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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친미-친일" 대통령이 나온 이유는…

[철학자의 서재] 정운현의 <친일파는 살아있다>

친일파에게 호연지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 땅 최고 책임자들 가운데서 김홍집만큼 염치라도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름 앞에 애국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친일파가 한 사람 있다." "일본의 선진 문물을 보고서 그는 불과 한 달 만에 친일로 기울어 있었다." (169쪽)

하루아침에 친러파 세상이 되어버리자 친일파 역적으로 지목된 그는 신변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사인교를 타고 고종이 머물고 있던 정동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일본군이 그의 사인교를 가로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대감! 지금 군중들이 대감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얼른 이곳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김홍집은 "일국의 총리로서 동족의 손에 죽는 것은 천명이오. 구차하게 남의 나라 군인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싶은 생각은 없소!" 그가 탄 사인교는 군중들의 몽둥이가 기다리는 광화문 쪽으로 향했고, 그는 결국 길바닥에서 맞아죽었다. 그의 시체는 새끼줄에 묶여 개 끌리듯 종로로 끌려가서 발길질과 팔매질에 온갖 수모를 겪었다. (171쪽)

장면은 김홍집만 못하다. 박정희가 쿠데타 일으킬 때 줄행랑쳤다. 그가 김홍집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군을 이끌었으면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최규하가 전두환 부하들한테 위협 당했을 때, 저들이 원하는 것을 대통령답게 물리치고 군을 이끌고 전두환 군을 막았으면 그는 역사에 이름을 떳떳하게 올렸을 것이다. 중국 사상가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를 그들이 지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무현은 한나라당과 연정을 제안했다. 우리 군을 이라크에 보냈다. 삼성과 친하게 지냈다. 한미 '매국' 협정을 급하게 시작했다.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노무현은 김홍집처럼 호연지기는 확실했다. 정치 검찰이 자신을 표적 수사할 때 둘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친일파 청산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럴수록 프랑스가 부럽다. 프랑스는 나치 협력자 청산을 모범적으로 했다. 레지스탕스 조직은 '거리의 정의'라는 비상 군법 회의 재판을 통해서 8000~1만 명을 처형했다. 드골은 1944년 6월 25일 전국에 '협력자 재판소'를 설치했는데, 6763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그 가운데 767명은 처형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친일 청산이 실패했다. 그런 결과로 이 나라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이 사회는 검증받아야 할 인간들이 검증해야 할 사람들을 검증하는 희한한 사회가 되었다. 의열단에서 활동한 독립 운동가 김원봉 선생이 해방 후 친일파 형사 노덕술한테 고문당한 일이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운현이 글 쓰는 방식

정운현은 이 책에서 담담하게 글을 썼다. 화를 드러내는 이름씨(명사), 꾸밈씨(관형사), 움직임씨(동사)가 이 책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정운현은 친일파들이 행한 못된 짓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어떤 순간에도 사실을 바탕 삼아 글을 써야 한다는 언론인 정운현, 역사가 정운현의 참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 순간의 분노만으로는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운현은 친일파 청산에 대한 꾸준한 관심, 공부, 의지, 더 나아가 친일파 청산을 위한 행동을 바라면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친일파를 청산하는 첫 번째 행동은 이 책을 사서 읽는 것이다. 밑줄 쫙 쳐 가면서 읽는 것이다. 월 3000원 하는 진보 월간지 <작은책>에서 백금렬이 말했다. "사상의 완성은 실천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갑을 열 때 진정한 실천이 시작된다."(2011년 1월호) 나는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호주머니 돈을 털어서 이 책을 샀다.

정운현의 담담함은 박정희에 관한 글에서 크게 돋보인다. 정운현은 임종국처럼 철저하게 바탕 자료에 뿌리를 내리고 글을 쓴다. 가상 공간에서는 틀린 정보가 참 정보인 양 퍼져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박정희와 이어진 것이다. 박정희가 만주에서 독립군과 싸웠다는 내용이다.

"8단 본부에서 그와 함께 근무했던 중국인 동기생 고경인(高慶印)은 1997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는 부관이 되기 전 2~3개월간 제2중대(?) (고경인 씨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물음표 넣음) 소속 소대장으로 있으면서 이 토벌 작전에 참가했으나 팔로군과 교전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그가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듯하다. 그러나 그의 부대가 잦지는 않았지만 토벌 작전에 참가했던 것도 또한 분명하다." (245~246쪽)

2011년 10월, 민주노동당 당원이 개인적으로 한미 매국 협정 독소 조항 열두 가지 자료를 가상 공간에 올렸다. 이 자료는 틀린 곳이 많다. 그래서 정부는 이 자료를 가지고 한미 매국 협정을 반대하는 민주 시민에게 무기로 쓴다. '한미 매국 협정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민주 시민이라면 언제든 남을 비판할 때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료가 부메랑이 되어서 민주시민 뒤통수를 친다. 그런 뜻에서 정운현은 훌륭하다.

