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도 환경이나 에너지, 농업 문제는 소외되고 있는 느낌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가는 것이 표가 된다'라는 한국적인 정치 공학이 이번 선거에서도 먹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나 농업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이다. 자원 고갈과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 속에서 에너지와 전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생존과 안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또 기후 변화와 농지 감소로 인해 쌀 수확량조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통계청은 올해의 쌀 수확량이 32년 만에 최저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곡물 자급률이 26퍼센트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최하위 수준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와 먹을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대선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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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먹을거리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과연 한국은 앞으로 어디에서 전기를 얻고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이 문제야말로 대선 후보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물론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처럼 핵발전소에 의존해 전기를 얻고,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얘기하지 않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이나 보도 자료, 정책 비전 발표 등을 통해 핵발전소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겠다고 밝힌 후보들이라면 '어떻게 탈핵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책 수단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농업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조건 더 체결하고, 농업은 완전히 버리겠다는 입장을 가진 후보라면 농업 정책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농업을 지키고 식량 자급률을 올리겠다는 후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어떻게 국내농업을 살려 식량 주권을 확보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한다.
자신들의 힘만으로 정책을 못 만들겠다면, 다른 곳에서 정책을 가져다 써도 된다. 녹색당은 이미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탈핵(탈원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고, 토건 사업 대신 농업을 살리자는 제안도 한 바 있다. 그것을 위한 정책 수단들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탈핵(탈원전)을 하려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연구 개발에도 투자를 해야 하고,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FIT :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공적인 재원으로 비싸게 매입해주는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고 해도 돈이 들어간다. 이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있다.
지금 휘발유, 경유에 붙이는 교통·환경·에너지세라는 세금이 있다. 한해에 12조 원 이상의 막대한 돈이 이 세금으로 걷힌다. 그런데 이 세금 중에 50퍼센트 가까운 돈이 도로 건설에 쓰인다. 고속도로, 국도, 민자 도로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과연 도로가 더 이상 필요할까? 지방을 다녀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비슷한 위치로 고속도로와 국도가 지나가는 등 중복되는 도로가 많다. 그리고 평소에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도 많은 실정이다. 이렇게 도로에 낭비되는 예산만 줄여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공사 대신 농사를
농업을 살리려고 해도 재원은 필요하다. 일본은 청년 귀농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가 최대 7년까지 월급을 주는 취농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1년에 최대 150만 엔을 지급한다.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지만, 귀농자에게는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면 물론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농민들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농업과 농촌을 활성화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은 있다. 공사 예산을 줄이면 된다. 도로 외에도 각종 건설 공사에 쓰는 돈이 엄청나다. 한해 36조 원 이상의 예산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공사에 쓰고 있다. 이 돈의 일부를 줄여서 농업을 살리는데 쓰면 된다.
이 돈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중기 재정 계획을 짜게 되어 있다. 이 때 토건 예산을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하게 하고 그 목표대로 토건 예산을 줄여나가면 된다. '토건 예산 감축 목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 공사의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예산을 심의하는 예산공개심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관리해 나가고 투명하게 만들면 토건 예산을 줄여나갈 수 있다. 그 돈으로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증세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출 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부분부터 도려내야 한다.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력하다는 야권 후보들이 탈핵을 하고 토건사업 예산을 줄여 농업을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고민이 있다. 그래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일단 탈핵을 위해서 힘을 모으는 자리가 이번 주 토요일에 열린다. 10월 20일(토) 오후 2시 청계광장에서는 탈핵(탈원전)을 바라는 시민들이 모이는 문화제와 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핵 발전과 토건 사업의 본질은 같다. 소수의 이권을 위해 환경과 다수의 삶이 위협받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명분으로 추진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래서 멈춰야 하고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고 미래세대도 살 수 있다.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10월 20일 오후 2시 청계광장으로 모이자.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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