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왜 허준은 항상 드라마 속에만 있습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왜 허준은 항상 드라마 속에만 있습니까?"

[인터뷰] 김필건 신임 대한한의사협회장

허준이 돌아왔다. 지난 18일 문화방송(MBC)이 드라마 <구암 허준>을 시작했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창비 펴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허준>(1999~2000년)이 대성공을 거두고 나서 13년 만에 다시 허준이 부활한 것이다. 최완규 작가가 다시 집필에 나선 <구암 허준>이 최고 시청률 64.2퍼센트를 기록한 전작의 성공을 반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3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허준은 한국 사회에 한 가지 화두를 던진다.

한의학의 상징인 허준이 드라마로 무려 다섯 번이나 만들어진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1975년 드라마 <집념>이 그 시작이다), 한국인에게 한의학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족 의학'이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로 등재되었을 때도, 대다수 시민은 어깨가 으쓱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준이나 <동의보감>에 대한 시민의 열광은 현실의 한의학 앞에서는 차갑게 식는다. 상당수 시민에게 한의학은 "과학적이지 못한 민간요법의 집대성"이거나 혹은 "형편이 나은 중산층 이상의 보약 공급처"다. 한국 의료를 지배하는 양의(洋醫)의 증오에 가까운 '한의학 죽이기'도 이런 편견을 더욱더 부추긴다.

한의학에 호의적인 일부 시민의 시선도 차갑다. 이들은 "제도권" 한의사가 한의학을 독점하면서 민족 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여긴다. 이런 시각은 때로는 "화타"를 자처하는 재야의 "무면허" 의료인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기존의 한의학은 서양 의학과 마찬가지로 타도해야 할 적이다.

그런데 정작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미국, 유럽에서는 서양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동양 의학의 활용을 모색 중이다. 의료 현장에서 고통 경감의 수단으로서 침이나 뜸을 활용하는 예를 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국적 제약 회사가 신약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동양 의학의 의서를 샅샅이 뒤지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물량 공세도 무섭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동양 의학을 아예 "중의학"으로 대체할 태세다. 한약재 생산 농가가 벼랑 끝으로 몰린 나머지 그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의학의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중국의 의도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멀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인류의 건강에도 손실이다. 왜냐하면 한국, 일본, 중국 동북아시아 3국 중에서 한의학의 객관적인 경쟁력이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방, 양방의 이원화된 의료 체계가 일종의 경쟁 환경을 조성한 탓이다. 전통 의학이 거의 고사한 일본은 물론이고, 중의학과 비교해도 한의학의 수준은 높은 편이다.

지금, 한의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일본의 전통 의학처럼 고사되어 서양 의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혹은 국민 건강의 든든한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서 세계무대에서 중의학과 겨루며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4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필건(52) 신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김필건 회장은 대한한의사협회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회원의 직접 투표로 뽑힌 회장이다. 전국 약 2만 명의 한의사 중에서 55퍼센트가 다른 후보 5명이 아닌 김 회장을 선택했다. 선거 당시 김 회장의 슬로건은 "당당한 한의사, 존경받는 한의사"였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 김필건 신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프레시안(손문상)

고사 직전의 한의학, 외국의 열광은 왜?

프레시안 : 한의사협회장 당선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축하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의학을 둘러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여러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습니다.

김필건 : 네, 좋아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에 선거 유세를 하면서 전국의 한의사를 만나면서 한의학계의 암담한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의사 한 명 한 명의 당부 말씀을 들으면서 회장의 역할도 다시 생각해봤고요. 한의사협회장은 명예를 좇는 자리가 아니라 회원 더 나아가 한의사에게 기대를 갖고 있는 시민의 도구라고 생각을 굳혔지요.

지금 한의학계를 둘러싼 위기의 기원은 일제 강점기까지 올라갑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전통 의학을 포기하고 서양 의학을 선택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런 의료 정책을 식민지 조선에도 그대로 강요했습니다. 수천 년간 민중의 건강을 책임졌던 한의학계의 입지는 일제 강점기 35년간 좁아질 대로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이런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다행히 한방, 양방의 이원화된 의료 체계가 정립되긴 했습니다만,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의학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를 보장받지 못했어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중의학의 보호, 육성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지요.

그 결과 한의학은 지금 고사 직전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한의학의 미래는 이렇게 어두운데, 정작 전 세계는 동양 의학에 열광하고 있거든요. 유럽, 미국 심지어 일본조차도 기존 의학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돌파구를 동양 의학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 어떤 시도인가요?

