 꿈의 원자로인가?
원자로는 우라늄235(U235)의 핵분열로 열을 내는 게 기본 원리다. 그런데 이 우라늄의 핵분열을 일으키는 게 바로 중성자다. 월성 1~4호기를 제외한 한국의 핵발전소의 경수로는 물(경수)을 감속재로 사용해서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서 이 우라늄의 핵분열을 제어한다. 왜냐하면 중성자의 속도가 늦을수록 우라늄235(U235)의 핵분열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속로는 바로 이 감속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1940년대부터 속도가 빠른 '고속(fast) 중성자'를 이용하면 핵분열 물질이 아닌 우라늄238(U238)의 일부도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 물질인 플루토늄239(Pu239)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고속로는 우라늄238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플루토늄239로 바뀌는 비율이 경수로바도 높은 증식(增殖)하는 꿈의(?) 원자로다.
그런데 우라늄238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하다. 즉 고속로에서 증식된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이용해 계속 핵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고속로 개발을 하는 이들, 즉 핵 마피아들이 생뚱맞게 우라늄 고갈을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1940년대에 그 가능성이 제기된 고속로가 왜 만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용화가 되지 않았을까? 냉전 시대 때 고속로의 연구는 우라늄 자원 고갈에 대한 대비책이 될 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원료인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생산한다는 매력(?)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꿈의 원자로라는 고속로의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1946년 세계 최초의 실험 고속로가 만들어졌지만,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속로의 원형로(prototype reactor)를 가동하는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일본에도 고속로 원형로 '몬쥬'가 있으나, 잇따른 사고로 완공 전 시험 단계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나트륨(소듐)이 냉각재 역할을 하는 소듐 냉각 고속로(SFR)를 연구 중이다.
이렇게 고속로의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다섯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1) 지금까지 개발된 나트륨 냉각 고속로는 모두 냉각재인 액체 나트륨의 유출로 폭발, 화재 사고가 있었다. 즉 액체 나트륨의 안전성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는 것이다. 2) 경수로보다 몇 배나 비싼 건설비와 운영비도 문제다. 또 플루토늄의 낮은 증식률과 긴 증식 시간도 이론과 현실이 달라서 경수로에 비해서 경제성도 낮다.
3) 고속로 역시 발전 후에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그런데 이 사용 후 핵연료에 들어 있는 플루토늄은 핵무기 원료로는 최상급(Super)의 순도다. 즉 핵 확산성이 아주 높은 것이다. 4) 애초 고속로 개발을 추진하는 이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우라늄 공급이 원활하다. 5) 냉전의 종식으로 플루토늄 과잉 시대가 된 것도 고속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한 이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고속로 추진파의 주장을 검증해 보자.
플루토늄 증식은, 책상 위의 계산일 뿐!
최근 국내의 고속로 추진파는 그동안 고속로 추진의 주요 이유로 들었던 플루토늄 증식 효과를 언급하지 않고, 폐기물의 저감을 위한 연소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 즉, 고속로를 이용하면 사용 후 핵연료의 플루토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계획 중인 고속로는 플루토늄은 고작 0.1 정도 줄이는 것으로 이런 주장도 근거가 없다.
이렇게 폐기물의 저감을 위한 연소 목적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한 파리오-프로세싱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받기 위한 방편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언제든지 고속로의 애초 존재 이유였던 플루토늄 증식 효과가 재론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일단 이 주장부터 다루기로 한다.
추진파에 따르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과 고속로의 이용을 통해서 기존 천연 우라늄 이용 효율 약 0.6퍼센트는 100배인 60퍼센트로 증가한다. 사용 후 핵연료 1000킬로그램 속에 핵분열한 천연 우라늄 즉 핵분열 생성물은 45킬로그램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우라늄의 이용 효율은 천연 우라늄 8300킬로그램 중 핵분열 생성물 45킬로그램으로 약 0.54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를 60퍼센트로 높인다는 것.
일본의 고속로 원형로 몬쥬(28만 킬로와트)는 증식률 1.2 및 증식 기간 30년~40년이며, 2010년 2월에 가동 중지한 프랑스의 원형로 피닉스(25만 킬로와트)의 증식 기간은 50~60년으로 추측된다. 몬쥬의 증식률 1.2도 기술상의 실현 가능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 정도였으면 하는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발전 능력이 없는 실험로 죠요(常陽)에서 단 한번 증식에 성공한 적이 있다.
