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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버너로 난방하다 '펑'…"국회는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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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버너로 난방하다 '펑'…"국회는 막을 수 있었다!"

[초록發光] 겨울이 진짜 추운 까닭

연말이 되니 이리저리 마음이 바쁘다.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가정에서는 김장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서 문풍지도 바라고 두꺼운 커튼도 꺼내서 달아야 할 것이다. 또 혹시나 추운 겨울 밤,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미리 점검을 해보기도 할 것이다.

마음 씀씀이가 큰 사람들은 혹시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둘러 볼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일이다. 얇은 지갑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있다. 또 그동안 기름 팔아서 번 돈으로 저소득층의 겨울나기용 연료비를 내겠다는 정유사들의 소식도 들린다. 당장 추위를 피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선심성 모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사실 에너지 운동을 하는 나에게 겨울이 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최근 들어서 새롭게 부각되는 일이서 어찌 보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걱정인데, 겨울철 전력 피크의 문제다. 지난 가을, 예기치 못했던 늦더위와 전력 당국의 미숙한 대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정전 대란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매년 전부터 그와 같은 정전이 겨울철에 발생할 가능성이 계속 경고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 전력 피크에 관심이 쏟아졌고, 전력 당국도 이 시기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겨울철 건물 난방용 등으로 전열기 보급이 급증하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차가워지면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가격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여기서도 할 말이 많지만 넘어가자.) 그러면 전력 당국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최근 들어 안전하다고 장담하던 핵발전소들이 이래저래 고장이 나서 정지하면서 상황은 더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의 수요 관리를 독려하고 환경 단체들의 협조를 얻어서 가정이나 상업 부문에서의 전력 사용량을 줄여 보겠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그것으로 겨울철 전력 피크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여전히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더 추워지지 말도록 하늘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는지도. 단열이 안된 추운 집에 살다 폐렴까지 걸린 가족이 있는 나부터, 전기 난로의 유혹이란 생존 본능이니까.

겨울철 전력 피크에 관한 걱정이 풍족한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것이라면,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두번째 일은 에너지 부족에 관한 것이다. 2005년, 한 여중생이 화재 사건으로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벌이가 없어서 돈을 내지 못한 탓에, 전기가 끊긴 집에서 여중생이 촛불을 켜고 자다가 화재를 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 에너지 빈곤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어 제정된 '에너지기본법'에 '에너지 기본권' 조항이 포함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언론은 겨울철만 되면 에너지 빈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도를 해왔다. 나와 같은 에너지 운동을 하는 이들도 실태 조사를 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서 얼마간 개선된 것도 있다. 정부는 에너지 복지 정책을 수립하였고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공약에서 에너지 빈곤층을 없애겠다는 약속하기도 했다. 에너지 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도 만들어졌고, 정부가 귀를 억지로 잡아 내놓게 한 에너지 기업들의 출연금에 더해 정부 예산이 집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의 대책들이 대부분이고, 체계적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도입은 한없이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120만 가구 (사실 이 수치의 근거도 모호해서 믿기는 어렵지만) 에너지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에너지 복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 법안도 2010년 초 입법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아직까지도 정부는 이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도 돈 들어가는 복지 정책은 안 된다는 것인지, 감감무소식이다. 그것도 아니면 핵발전소 수출하느라고 정신이 팔려 있거나, 예기치 않은 후쿠시마 사고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좌절될까봐 파장 줄이기에 바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전력 피크를 잡느라 정신이 없는 것인지. 한쪽에서는 전기를 많이 써서 문제고, 한쪽은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도 못쓰고.

ⓒ뉴시스

그러던 중, 또 가슴이 무너지는 소식이 들려왔다. 할머니는 몸이 아파 몸져눕고 장애인 아들을 둔 가정에서, 벌이가 부족한 탓에 비싼 석유 보일러를 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휴대용 가스버너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는 집에 불운이 찾아온 것이다. 가스버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서 장애인 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낸 아버지와 패스트푸드점 알바 하러 나가서 화를 면한 형의 이야기. 매 해 겨울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뉴스들이다.

국회에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없지만, 조승수와 노영민 의원이 발의한 '에너지 복지 법(안)'이 1년을 넘게 잠자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처리되기 직전 11월 21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에 다른 법률안과 89개와 함께 일괄 상정되었지만 한마디 토론도 없이 계속 계류 중인 법안들이다. 이 겨울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처리되지 않을 것이고, 내년 봄, 눈이 높으면서 사라질 18대 국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 춥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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