김필건 : 사실 20세기 초에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양 의학의 경쟁력은 한의학과 비교해도 뒤지면 뒤졌지 나을 게 별로 없었어요. 일부 외과 수술을 제외하면요. 지난 100년간 화학에 기반을 둔 여러 약물이 등장하면서 서양 의학은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서양 의학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어요.

우선 화학에 기반을 둔 약물의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항생제 오·남용은 양방 의사가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각종 만성 질환 또 면역 질환을 놓고서 양방 의사는 대증요법 이상의 대응을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서양 의학은 자연스럽게 동양 의학의 전통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뭔가 한 수 배울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는 의사, 약사, 제약 회사가 똘똘 뭉쳐서 한의학계를 고사시킬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심각한 손해를 보는 건 시민들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에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16조4000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 47조8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많으니까요.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더 진전되면 노인 진료비는 더욱더 불어나겠죠. 당연히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심각하게 압박하는 요인이 될 거예요. 그런데 서양 의학은 이런 만성 질환을 놓고서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급성 질환의 경우에는 서양 의학의 대응이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성 질환이 되면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서양 의학은 목구멍(인후염), 소화기(소화 장애), 관절(관절염)의 이상을 개별적으로 대응합니다. 항생제, 위장약, 진통제 혹은 수술 이런 식으로요. 당연히 진료비, 약제비, 수술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죠. 매번 검사비는 어떻고요.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그런 이상을 연결시켜서 봅니다. 그런 만성 질환의 원인을 각각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보고서, 근본적인 몸 상태를 개선하려고 시도합니다. 최소한의 치료로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서양 의학의 패러다임 속에서는 이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약 회사-양의사의 대국민 사기극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그런데 한의원의 문턱이 높은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요? 상당수 시민은 한의원 하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한약을 떠올립니다.

김필건 : 저희가 답답해하는 게 그 부분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민에게 한약을 처방할 방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첩약의 효능에 준하는 한약제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재의 법제도에서는 한의사들이 이런 한약제제를 만들 방도가 없어요. 법제도의 구멍 때문에 시민들의 양질의 한방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예요.

프레시안 :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천연물신약'이 있잖아요?

김필건 : 답답한 일이죠. 말이 '천연물신약'이지, 정확한 명칭은 한약제제입니다. 한방의 첩약 처방을 알약으로 만들어 놓은 게 바로 천연물신약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한약제제를 제약 회사가 만들고, 그 약이 도대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모르는 의사가 전문 의약품으로 처방을 합니다. 또 약사는 그런 약을 환자에게 내주고요. 한편의 거대한 사기극이죠.

한의사는 한약제제를 만들지도 처방하지도 못하는데, 한의학을 그렇게 증오하는 양의사는 한약제제를 처방합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기왕에 목소리를 높였으니 한 마디만 더합시다. 최근에 제약 회사와 양의사 간의 리베이트 관행이 세상에 밝혀졌지요? 양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할 때는 어땠을까요?

프레시안 : 여기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약제제를 처방하는 양의사는 또 한의사의 의료 기기 사용은 반대하더군요. 한의사가 언제 의료 기기 사용 방법을 배운 적이 있느냐, 이런 반론인데요. 대한의사협회의 발표를 보고서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럼, 지금 동네 병원 의사는 언제 의료 기기 사용 방법을 배운 적이 있었나요? (웃음)

김필건 : 정확한 지적입니다. 지금도 주말마다 전국 곳곳에서는 의료 기기 제조업체가 후원하는 이른바 '세미나'가 열립니다. 그곳에서 대학 병원, 동네 병원 의사들이 모여서 새로운 의료 기기 사용 방법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고도 사용이 어려운 기기의 경우에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요.

이건 한심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의료 기기가 계속 개발되니 이런 식의 추가 교육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이러는 양의사가 정작 한의사의 의료 기기 사용은 결사반대하니 참 답답한 일입니다. 한의사 역시 자기들처럼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 의료 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프레시안 : 그런데 시민 입장에서도 한의원에서 초음파 검사, CT 검사 등을 하면 낯설어 할 것 같긴 합니다.

김필건 : 한의사 하면 '진맥'만 떠올리는 시민이 많으니까요. 의사도 청진기로 진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듯이, 한의사도 진맥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100퍼센트 파악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서 진맥에만 의존한 거지요. 하지만 이제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의료 기기가 있다면, 그걸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게 환자에게도 이롭습니다.

