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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법안 통과되면 도시가스 요금 2배"

19개 풀뿌리 단체, '가스 민영화' 법안 폐기 요구…가스노조 총파업 예고

19개 서울 지역 풀뿌리 주민 단체들이 "도시가스비 폭등을 불러올 가스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 단체가 나서 민영화 중단을 외친 일은 많았지만, 지역 주민 단체들이 민영화 반대를 걸고 공동 행동을 한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 단체는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새누리당 의원 11명(대표 발의 김한표)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가스 민영화 법안으로 명명하고, "국회가 재벌이 아닌 서민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라면, 우리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달라"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19개 단체는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서울시민연대, 구로시민센터, 건강복지센터,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구로 민중의 집, 아이쿱 구로생협, 태양과 바람 에너지 협동조합, 은평 두레생협, 우리동물병원 협동조합, 마포 의료생협,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 모임, 용산 종점수다방, 마포 민중의 집, 중랑 민중의 집, (사)관악사회복지다.

<프레시안> 가스 민영화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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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통과되면 도시가스 요금 최대 2배까지 폭등"

문제의 개정안은 GS, 포스코, SK 등 에너지 대기업이 발전이나 산업 용도(자가소비용)로 직수입해 온 천연가스를 해외나 타 직수입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천연가스 반출입업(트레이딩 사업) 조항을 신설해, 민간 기업이 해외 반출 목적의 가스를 도입해 보세구역 내 저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풀뿌리 단체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이 이미 절반 이상 장악한 가스 산업이 더욱 민영화돼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2배까지 폭등하고 소외 지역엔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체들은 "2008년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산업용 직수입 확대에 따른 가정용 소매 요금 인상효과 분석'을 보면, 직수입 확대와 동시에 가정용 요금은 단위(㎥)당 45~610원 인상될 것"이며 "특히 인천, 울산, 당진 등 공단 지역은 최대 2배까지도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각 지역 도시가스 회사로부터 필요 물량을 사 오던 산업용 소비자가, 법안 통과로 대기업의 직수입 물량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게 되면, 판매량이 감소한 지역 도시가스 회사가 가정용 가스 요금을 올려 손실을 보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은 지난 2007년 이미 벌어졌다. 포항에 제철소를 둔 대기업 포스코는 가스 직수입을 허용받은 후 도시가스 회사로부터 가스를 사오지 않고, 직접 수입한 물량을 공장 가동에 사용했다. 이에 따라 판매량이 줄어든 지역 도시가스 회사는 가정용 가스요금에 손실을 반영했고, 결국 포항 지역 도시가스 요금은 12퍼센트가량 인상됐다.

회견 참가자들은 일본과 한국의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을 비교해 보이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찍부터 민간 기업에 직수입을 허용해온 일본의 가정용 가스 요금은 2010년 기준 1톤(TOE)당 1836.6달러였고, 산업용은 705.2달러였다. 반면 재작년 기준 한국의 가정용 가스 요금은 1톤당 839.7달러, 산업용은 778.0달러였다.

풀뿌리 단체들은 "민간 기업이 천연가스를 전적으로 수입·판매하는 일본의 산업용 가스 요금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가정용 요금은 우리나라의 2.5배로 매우 비쌌다"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정용 요금이 산업용보다 한참 비싼 일본의 암울한 현실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각국 용도별 천연가스 요금 비교. ⓒ공공운수노조 제공

"겨울철 난방조차 쉽지 않은 서민에겐 엄청난 고통 줄 것"


회견 참가자들은 일각에서 가스 직수입 확대가 경쟁으로 이어져 도입 가격을 낮출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나경채 진보신당 관악구의원은 "관악 지역에서는 가난한 학생들도 좋은 질의 교복을 큰 비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교복 공동 구매 운동을 10여년째 하고 있다"며 "개별 소비자들이 따로따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학부모 대표가 교복 업자를 만나 공동 구매를 하면 가격과 질 모든 면에서 더 좋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가스 도입도 마찬가지"라며 "수입 독점권을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동 구매가 개별 구매보다 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지적했다.

은평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태양과 바람 에너지 협동조합' 손은숙 기획팀장은 "요즘 가정 방문을 다니며 에너지 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서민 가정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에너지 요금은 아무래도 겨울철 부담이 큰 가스 요금"이라고 말했다.

손 팀장은 "노후 주택이 많은 은평 지역에는 단열이 잘 안되어 겨울철 가스 요금이 30만 원 이상 나오는 가정이 제법 많다"며 "가스 민영화는 재벌 기업에는 혜택을 주지만, 난방비에 허덕이는 가난한 사람에겐 엄청난 고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노조 총파업 예고

개정안은 오는 18~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가스노조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면 6월 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월 22일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가스노조 이종훈 위원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공공 부문 민영화 흐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파업을 벌이면 국민 생활에 불편함이 생기겠지만, 공공 요금 인상 저지를 위한 것이니 파업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풀뿌리 단체들이 각 지역을 벗어나 국회 앞으로 달려온 이날은 가스공사 노조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에 돌입한 지 8일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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