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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개 중 6개 폭발! 이 자동차를 타는 바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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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개 중 6개 폭발! 이 자동차를 타는 바보는?

[초록發光] 정치, 후쿠시마 경고에 답하자!

후쿠시마 핵발전소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주부가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 방사능 문제를 조사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탈핵'에 꽂혀서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러 다니는 대학 교수도 있다. 여러 모임들도 많이 생겼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탈핵의사회', '탈핵에너지전환 교수 모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교사·학생·학부모연대' 등….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어느 순간 진실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 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뜨게 했다. 나도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사람이다.

그 전에는 반핵 운동에 심정적으로 동조했지만, 핵 발전에 반대하는 것을 나 자신의 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 옆에서 도와주거나 지지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인생을 살면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핵 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탈원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노력해서 이루고 싶은 일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자신이 죽기 전에 마지막 핵발전소가 멈추는 것을 보고 싶다는 얘기도 한다. 내 심정도 그렇다. 핵 발전이 멈춘다고 하더라도 최소 20만 년을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는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핵발전소가 멈추고 더 이상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만이라도 보고 싶다. 물론 그 이전까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사는 이 땅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보기는 싫다. 나도 위험하지만, 내 자식, 내 가족, 내 이웃을 생각해도 핵발전소 사고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직도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까지 만든 577개의 핵발전소 중에서 6개가 폭발 사고나 노심 융해(연료봉이 녹아내리는)를 일으켰다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에 어느 국회의원이 '자동차 사고 난다고 자동차 안타느냐'라고 얘기했다는데, 나는 거꾸로 '577개 중에서 6개가 폭발한 자동차를 당신은 타겠느냐'라고 반문하고 싶다. 더구나 핵발전소 사고는 일어나는 순간에 그 사회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엄청난 사고이다. 이미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났다.

▲ 10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서 사고 생존자인 아베 사유리(왼쪽)와 딸 아베 유리카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삶

후쿠시마를 겪으면서 감수성이 발달하기 시작했는지, 기후 변화 문제도 이제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도 인정되고 있다. 지금처럼 온실 기체 배출을 방치하면, 재앙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390피피엠을 넘어선 온실 기체 농도를 낮추지 못하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을 겪게 되며, 그것은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기후 변화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반도 같은 중위도 지대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한반도의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빨리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는 0.7도 오른 데 비해 한반도는 1.5도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빠른 편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이미 피부로 느낄 정도이다. 사과 같은 과일 재배지가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농민들은 변화하는 기후 때문에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얘기한다. 여름이 되면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일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기후 변화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식량 위기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의 식량 사정은 좋지 못하다. 2010년 러시아를 덮친 가뭄이나 작년 미국 중서부를 덮친 가뭄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곡물 자급률은 22.6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량 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이라는 점이다.

북쪽으로는 북한이 있고, 나머지 삼면은 바다이다.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는 공급이 끊어지는 순간에 고립된다. 그때의 상황이 어떠할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정부는 외국에서 식량을 조달한다지만, 식량 위기가 심각해져서 자기 나라 국민이 먹을 것도 부족해진다면, 다른 나라로 식량이 반출되는 것을 놔둘 리 없다. 러시아에 심각한 가뭄이 덮쳤을 때 러시아 정부는 밀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사태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될 것이다.

생존의 문제도 다루지 않는 정치가 '새 정치?'

그래서 나는 정치가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조차도 담보하지 못하는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요즘 서로 '새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핵발전소나 기후 변화, 식량 위기와 같은 생존의 문제도 다루지 못하는 정치가 '새 정치'라면, 그런 정치는 사양하겠다.

기존의 정치가 이런 문제들에 침묵하는 이유는 있다. 핵발전소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받는 대기업들이 있다. 온실 기체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민간 발전소로 지어서 돈을 버는 대기업들도 있다. 이미 전국 곳곳에 도로가 깔려 있지만, 계속 새로운 도로를 닦아서 돈을 버는 건설 회사들이 있다. 농업을 포기하고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면 이익을 보는 세력이 있다. 이들과 유착되어 있는 관료들이 있고 정치인들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정치에서 이런 문제들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정말 '새 정치'를 말하고 싶다면, 이런 문제들을 고민의 중심에 놓는 정치가 되어야 된다. 먼 훗날에 닥칠 일들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단 한군데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대재앙이 될 것이다. 땅과 바다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고, 막대한 피해 복구 비용으로 인해 국가는 파산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온실 기체 농도가 증가하고 기후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한반도는 어떤 변화를 겪을지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는 순간, 대한민국 사람들은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그 때에 가서 농사를 걱정한들 소용없다.

답은 명확하다. 대안도 있다.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와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핵 발전과 석탄 화력 발전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를 녹색 교통 체계로 전환해나가는 것이다. 온실 기체 배출의 18퍼센트를 차지하는 축산업, 특히 공장식 축산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곡물 자급률이 극도로 낮은 대한민국은 농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불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이 생존의 문제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다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에 있다. 이제는 정치가 이 문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는 '구태 정치'가 계속된다면, 희망은 점점 멀어진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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