그리고 지금 의사, 치과 의사 심지어 수의사도 진료에 각종 의료 기기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한의사에게만 그런 의료 기기의 사용을 못하도록 제약을 두는 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이 개, 고양이만도 못하다는 건가요. 한의사는 전통 의료를 재연하는 '인간문화재'가 아니라 엄연한 의료인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한의사는 '인간문화재'가 아닌 의료인"

프레시안 : 얘기를 듣고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된 데 한의사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요? 일단 시민을 한의사 편으로 만드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필건 : 한의학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가 바로 한의학에 대한 시민의 불신입니다. 선거 기간 내세웠던 슬로건 중에 '존경받는 한의사'라는 문구가 있었죠. '한의사부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시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야 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녹아 있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도 앞에서 언급한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당장 한의사가 첩약에 준하는 한약제제를 개발해서 처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저렴한 비용에 한약제제를 이용할 길이 열립니다. 이런 한약제제의 치료 효과를 본 더 많은 환자가 또 한의학의 편에 설 테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런 길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니 답답한 일입니다.

프레시안 : 좀 더 많은 시민이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일은 중요할 것 같아요. 기자 중에도 한의학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이 있는 이들의 다수는 침, 뜸이나 한약의 치료 효과를 경험한 이들이거든요. (웃음) 그런데 한의학에 관심 있는 시민 중 상당수는 제도권 한의학이 침, 뜸 혹은 한약을 독점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습니다. 또 재야에 명의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고요.

김필건 : 제도권 밖에서 한의학에 남다른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제도권 한의사도 배워야 할 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의사 면허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자, 면허제도의 존재 이유가 뭡니까?

특정 수술을 할 때 의사보다도 더 손기술이 뛰어난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수술을 할 권리를 주지는 않아요. 풋내기 변호사 아니 상당수 변호사보다 더 능력 있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무장에게 법정 변론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둘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사기꾼이 득세하기 때문입니다. 실력도 없는 이들이 한의사, 의사,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옵니다. 더구나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은 견제를 받지 않아요. 본인의 능력을 직시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설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러다 보니, 어느새 '화타'가 됩니다. (웃음)

김필건 : 맞습니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만병통치약을 개발했다고 강변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저를 비롯한 많은 한의사가 제도권 밖의 침, 뜸 시술이나 한약 제조를 걱정하는 겁니다.

프레시안 : 한편으로는 지금의 한의사 양성 시스템이나 면허제도가 너무 경직된 탓도 있지 않을까요?

김필건 :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지금 전국의 한의사 숫자가 2만 명입니다. 그 중에는 실력이 뛰어난 분도 있고, 실력이 모자란 분도 있습니다. 우선 과제는 기존 한의사의 실력을 좀 더 향상시켜서 면허를 가진 한의사의 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그게 시민의 건강에도 훨씬 더 기여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기존의 한의사 양성 시스템에서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겠죠. 개인적으로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의사가 되는 걸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의사가 한국을 넘어서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회장으로서 이런 개혁에도 앞장설 생각입니다.

"제2의 허준이 나와야 한의학이 산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한의사 간에는 똑같은 증상을 놓고도 그 원인을 놓고서 이견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도 침, 뜸이나 한약처럼 다른 방법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고요. 밖에서 보기에는 이런 다양성은 한의학은 일관성이 없다, 이런 편견을 부추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의학의 과학화' 혹은 '한의학의 표준화' 등의 목소리도 큽니다.

김필건 : 기본적인 매뉴얼은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의사 간에 특정 증상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는 이뤄져 있고요. 하지만 획일화된 진단과 처방 등 '표준화'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를 놓고는 개인적으로 이견이 있습니다. 아까도 잠깐 언급했듯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삼 동양 의학에 주목하는 이유가 뭔가요? 바로 그들의 표준화된 의료가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약을 처방하고, 수술을 권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은 거예요. 한의학의 장점은 개인의 특성에 맞춤한 치료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똑같은 증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더욱더 살려야 할 한의학의 장점이지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에 다시 허준이 드라마로 돌아왔습니다. <소설 동의보감>과 드라마 <허준>의 성공이 시민의 한의학에 대한 호감을 높인 게 사실입니다. 마침 임기를 새로운 드라마 <구암 허준>과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벼운 질문입니다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까? (웃음)

김필건 :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웃음) 드라마가 성공해서 한의학과 또 한의사에 대한 시민의 애정이 되살아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더 필요한 일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허준의 업적을 뛰어넘는 일을 한의사들이 해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한의사의 업적이 새로운 드라마의 소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웃음)

앞으로 회장으로서 한국의 한의사들이 제2, 3의 허준이 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프레시안(손문상)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