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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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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한윤수의 '오랑캐꽃']<680>

한국인이 없는 공장에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인이 섞여 있다면
누가 대장 노릇을 할까?
대개는 베트남 고참이다.
똑똑하고 거세니까!
문무를 겸전했다고나 할까.

알루미늄 파이프 공장.
베트남 고참이 기숙사 문을 두드렸다.
"야!"

그러나 태국은 드러누운 채로
"누구냐?"
"나다."
"나가 누구야?"
"이놈아! 나 몰라?"
"아, 난 또 누구라고. 웬일이냐?"
"너 지금 당장 영점 오초 내로 뛰어 나와."
"내가 지금 몸이 아픈데 어떻게 영점 오초 내로 뛰어 나가냐?
"너 반항하는 거냐? 지금?"
"내가 니 쫄병이냐? 니가 나오란다고 뛰어 나가게? 아무리 고참이라고 해도 사람 인격적으로 그렇게 무시하는 거 아니다."
"너 말 다 했냐?"
"너 자꾸 나를 인격적으로 무시하시는데, 진짜 섭섭한 건 나다. 니가 불법이란 거 알면서도 감싸주고 있는 게 누군데?"
"너 지금 나를 공갈 협박하는 거냐?"
"내가 언제 협박을 했냐?"
"남의 약점을 건드리는 게 협박이 아니고 뭐냐? 이 의리 없는 놈아!"
"뭐? 의리 없는 놈? 너 거기 그대로 있어!"

이렇게 싱갱이를 벌이다가 판이 커져서
불법 베트남 3명과 합법 태국인 2명이 패싸움을 한 건데
사장님은
"얘들을 다 짤라야 하나?"
해고를 망설였다.
일 잘하고, 한국말 잘하고,
한국 운전면허까지 가진 배꼽 같은 존재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사모님이 단호히 도려냈다.

행여 불법고용 사실이 드러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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