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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해찬·박지원이 물러나야 문재인이 산다"

[정희준의 '어퍼컷'] 민주통합당 생존법

사람이 어떤 사안을 판단하고 이를 말로 표현할 경우 항상 근거를 제시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부산의 장년층이 모여 대통령이 누가 돼야 할 것인지를 토론을 벌인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로 "지가 애를 낳아봤어, 살림을 해봤어"라고 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문재인 지지를 합리화한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여기에 반박을 제대로 못하고 일순 조용해진다. 그러나 곧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한다. 이들에게도 강력한 무기가 있다. "민주당은 호남당 아니야"에 이어서 "종북이잖아"라며 치고 나간다. 그러면 문재인 지지자들은 마땅한 대꾸를 하지 못한다.

어른들 말싸움은 이런 식이다. 서로 간의 주장이 적어도 그들의 정서상으로는 맞는 말인데 상대방의 논리를 뒤집을 별다른 팩트가 없는 경우 서로 상대방 말 자르고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한다. 그러다가 결국 목소리가 높아지고 욕이 나오면서 싸움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어쨌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지지하는 이유, 또 그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확실한 이유가 하나는 있다는 점이다.

변심할 땐 항상 이유가 있다

이러한 요지부동 확신범(?)과는 달리 생각이 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자신의 달라진 생각을 스스로 합리화해야 한다. 당연히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귀순자든 변절자든, 아니면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든 어제와 다른 말을 하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다른 여자가 생겨 이미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할 때 전혀 엉뚱한 이유라도 갖다 붙이지 않나.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한 교수가 김두관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예상 밖이었다. 그 교수는 새누리당 지지자일 뿐 아니라 그쪽 사람들과 친했다. 그런 그가 김두관을 지지하는 이유로 "김두관은 보수 쪽에도 먹힐 사람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지지하고"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 교수가 제시한 이유가 자신의 변화를 온전히 설명하는 이유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른 판단이 있었을 것이지만 자신의 변화를 그것으로 합리화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든 발언이든 이것이 바뀔 때에는 이를 받쳐줄 근거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문재인 캠프는 안철수와의 지지율 경쟁에서 뒤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멘붕'에 빠진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가 이제야 허둥대고 있는 꼴이다. 단일화 방안 중 경선은 이미 물 건너갔고 남은 것은 담판과 여론 조사인데 담판도 결국 지지율에서 앞서지 않으면 그 어떤 논리를 들이대더라도 양보를 받아낼 수 없다.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뒷받침을 받으면서도 중대 병력 정도를 거느린 안철수에게 지지율에서 뒤지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박지원 원내대표(왼쪽)와 이해찬 대표. ⓒ뉴시스

안철수 지지의 원동력, "민주당 싫어"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민주당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문재인은 좋은데 민주당이 싫어서 안철수에게로 간다고 한다. 사실이 이런데도 이해찬, 박지원 대표가 안철수더러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한 마디로 '자해'였다.

결국 지지율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도권의 중산층은 '안철수 분위기'다.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서울 쪽의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은 "100퍼센트 안철수"라고 한다. 공대 출신자들도 거의 안철수다. 심각한 것은 호남이다. 안철수가 '호남의 사위'여서인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문재인이 뒤지는데 이 격차가 계속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반감은 언론을 통해 듣는 것보다 심각하다.

호남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 데다가 안철수라는 대안까지 등장해 버리니 호남 여론이 안철수에게로 가버린 것이다. 이것은 호남인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 호남에서는 선뜻 나서서 문재인 지지를 외칠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다.

호남인 뿐 아니라 민주당이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을 다시 문재인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이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즉 자신의 변화를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이유가,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게 과연 정책일까? 지금 국민들의 눈이 단일화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정책 가지고 지지율 역전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결국 남는 것은 민주당의 '가시적 쇄신'이다. 국민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쇄신이다. 이거 조금 바꾸고 저거 조금 틀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일요일 친노 핵심 아홉 명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사실 이른바 '3철'이라는 불리는 사람들만 나가면 될 일인데 다 나가 버리면 선거 제대로 치르겠나 하는 말도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쓰려면 크게 써야 하는 법이다. 나름 이들의 용단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사퇴했음에도 국민들은 뜨뜻미지근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은 그동안, 특히 지난 총선 때 시민 사회와 지식인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민들은 '친노' '범친노' '친노 핵심' '청와대 출신 친노' 같은 개념을 잘 모른다. 결정적으로 지난 일요일 퇴진한 아홉 명이 누군지, 왜 이사람들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말 한 정치 혁신의 의미는?

결국 시민 사회나 지식인들이 아니라 언론이 그리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시적 혁신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이다. 그들이 퇴진하는 것만이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당 쇄신의 진정성을 느끼게 할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등을 돌려버린 사람들이 다시 문재인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합리화의 근거는 이것 외엔 없다.

무엇보다 안철수가 말한 정치 혁신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철수 캠프의 주축은 거의 모두 민주당에 있던 사람들이다. 박선숙 본부장, 송호창 의원도 있지만 김호기 교수는 민주당에서 공천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말하는 정치 혁신도 대충 알 수 있다. 그 하나는 친노 핵심이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이해찬, 박지원이다. 이미 친노는 아홉 명이나(?) 나갔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이해찬과 박지원인 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든 연대든 뭐라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에 대한 해결이 마지막 관문이다.

두 사람이 한국 정치에 기여한 바는 많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나이도 그렇지만 구태 정치의 상징이다. 민주당이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두 인물을 모시고 있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 정치인은 이들이 진작 정치에서 은퇴를 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당에 남아 대표를 지내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한다. 이 두 사람한테 맞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보다도 못하다고 평한다.

단일화의 마지막 고리만 남았다

사실 친노의 우두머리로 여겨지는 이해찬 대표는 지난 총선 때 퇴진했어야 한다. 공천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탈당을 들먹였을 때 그냥 나가시게 해드렸어야 했다. 그러나 '착한 한명숙'이 이 때문에 난처해하자 '착한 문재인'이 달려가 설득하며 당에 계속 있게 했다. 이해찬 대표는 자신들의 퇴진이 이러저러한 문제 때문에 불가하다고 하지만 그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다. 지금은 선대위 체제이기 때문에 대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다.

박지원 원내대표 경우는 퇴진의 'ㅌ'자만 나와도 호남 무시, 호남 홀대, 호남 죽이기로 반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호남인들 대부분은 박지원을 호남의 대표로 인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박 원내대표가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많다.

지금 문재인은 단일화에서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아무 것도 없다. 한 언론은 현재의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으면 오히려 문재인이 양보하라는 여론이 등장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썼다. 결국 이해찬, 박지원의 퇴진만이 민주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안철수가 요구하는 정당쇄신에도 답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문재인은 '새로운 민주당'을 이끌며 미래를 말 할 수 있다.

이들이 과연 사퇴할 것인가. 한 교수는 칼럼에서 문재인의 '무능'을 언급했다. 이제 자신이 정말 무능한지 아닌지 문재인이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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