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와 관련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북한이 '2.29 합의'에 규정된 비핵화 사전조치보다 강한 의무를 이행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 조기개최에 무게를 두고 있어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국무부 청사에서 회동을 갖고 북한 비핵화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회동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북미 간 (이루어진) 2.29 합의보다 더욱 강한 의무가 (북한에) 부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2.29 합의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진행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도출됐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이 영양(식량) 지원을 하면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 국무부는 회동 이후 자료를 통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 재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과 일본, 한국과 관계 증진을 향한 문이 열려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대화하자는 북한의 제의와 관련해서는 3국이 모두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조 본부장은 "대화를 해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향후 대화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한미일은) 전체 북한 핵 문제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곤란하다는 엄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핵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외교 당국 간 전략대화에서 "조선(북한)은 유관 당사국과 대화를 희망한다"면서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떠한 형식의 각종 회담에 참가,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김 제1부상과 전략대화에 나선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역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반도의 평화화 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유관 당사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당사국 사이의 대화를 지지하고 조기에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확인되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돼있는 조태용 본부장의 베이징 방문과 이달 말에 이루어질 한중 정상회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회동에서 한중 양국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핵 문제의 해결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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