1) 고속 증식로는 고속 중성자에 의한 원자로 재료 등의 손상이 심하여 수명은 경수로보다 짧다. 증식(배증)을 이루기 전에 고속로를 교체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 이론상으로도, 다른 고속 증식로의 가동을 위한 플루토늄 양을 확보하려면 2기의 고속 증식로가 필요하게 되며, 이 건설비, 해체비, 폐기물 처분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2) 몬쥬의 시험 목적도 증식이 아니라, MA의 변환으로 핵연료의 감량화를 증명하는 것으로 변했다. 프랑스의 피닉스(원형로)도 폐로 전 수년간은 MA 변환의 검증이 가동의 목적이었다.
3) 재처리와 고속로의 이용으로 우라늄 자원 100퍼센트 이용이라는 가능하다는 가정 위에서, 공정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약 60퍼센트의 이용률이 되므로, 0.54퍼센트의 약 100배가 된다는 주장은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 또, 가령 100퍼센트 이용이더라도 새로운 단수명 핵종으로 남는다.
ⓒ프레시안(손문상) |
황금 알을 낳는 고속로란 거짓말!
추진파에 따르면, 고속로의 안정된 가동으로 지속적인 핵분열성 물질(연료)이 공급되므로, 우라늄 가격 상승과 자원 공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재처리의 비용은 천연우라늄의 이용보다 훨씬 비싸다. 또, 고속로는 잦은 사고 발생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건설비와 운영비가 필요하다. 즉, 경제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존재다.
1) 세계의 고속로 개발 상황을 봐도 실험로의 다음 단계 규모인 원형로에서 좌절하고 있는 상태이다. 일부 추진파는 인도와 중국의 의욕적인 예를 들곤 하는데, 인도는 안전성을 무시한 군사적 목적이 강한 것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으며, 언제 건설, 운영할지는 의심스럽다.
2) 현재 고속로 개발의 비용이 공개되고 있는 일본의 원형로인 몬쥬(28만 킬로와트)의 경우, 설계 시의 건설비 360억 엔은 1994년에 4000억 엔으로 약 11배로 늘어났다. 그 다음해 나트륨 폭발, 화재 사고로 약 14년 5개월 동안 정지되어 있었다. 일본 정부(회계감사원)의 공식 자료를 보면, 2011년 3월말 현재 합계 1조810억 엔(약 18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몬쥬는 2010년 5월 재가동 후 곧, 핵연료 교환기의 낙하 사고로 다시 가동 중지된 상태이다. 하지만 유지, 보수비로 매년 약 200억 엔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2014년 무렵에 몬쥬의 시험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100만 킬로와트 핵발전소(경수로)의 건설비가 약 3500억 엔임을 고려하면, 킬로와트당 건설비가 고속로가 경수로의 약 11배에 달하는 셈으로, 몬쥬의 계속적인 추진은 논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의 한 원형로(Clinch River, 38만 킬로와트)도 계획 당시(1972년)의 4억 달러가 1983년에는 41억 달러로 부풀어 올라, 의회(상원)의 예산 지원 거부로 도중에 건설이 중지되었다. 완성 시의 추산 건설비의 최고액은 88억 달러였다.
상업화에 가장 접근했던 프랑스의 실증로 슈퍼피닉스(120만 킬로와트)는 1985년에 초임계를 맞이했지만, 계속적인 사고 및 고장으로, 1998년 중지될 때까지 겨우 1.1~1.5퍼센트의 가동률에 지나지 않았다. 한편, 건설비는 1994년 기준으로 344억 프랑(약 10조 원)에 달했다.
3) 언젠가(?) 고속로가 실용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수로의 경제성과 안전성의 진보가 훨씬 빠를 것으로 짐작된다. 비싼 고속로가, 과연 경수로를 대체하는 원자로로서 경쟁성을 가질 수 있을까? 게다가, 현행의 경수로보다도 모든 측면에서 우월성을 가진 소형로(Small Module Reactor, SMR)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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