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5일 일본프로야구 '거인 군단'의 명실상부한 4번 타자로 인정받으며 소속 구단과 4년 계약에 합의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꿈을 접지 않은 이승엽으로서는 예상을 깬 장기 계약이다.
구체적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고쿠보 히로키(35)가 친정팀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적을 원하는 데다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왕(32개)에 오른 FA 거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3) 영입 움직임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에게 2002시즌 종료 후 3년 간 총 2100만 달러를 받고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를 계약의 잣대로 삼았다는 전언이다. 또 이승엽을 제치고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타이론 우즈(주니치 드래곤스.연봉 5억 엔)를 넘어선 대우를 해줬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이를 종합하면 이승엽의 내년 몸값이 5억 엔(한화 40억 원)과 최대 7억 엔(56억 원)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다. 인센티브와 보너스 등을 고려하면 4년 간 최대 30억 엔 안팎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올 해 소속팀의 부진에도 41홈런 등 타율 0.323, 108타점, 101득점으로 홀로 분전하며 4번 타자 몫을 100% 소화해낸 이승엽의 가치를 몸값으로 보상해준 셈이다.
이 같은 금액은 이승엽이 2년 간 롯데 마린스에서 뛴 뒤 지난 시즌 후 연봉 1억6000만 엔과 계약금 5000만 엔 등 총 2억1000만 엔(17억 원)에 1년 계약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직상승이다.
팀 동료인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가 올해 연봉으로 3억4000만 엔을 받았고 다카하시 요시노부(3억2000만 엔), 고쿠보(3억 엔)와 비교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승엽의 장기계약에는 조건보다 요미우리와 끈끈한 인연이 더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승엽은 앞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잔류 요청에 "요미우리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우승하고 나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 내 손으로 하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싶다"며 우승을 미국 진출의 전제 조건으로 밝혔다.
실제로 이날 사인한 4년 계약 조건에 '팀이 우승하면 그 다음 해 거취를 논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승엽은 또 시즌 막판 왼쪽 무릎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당장 미국 무대를 노크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실력으로 명성을 쌓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국내 프로야구 삼성에서 아시아 홈런신기록(56개)을 세운 뒤 일본 무대 진출 3시즌 만에 평정에 성공하며 대박을 터뜨린 아시아의 거포 이승엽의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