정운현 사랑방(블로그) 이름이 보림재이다. 보림재란 임종국을 보배로 삼는 서재라는 뜻이다. 나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정운현을 알게 되었다. 임종국 선생의 <친일문학론>이라는 책은 정운현을 알기 전에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욕이 나왔다. 중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그들 글을 읽었는데 그들 다수는 일본을 도와주는 글을 썼다. 제 동포들이 죽도록 꾀는 글을 썼다.

친일파 청산 첫걸음은 이 책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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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는 살아있다>(정운현 지음, 책보세 펴냄). ⓒ책보세
<작은책>에서 서정홍의 글을 읽었다. 서정홍이 사는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든 말든 내버려 둔다고 한다. 아이들이 글 배워봤자 나쁜 짓 할까봐서 그런다고 한다. <친일파는 살아있다>를 읽고 서정홍이 한 말이 참말로 이해가 되었다.

나도 우리 딸 쌍둥이 공부시키지 말까? 고민된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우리 쌍둥이는 어린이(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미 한글을 깨쳤으니 말이다. 쌍둥이한테 <친일파는 살아있다>라는 책을 한 권씩 사줘야겠다. 친구들하고 함께 돌려가며 읽으라고 당부해야겠다. 서로 먼저 읽겠다고 싸우지 말고 읽으라고 당부해야겠다.

내가 당부해도 책이 너무 재미있고 쉬워서 서로 싸울 것 같다. 아예 쌍둥이한테 세 권 사줘야겠다. 이러면 쌍둥이가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오순도순 이 책을 읽겠지? 최소한 염치 있는 사람으로 살겠지? 최소한 괜찮은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겠지? 기대해 본다.

전 국방장관들은 전시 작전권을 미국한테서 받아오면 안 된다고 한다. 이 지구 위에서 전시 작전권을 외국군에게 바친 나라는 대한민국과 이라크 두 나라뿐이다. 강정구가 한 말이다. 창피한 일이다. 이 인간들이 과연 국방 장관인가? 이 인간들은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양만춘, 을지문덕, 서희, 강감찬, 이순신 장군한테 혼나야 한다.

나는 나한테 물었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국방 장관들이 민주 시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나는 그 대답을 들었다. 어디서? 정운현이 쓴 <친일파는 살아있다>에서. 책이 대답한다. 저 인간들은 허깨비 국방 장관이었단다. 저 인간들은 뼛속까지 친일파, 친미파란다. 저들보다 더 심한 인간들이 일제 강점기 때에는 더 많았단다.

<한국 철학 에세이>를 쓴 김교빈이 말했다. 인도는 영국한테서 나라를 다시 찾았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있다. 땅 이름을 영국 식민지 겪기 전 이름으로 바꿨다. 민족 정기를 확실히 세웠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그 일을 못하고 있다. 나는 알았다. 아직까지 친일파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 땅 이름이 일본 놈들이 지은 이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친일파는 살아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민족정기가 죽은 나라에서 제 나라 땅 이름 다시 찾기가 가능한 일이겠는가?

21세기 대한민국 최고 집 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다. 2위는 819채, 3위는 577채, 4위는 512채, 5위는 476채를 소유하고 있다.(<부동산 계급 사회>, 241쪽) 땅 투기 원조 공주 갑부 김갑순 이야기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김갑순의 투기 수준은 저들 부동산 투기꾼을 기죽이는 수준이다. 그는 서울 갈 때 절반은 남의 땅을 절반은 자기 땅을 밟고 다녔을 정도로 조선 제일의 땅 부자였다. 그가 공주, 대전에서 소유한 땅은 1011만여 평에 이른다. 지금 가장 넓은 대학 교정이 100만 평인 것을 보면 그가 소유한 땅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소유한 땅 가운데서 대전 땅만 총 22만 평이었다. 당시 대전 시내 전체 토지의 40퍼센트가 그의 땅이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수를 써서 그 많은 땅을 가질 수 있었을까? 세금 횡령, 인맥을 총동원해서 얻은 사전 정보 등을 통해서 그는 땅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인맥 관리를 위해서 자식들을 전부 힘 있는 자들 자식들과 정략 결혼시켰다.

