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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쓰리 아웃!"

[초록發光] 문재인의 박약한 탈핵 의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 예비 후보가 지난 7월 13일 전라북도에서 에너지 구상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노후 핵발전소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가동 중단하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신고리 5, 6, 7, 8호기 및 신울진 3, 4호기를 건설하지 않으며, 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퍼센트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일견 탈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결론은 이 자리에서 문 후보가 핵 발전 제로(0) 시점을 2060년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2060년이 제시된 이유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가 2014년에 완공되고 신울진 2호기는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이들 발전소에 대해서는 설계수명 가까이 가동을 보장하고, 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핵발전소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폐쇄해도 한국의 핵발전소는 26기로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2060년이라는 목표 시점은 도저히 탈핵을 염원하는 정치 지도자의 입장이라고 보기에 믿기지 않을 만큼 온건, 아니 안일한 것이다. 2022년까지 핵발전소 완전 폐쇄를 추진하는 독일과 비교할 것도 없이, 진보신당과 녹색당이 지난 총선에서 제시한 2030년이나 김두관 예비 후보가 이야기하는 2040년과의 차이도 너무나 크다.

한국 정부도 2020년 이전에 '그리드 패리티'가 도래하여 재생 에너지 보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에너지 효율화가 급진전하고 있음에도 문재인 후보는 이러한 동적인 요소 투입은 전혀 없는 주먹구구 계산을 하고 있다. 계산 이전에 정책은 일정하게 정치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한마디로 탈핵 의지의 박약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2060년까지 계속 누증할 핵 사고의 위험과 폐기물 처리 비용의 증가는 어찌할 것이며, 우리 세대 내에서도 핵 발전 종료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어찌 탈핵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핵 문제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째는 2003~2004년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에 대한 기억이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이 지난해 7월 한 칼럼에서 지적한 바,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가교 펴냄)에서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과 관련한 기록에 중요한 착오를 보여주었다. 우선 문 후보는 당시 부안에 설치하려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중·저준위 처리장이었다고 쓰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가 위도에 설치하려 한 것은 중·저준위 폐기물뿐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문 후보가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들의 중재를 받아들여 주민 투표로 판가름하게 됐다"고 쓰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참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시민단체들의 주민 투표 제안을 거부했고, 주민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진행한 주민 투표 결과마저 법적 효력이 없다며 무시했음을 문 후보를 제외한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다. 주민 투표는 오히려 다음 해 3000억 원 플러스 알파라는 미끼로 군산, 경주 등의 주민을 치킨레이스로 몰아가는 데에 악용되었다.

그런데 문 후보가 이에 대해 해명을 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고, 오히려 반성도 없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월 16일의 문 후보의 제주 희망 콘서트를 전한 보도를 보면, 강정 마을 해군기지 해법을 언급하면서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 할 때 당시 군수가 신청을 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믿고 추진했"으며, "하지만 군의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주민들은 대다수 반대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중에 파악해 주민 투표로 결국 경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옮겨지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군수가 신청을 해왔으니 당연히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알았다는 말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사람이 할 소리일까? 그 때 주민 투표의 홍역이 얼마나 컸는지를 모르지 않는다면, 주민 투표로 부안군 추진을 접고 경주에서 재추진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지금도 자연스레 할 수 있을까?

이 장면에서 문 후보는 일단 탈핵에 관한 한 원 아웃을 기록한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서도 문 후보는 공을 엉뚱하게 쳐냈다. 7월 7일 도쿄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는 핵 발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폐기 비용을 고려하면 저렴하지도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핵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러한 의견은 '국내 에너지 정책'에 관한 것이며 '핵발전소 수출은 별개'라고 강조한 것이다. 수출하는 핵발전소는 안전하고 저렴하다는 것인가? 박정희 정권부터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지는 핵 발전 드라이브와 수출 성장 노선에서 문 후보도 한 치도 벗어나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문 후보의 아웃카운트는 둘이다.

그리고 이제 문 후보는 2060년 탈핵을 이야기한다. 지금이 이 정도면, 가령 집권의 언저리에서 핵 마피아의 집단 견제와 회유를 받는다면 어떤 교언영색이 나올 것인지 염려스럽기 짝이 없다. 핵 발전에 관한 사소한 기억이나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측근이나 지지자들이 있다면, 문 후보뿐 아니라 바로 그런 이들이 핵 마피아를 살려주고 후쿠시마의 비극을 한국에 재현하는 위험을 묵인 방조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우선이다"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최근 밀양을 가 본 일이 있는가? 김해만 해도 밀양과의 거리가 40킬로미터가 안되고 신고리 핵발전소와 밀양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가까우니 문 후보가 지나는 길에 들르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밀양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난 1월 16일, 765킬로볼트 송전탑 건설에 항의하며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한 곳이기 때문이다. 2060년 탈핵은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까지의 건설과 가동 그리고 그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고압 송전탑 설치도 전제하는 것이다. 7년째 그리고 지금도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산을 오르며 송전탑 건설 용역에 맞서고 있는 밀양의 어르신들은 우선해야 할 '사람'이 아닌 것인가? 사람이 없는 2060년 탈핵 공약으로 문 후보는 이제 쓰리 아웃이다.

얼마 전 문 후보는 소외받는 고양 원더스 야구단에 가서 배트를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나 탈핵 타석의 다음 기회가 있을지는 문재인 후보 스스로가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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