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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살려면 친노를 죽여라!

[정희준의 '어퍼컷'] 문재인은 盧를 넘어설 수 있을까

박근혜는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더 두려울까. 문재인은 시민 사회까지 아우르는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부담이고 반면 안철수는 바람이 거세다는 게 부담이다. 여기서 차이는 문재인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싸움을 할 수 있는 반면 안철수와는 예측이 불가능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일 텐데, 안철수의 경우 '바람'이 더 커지면 그 파괴력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문재인이 경선을 치르며 지지율을 올려놓기는 했지만 안철수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금은 안철수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이 난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문재인이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 노무현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때만이 가능하다.

노무현을 밟고 넘어서야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에 참여했고 이 때문에 노무현의 이미지가 그에게 당연히 투영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는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노무현의 비서실장,' '노무현의 친구'라는 인식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러한 이미지를 타개하는 것은 노무현과 거리를 두고 나아가 노무현을 밟고 넘어설 때만이 가능해진다.

노무현 정부의 많은 업적이 있지만 공과 함께 과도 존재한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때의 실책을 인정하고 해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총선 때 '말 바꾸기' 논란이 있었지만 문재인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 기지, 사회 양극화 같은 문제들 말이다.

박근혜가 박정희의 5·16 쿠데타나 유신 독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역풍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도 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고백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노무현 아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무현과의 차별화 없이는 문재인은 노무현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가 홀로서기를 해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화된다.

이는 박근혜를 더 압박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사실 지금 문재인이 박근혜 공격하는 것은 안철수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의 실상을 알고 실망하는 국민들이 문재인에게 갈까? 안철수에게 갈 확률이 더 높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을 끌어안으려면 문재인이 노무현보다 더 나은, 더 큰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가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지 않으면 지금 바쁘게 시장 다니고 노동자들 만날지라도 30퍼센트를 넘기 힘든 민주당 고정표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최형락)

'혁신'의 열쇠는?

안철수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민주당 쪽 사람들은 단일화를 이야기 하면서 두 사람의 담판을 계속 흘렸다. 안철수가 결국 양보하지 않겠냐는 바람이 섞여있다. 그러나 두 사람을 골방에 밀어 넣고 밖에서 문을 잠궈 버릴 경우 누가 양보하겠냐는 질문에 결국 문재인이 양보할 거라는 사람도 그 반대의 경우 못지않게 많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에게 양보했던 안철수가 이미 자신의 캠프를 구성한 마당에 또 한 번 양보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안철수가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당 혁신'을 내걸었다. 실질적으로 단일화 대상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볼 때 이는 '민주당의 혁신'을 뜻한다. 그런데 문재인은 경선에서 압승한 후 "나를 믿으라"며 '용광로 선대위'를 내걸었다. 과연 용광로 선대위가 안철수가 요구한 정당혁신을 충족시킬까.

재미있는, 사실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박선숙이 안철수에게 간 것이다. 박선숙이 누구인가. 김대중 정부 때 최초의 청와대 여성 대변인이었고 민주당에서 정책위원장, 사무총장, 18·19대 총선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사람으로 김대중이 가장 아끼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안철수 현상은 국민의 '변화의 열망'이라면서 "안철수 원장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하겠다"고, 또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선숙은 변화의 가능성을 민주당보다는 안철수에게서 본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민주당을 혁신할 수 있을까. 그는 20일 의원 총회에서 "그저 담담하게 경쟁하면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했다. 아니다. '담담하게 경쟁'하면 안 된다. '충격적'으로 혁신하고 '파격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지금 캠프의 면면을 따져 보면 '파격'에서는 박근혜에게 한참 뒤지고 '참신함'에 있어서는 안철수에게 확연하게 뒤쳐진다.

또 그는 "저를 믿어 달라. 대선 기획단 기획위원 면면만 보더라도 이제는 '친노다, 계파다 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문재인의 진정성을 믿지만 마음속에서는 '그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문재인이 필요한 것은 '용광로'가 아니라 '읍참마속'

결국 사람 문제인데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대선기획단에 김부겸, 박영선, 이학영 의원을 위촉한 것은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민주당 사람들이다. 문재인 캠프엔 참신한, 신망 받는 외부 인사가 없다. 문재인은 '통합'을 위한 '용광로 선대위'를 이야기 하는데 당 대표도 아니고 대통령을 향해 가는 마당에 통합과 용광로가 '민주당 통합,' '민주당 용광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가 통합' '국민 도가니'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외부 수혈이 가능할까.

김대중 이후 민주당은 외부 수혈은커녕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모습만 보여 왔다. 압승의 예상을 비웃기나 하듯 참패했던 지난 19대 총선이 그 결정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박선숙이 안철수 쪽으로 귀순(?)하는 바람에 외부 수혈은 고사하고 내부 단속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선숙을 두고 "선대본부장까지 한 사람이…"라는 반응이 있나본데 정확하게 틀렸다. 선대본부장까지 해봤기 때문에 민주당을 떠난 것이다. '여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아닐까. 혹시 '들러리는 이제 그만'이라는 심정은 없었을까.

문재인의 측근인 이목희는 "인적 쇄신의 방식은 누구를 그만두게 하는 것과 새로운 인물을 데려오는 것이 있지만, 후자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정통 민주당'인 박선숙도 나가는 마당에 새로운 인물을 데려올 수 있을까.

문재인을 좋아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이들이 마뜩찮아 하는 것은 바로 그 주변 사람들이다. 지식인이나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엔 "후보는 좋은데 주변 사람들 때문에…"라는 의견이 많다. 바로 친노 핵심 인물들이다.

실재로 안철수 캠프쪽에 일찍 합류한 한 인사는 원래 문재인 열성 지지자였다. 그런데 안철수에게 간 것이다. 전언에 따르면 문재인 쪽으로 가게 되면 결국 ○○○ 밑에서 일해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안철수를 택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당내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비주류 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측은 이미 경선 과정에서 '탈계파'를 선언했고, 선대위 기획단에서도 친노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냐며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사실 능력 있고 훌륭한 친노는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실상과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제 미국에서 인종 차별은 사라졌다'거나, '요즘 성차별이 어디 있냐'고 우기는 것과 별다를 바 없다.

친노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은 것에 만족할 게 아니다. 뒤에도 앉히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선기획단에서 결정한 사안이 이들에 의해 엎어지는 경우는 없을까. 나는 이게 '과도한 상상'이 아닐까 싶었는데 모 기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거의 100퍼센트'라고 답한다. 사실 지난 총선 때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좌장 역할은 이제 걷어차야

그 기자는 문재인이 친노 핵심 인사들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외부 수혈도 힘들어지고 결국 안철수와의 영입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또 내부 단속도 힘들어진다. '들러리'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친노 논란이 재점화 되면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노무현을 넘어서려면 노무현의 실책을 인정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채웠던 그릇을 문재인은 푹 덜어내고 새로 담아야 한다. '노무현 시즌 2'로 이길 수 있을까. 어렵다. 노무현을 넘어서는 결단력을 보일 때 가능해진다. 대통령 되는 게 어디 쉽겠는가. 대통령, '담담하게' 해서 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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