"이름을 다스리는 사람이 세계를 다스린다." 정운현은 말한다. 무심코 잘못 쓰는 역사 용어들을 고쳐 써야 한다고 한다. 임진왜란은 소수 일본인들이 이 땅에 와서 난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기록한다. 7년간에 걸쳐서 이루어진 대규모 전쟁이라고 이른다. 그래서 임진왜란이라는 이름을 '임진조일전쟁(任辰朝日戰爭)'으로 고쳐 불러야한다고 주장한다.

'병자수호조약'이라는 이름도 고쳐 써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이 이름에는 조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둘째, '수호'란 "나라와 나라가 서로 사이좋게 지냄"을 말하는데 이 조약은 정반대이다. 그래서 정운현은 병자수호조약은 '병자조일불평등조약'으로 바꿔 부를 것을 요구한다.

'을미사변'은 '명성황후 살해 사건'으로, '을사조약'은 '을사늑약'으로, '한일병합'은 '한일병탄'으로, '3·1 운동'은 '3·1 만세 의거' 또는 '3·1 만세 항쟁'으로, '6·10 만세 운동'은 '6·10 만세 의거' 또는 '6·10 만세 항쟁'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 앞으로 역사학자들과 역사 선생님들이 이런 이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정운현이 고친 이름을 써 주길 기대해 본다.

민주노동당은 2006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한미 매국 협정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미 매국 협정이 맞다. 우리나라 대표들이 미국 스파이(contacts) 일을 해대니 이것이 한미 매국 협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우리 정보를 미국 대표들에게 알려줬다.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5월 29일 주한 미대사관 외교 전문, <경향신문> 2011년 9월 7일)라고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한테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매국 협정 이름을 다시 목 놓아 불러야 한다. 모든 민주 시민들이 한미 FTA를 한미 매국 협정으로 불러야 한다.

우리는 을사오적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완용 한 명을 빼고는 을사오적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정운현은 그만큼 우리 근현대사 교육이 껍데기 교육이었음을 비판한다. 을사오적은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권중현이다. 이들 가운데 이완용만 이재명 의사에게 피습돼 고통을 겪었을 뿐 나머지 인간들은 잘 먹고 잘 살았다. 천수를 누렸다. 죽은 뒤에는 후손에게 작위를 물려주었다. 독립군 자손은 힘들게 살고, 친일파 자손은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말이 사실임을 우리는 을사오적 후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이 되려고 투철하게 일본에 충성한 조선인들이 있었다. 현영섭은 조선어를 쓰지 말자고 주장한 인간이다. "조선어를 존속하도록 허용하는 한 조선적인 사상 경향도 존속한다" "조선 민족의 독립을 공상하는 돈키호테 같은 족속들에게는 조선어가 필요할 것이다"(104쪽)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한글은 목숨이다"라고 말한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들었다면 기가 찼을 것이다. 영어 공용화론을 주장한 복거일이 들었으면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현영섭이 뱉은 헛소리는 또 있다. 그는 '조선적인' 것에 애착을 갖는 민족주의자들을 페스트에 비유하며 "자살을 해주었으면 좋겠다"(104쪽)는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는 미나미 총독한테 조선어를 없애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조선어를 없애면 조선 민중의 반발이 심할까봐서 미나미 총독도 현영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죽하면 일본인들마저도 현영섭에 대해서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105쪽)고 말했겠는가?

현영섭을 뛰어넘는 친일파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영근이다. 그 인간은 일본인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친 인간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말처럼 비장미가 느껴진다. 끼리끼리 논다고 이영근은 현영섭 소개로 녹기연맹(綠旗聯盟)에 들어간다. 이 단체에서 발행하는 기관지를 가지고 있으면 현해탄을 편하게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단체의 힘을 느끼게 하는 사실이다. 그는 조선 청년들에게 "일본인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달라" 외치라고 꼬였다.

나는 <친일 인명 사전>을 아직 사지 못했다. 이회영은 지금 돈으로 600억 원을 이 나라 독립시키려고 썼는데, 나는 고작 30만 원을 아끼려고 <친일 인명 사전>을 아직 못 샀다. 한두 달 막걸리 값 아끼면 되는데 아직 그 책을 못 샀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서 <친일 인명 사전>을 못 사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친일파는 살아있다>, 이 책이라도 꼭 사 보기 바란다. 이 책을 일곱 번 읽으면 30만 원짜리 <친일 인명 사전>을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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