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재인-안철수 '치킨 게임'…버티면 먹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재인-안철수 '치킨 게임'…버티면 먹는다?

[정희준의 '어퍼컷'] 결국, 담판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부터 문재인 후보의 경선 승리는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과반을 얻어서 결선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 정도가 관심거리였다. 경선이 진행 중일 때부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대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때만 해도 '아름다운 단일화'는 기정 사실로 보였다. 많은 이들이 낙관했다.

술자리에서는 이들 간 단일화와 관련하여 정말 그림 같고도 낭만적인, 가슴 뭉클하면서도 감격적인 단일화 시나리오가 분출했다. 그 중 제일 많이 들은 것은 안철수가 양보하는 결단을 내리는 시나리오다. 나는 속으로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내가 안철수를 잘 아는데" "안철수는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니고 신화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며 침을 튀며 열을 올리며 주장에 그냥 침을 맞으며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한 사실이 많이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현장을 드나드는 기자들이나 이들 후보들과 직간접의 인연이 있는 교수들은 꽤 다르다. 만약 이 두 사람을 골방에 밀어넣고 단일화 결정 나기 전엔 나올 생각 말라며 밖에서 문을 잠궈 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가 결국 양보할까. 문재인이 결국 양보할 거라는 사람이 더 많았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겨울까지도 정치권 진입에 완강하게 버티던 사람이다. 한 유력 정치인의 이야기다. 지난 겨울 지방에서 이해찬 전 대표, 문 후보 등과 함께 막걸리를 하는데 취기가 돌자 이 전 대표가 문 후보에게 "이번에 당신이 나가야 된다"며 한 시간이 넘게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끝내 대답을 않았다고 한다. 그 일화를 전하며 그 정치인이 이랬다. "나한텐 10분만 해도 한다고 할 텐데…."

그런 문재인 후보가 결국 정권 교체를 위해 나서게 됐고 도움은커녕 짐만 되는 민주당을 이끌고 이만큼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이제 아무도 알 수 없는 싸움이 됐다. 박빙이다. 여론 조사로 결판을 낼 경우 오차 범위 밖의 우열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꽤 있다. 어제 공론 조사 세부 방식을 가지고 시끄러운 와중에도 담판 이야기가 그래서 계속 나오는 것이다.

ⓒ연합뉴스

높아지는 담판 가능성

그런데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19일 한 토론회에서 "저는 개인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 100만 국민선거인단이 선출한 후보라 사실상 양보가 불가능하다"며 "독단적 양보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자기가 양보하는 일은 없을 거라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도 출마 선언 직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이다.

안 후보는 무소속이기 때문에 출마 선언 초기에 이런 의지를 밝히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100만 국민선거인단이 선출한 민주당 후보'가 지금 단일화를 일주일 밖에 안 남긴 상황에서 굳이 "양보는 없다"는 (준비된?) 선언을 했을까.

안철수 후보는 CEO 출신이고 당연히 CEO형 리더십의 인물이다. 자기 주도형이다. 그리고 의사에서 CEO로, 또 교수로, 또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개인으로선 엄청난 결단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금 혈혈단신에서 이만큼의 세력을 불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박근혜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는 아직도 앞서고 있다. 양보? 이미 한 번 해봤다.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까지 했다.

그가 작년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밝혔을 때 그것이 얼마나 오래된 고민 끝에 나온 것인지를 알지 못하지만 출마 이야기가 나오자 지지율이 50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런데 고작 5퍼센트의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했다. 만약 그때 안 후보 지지율이 20퍼센트였으면 양보했을까? 혹시 '50퍼센트였기 때문에' 양보한 것 아닌가? 흐뭇하게.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 중에 '완주 불사'를 외치는 이들이 꽤 된다고 한다. 그러면 완주해서 3자 대결을 펼쳐 대통령이 되겠다고? 안 후보는 현재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뒤지고 3자 대결에서도 문 후보에게 뒤진다. 3등이다. 게다가 하락세다. 3자 대결 구도에서 안철수의 가능성은 없다. 전혀. 물론 문 후보도 3자 대결에서는 가능성이 없다. 역시 전혀.

그렇다면 완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보란 말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결국 무력화시키고 완주로 치고나갈 경우 결국은 문 후보가 양보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 아닐까. 기사를 보니 문 후보 측 인사는 지난 14일 안 후보 측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최근 지지율이 하락해서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다. 잘 못 봤다. 지지율이 좀 하락하더라도 시간을 끄는 게 얻는 게 더 많다.

잠깐의 지지율 하락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단일화 협상을 최대한 지연시켜 촉박하게, 애타게 만드는 것이 지금 당장의 지지율 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애는 저쪽이 타고 주도권은 이쪽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후보는 문 후보가 그렇게 애타게 (단일화 협상은 나중에 하더라도) '논의'부터 일단 시작하자고 해도 시간을 끌었고 협상에 들어가서도 협상을 중단하며 무려(!) 4일을 허송했다.

물론 협상을 할 땐 할 만큼 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도 버티기하며 시간을 끌 것이다. 협상 재개 이틀째인 어제 밤에도 또 중단했다 재개했다 하는데 결국 아무런 결론 없이 오전 회의로 넘겼다고 한다. 이제 후보 접수일까지 사흘 남았다. 버텨야 유리해지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다. 여기까지는 1차 버티기다.

담판에서 이기는 법?

만약 협상이 파기된다면? 이제 2차 버티기다. 파기되면 안 후보 측은 그냥 갈 것이다. 문 후보도 그냥 갈 것이다. 그러나 충격은 민주당이 더 클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똘똘 뭉쳐 두 눈 질끈 감고 계속 갈 것이다. 또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단일화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자, 그럼 결국 누가 양보할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둘 다 착하고 둘 다 똑똑하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그럼 이것도 결국 '치킨 게임'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