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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데 기름! '저축은행 쇼크' 원인은?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2] 예정된 실패, 금융 정책

학술단체협의회와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가장 급격한 구조 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린 부문은 금융 부문, 특히 은행이다. 관치 금융에 대한 반작용은 신자유주의적 개혁 과정을 통해 은행을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금융 회사'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발 위기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대외 취약성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 재편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손실 노출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이는 외환 위기 이후 진행된 일련의 구조 조정 과정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은행 시스템의 구조 재편의 롤 모델이었던 영미계 은행이 최근의 위기에 더 취약했던 주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을 경시한 채 독립적인 산업으로서 수익성만을 지나치게 추구하였으며 그 결과 금융 부문이 지나치게 팽창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거래 극대화(수수료 등 수익 극대화)를 지향했는데 이는 새로운 자산 운용과 자금 조달을 통한 대형화 전략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는 질적으로 성격이 변화하였고 특히 개별 금융 기관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위험과 취약성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이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은 거대한 세계적 금융 위기(더 나아가 실물 경제의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과 검토가 세계적으로 진행되어 온 결과 최근 금융 비지니스 모델과 금융 규제가 대폭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은 그동안 소홀했던 중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 국 정부와 정책 당국자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의 본래 기능 즉 산업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기업 금융)의 강화도 이에 포함된다.

이처럼 최근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국 차원에서도 새로운 금융 질서를 위한 금융 규제 개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금융 당국은 한국 금융의 후진성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세계적 조류(금융 규제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 위기의 원인이자 위기의 파급 루트가 된 대형 복합 금융 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고 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위험한 행동 및 그에 따른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억제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우리 금융 당국은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 또는 금융 기관 간의 인수 합병을 통해 '메가 뱅크'를 육성하고,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해 투자 은행과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적이고 위험한 금융 활동을 조장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표현되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금융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서 금융 부문을 더욱 강조하면서 금융-산업 분리 완화,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 메가 뱅크 정책, 투자 은행과 헤지펀드의 육성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금융 산업 정책은 그 정책 방향의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으며,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 속에서 일부는 무산되었고 일부는 표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서민 금융이나 중소기업 금융 정책은 실행의 당위, 필요성이라는 면에서는 올바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 시행된 정책은 그 지속 가능성, 충실성 등 내용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금융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 산업 정책의 방향이 기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금융 선진화 방안'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는 이 비전이 취하고 있는 금융의 역할에 대한 관점이다. 전통적으로 금융 부문은 실물 부문에 비해 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산 기능에 부차적인 혹은 보완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즉, 금융은 생산 영역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보의 생산과 리스크의 배분 기능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금융 선진화 방안은 이러한 전통적인 금융의 자금 중개 관점과 더불어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서 금융 부문의 독자 산업화를 추구한다.

그런데 금융 부문이 지나치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들이 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기업 및 실물 부문에 단기 수익 극대화 원리가 강요되면서 투자 둔화와 그에 따른 혁신 역량의 약화와 함께 부가 가치의 생산 및 분배에 있어 주주 이외의 이해 당사자의 발언권이 약화되었다.

그리고 생산적 활동보다도 투기적인 지대 추구 활동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무분별한 기업 인수 합병, 주식 및 부동산 버블, 자산 소득의 증가와 노동 소득의 감소 그리고 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등 국민 경제의 취약성을 증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금융이 실물 부문의 건전한 발전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안정적 성장을 방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금융이란 기본적으로 여유 자금을 보유한 이들로부터 자금이 부족한 이들로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그 역할의 특성상 이중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자금의 중개 과정은 사적 이익이 추구되는 영역이면서 동시에 한 경제의 건전한 발전 및 안정성과 관련된 공공적 영역이다. 때문에 금융 기관은 이윤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공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국가는 금융 기관에 대해서 일반 기업과는 달리 특별한 보호 및 지원 정책을 마련하거나 감독을 통하여 부실을 방지하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금융 기관들의 부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 기관에 엄청난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은행을 금융 '회사'라고 하지 않고 굳이 금융 '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들은 과도하게 안정성,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함으로써 지방, 중소기업, 서민 등을 금융적 활동에서 배제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 기관들이 담보 대출, 변동 금리 위주로 여신을 운용함으로써 담보 능력이 없는 서민을 소외시키고 있으며, 금융 시장의 변동 위험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동시에 낙후 지역과 서민, 중소기업 등 금융 배제자에 대한 보호와 같은 금융 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안정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지나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추구한 결과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키고 거시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단적으로 과다한 가계 부채나 부동산 버블 문제가 한 예이다.

ⓒ프레시안(손문상)
요약해 보자. 외환 위기 이후 정부는 금융 산업 구조 재편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과거의 관치 금융에 대한 반작용으로 금융 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최우선시하였다. 수익성 위주의 시장재편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 기관들의 대형화와 겸업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금융 시장 구조, 자원의 배분의 왜곡이었으며 나아가 전체 금융 시스템이 취약하게 된 것이다.

개별 금융 기관 장사 잘되고 직원들 봉급 올라간다고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어려운 말로 은행의 합리성이 경제 전체의 합리성으로 직결되지 못한 것이다. 보다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라고 하면 아마 당국자들은 억울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균형 있는' 평가를 해보자. 사실 금융의 문제점은 이명박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이미 외환 위기 이후 10년간 지속된 정책 기조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는 그 기조를 더욱 철저히 밀고 나가려다가 세계 금융 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계기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기존의 잘못된(!) 정책 노선을 관철시킬까만 요리 조리 궁리하다가 시간을 낭비하고 잘못된 금융의 해악이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 바로 이것이 잘못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공공성 회복과 관련하여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점을 첨언하자면, 금융 당국의 정책 목표와 과정을 더 투명하게 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론스타 특혜 의혹이나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경제 전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 정책의 결정 및 진행 과정을 일부 엘리트 관료에게만 맡겨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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