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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핵무장' 판도라의 상자 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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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핵무장' 판도라의 상자 여는가?

美에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요구…논란 확산

박근혜 당선인이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가? 박 당선인이 핵무장의 사전 단계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가능케 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미국에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동북아시아 핵 확산 물꼬 트나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6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정부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강의 의지를 드러내며,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얘기할 정도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국제 사회가 신뢰할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박 당선인의 발언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핵산업계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96퍼센트 재활용이 가능해, 최종 처분할 폐기물의 양이 줄어 처리 비용, 시설 규모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박 당선인도 이런 핵산업계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읊은 것.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이 즉각 "박근혜 당선인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언급에서 과거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반발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할 경우, 동북아시아 핵 확산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타이완 등도 언제든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사실상 불허해온 것도 이런 국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한다. 핵에너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핵연료 재처리, 돈만 배로 드는 정책

핵산업계 주장대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실제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도 반론이 많다.

핵산업계의 논리대로라면, 그 동안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나라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 나라를 포함한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전 세계 서른 개 나라 모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 노동자 피폭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재처리를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핵물질의 비율도 1퍼센트 안팎이어서, 고농축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99퍼센트는 그대로 남는다.

이렇게 재처리 후에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남기 때문에 재처리가 직접 처리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낸 논평에서 2011년 11월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재처리 후에도 최종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처리보다 재처리가 두 배나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환경 단체 "재처리는 한반도를 핵의 위협에 빠뜨릴 것"

환경운동연합은 "'북한의 핵 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박근혜 당선인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은 이율배반"이라며 "박 당선인은 핵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연료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재처리가 아니라 핵 발전을 줄이는 것"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가 걱정된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부터 수정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정책은 한반도를 핵의 위협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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