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은 미국에 가서 군수 무기 14조 원 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단다. 그 답례로 이명박은 펜타곤에 초청되어 둘러보았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면서 미국의 환대에 국민들 복지는 뒷전인 거다. 더군다나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군 개입 운운하면서 동아시아 평화 체제를 위협하는 자폭 발언을 하고 있다. 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안보 체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미군이 한 여고생을 강간했는데 아무런 조처를 취할 수 없다. 주둔군 지위 협정이라는 SOFA는 "미군 범죄 특별 조장법"으로 바뀐 지 오래다. 피해 여학생은 재판을 통해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되었다. SOFA는 미군 범죄자를 보호해주고, 한국인 피해자를 제도적으로 방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시늉도 내지 않는다.
이 나라는 자국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위치에 있는 인물은 어디에 가서 무얼 하고 오고 있는 것인가? 미군 범죄 문제에 대해 입 한 번 뻥끗하지 않는 거다. 무엇으로도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미군 범죄 희생자의 문제에 대해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국가가 있을까? 이걸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미국은 또 어떤가? 오바마는 어느새 월가의 자본과 펜타곤의 미사일 장사치들에게 포로가 되어버렸다. 부시 정부 시절의 네오콘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그리고 오바마를 자기들 손아귀에 넣는데 일정하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 21세기 군사주의자들을 총칭해서 일컫는 네오콘, 그 뿌리가 되는 불칸 세력들은 위장한 채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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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의 역사적 계보
바로 이러한 시기에 제임스 만의 <불칸 집단의 패권 형성사>(권택기·정인석 옮김, 박영률출판사 펴냄)를 읽는 것은 매우 긴요한 일이 된다. 이 책의 원제목은 [Rise of the Vulcans]
그러나 아니다. <불칸 집단의 패권 형성사>는 지난 2005년에 국내에 번역·출간되었고, 미국 현지에서는 그보다 1년 전인 2004년에 나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도 많이 달려졌다고 생각하고 이 책의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있으나 미국의 대외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아직도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와 국제적 패권을 주도하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오콘의 역사적 계보와 그 사상, 정책을 파헤친다는 것은 미국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비롯해서 미국 유수 언론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제임스 만은 미국이 어떤 자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지를 그대로 밝히면서 펜타곤이 배출하는 인물과 세력을 파헤친다. 이 책이 부시 정권의 핵심 세력을 초점으로 했다는 점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체니나 국방장관의 자리에 앉았던 럼스펠드의 이름 등은 지금 별반 의미가 없게 여겨질 수 있으나 저자 제임스 만의 시선은 이들을 포함한 미국 역사의 전체적 맥락과 지성사의 흐름을 포착하고 있어 흥미진진한 독서를 하게 한다.
제임스 만은 1960년대 반전 운동이나 학생 운동 등의 물결이 미국을 휩쓸고 있을 때, 이와 맞서는 사상적 조류를 주목한다. 전통적 보수주의자 알랜 블룸이 코넬 대학에서 진보적 사회 운동을 비판했고, 그가 1987년에 쓴 <닫혀진 미국인의 정신(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은 당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책을 통해 블룸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사상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러나 알랜 블룸은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의 제자로, 질서와 전통을 중심으로 사회가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다 대중적으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사상을 뼈대로 해서, 힘의 정치학에 대한 논리를 전개해나갔으며 그의 제자들은 이후 네오콘의 정치철학적 핵심을 그에 기초해서 가다듬어 나갔다. 그는 유럽 출신의 유대계 지식인으로서 미국에 망명온 뒤 시카고 대학에서 자유주의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서구 지성사의 고전 교육을 중점적으로 펼쳐나갔다.
그런데 레오 스트라우스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통해 서구 자유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는 논리를 통해, 네오콘의 미래 주도 세력을 길러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냉전 시기에 대소련 전략을 세우는데 기본 틀이 되었으며 네오콘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크리스톨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레오 스트라우스의 제자 집단은 베트남 전쟁의 패배를 미국이 자신의 힘을 극대치로 사용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베트남 전쟁이 식민지 전쟁이며,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비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논리가 전개되어 갔던 것이다.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폴 월포위츠, 콜린 파월, 리처드 아미타지 등의 인물들은 모두 이러한 논리 위에 자신의 경력과 정책, 그리고 세력을 꾸준히 만들어갔던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네오콘의 성장
냉전 시기에 대소 전략의 사상적 줄기를 형성해갔던 이들은 베트남 전쟁 이후 잠시 전략 결정의 최전선에서 후퇴를 요구받게 된다. 1970년대 중후반은 그러한 시기였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부터 이들 네오콘의 계보는 더 탄탄한 내용을 마련해나가게 된다.
소수파로 전락한 것처럼 보였던 이들 냉전 주도 세력들은 기독교 우파와 손을 잡고 미국의 위상을 유일한 패권 체제로 만드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해나간다. 이는 한국의 보수 우파 뉴라이트 세력과 기독교 우파가 서로 손을 잡고 펼치는 논리와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1980년 레이건의 등장은 바로 이들 네오콘에게 실질적인 정책의 경로를 마련해주었으며, 이후 이들 미국의 군사주의적 보수 세력은 미국의 군수 산업과 한 몸이 되어 미국 자본주의의 거대한 시스템 자체가 된다. 이들은 미국의 힘이 더 압도적인 상태로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베트남 전쟁 이후 이른바 "역코스(reverse course)"를 밟아나간다. 여기서 역코스라는 것은 베트남 전쟁 패배 이후 "미국의 평화 국가화"라는 요구를 하나씩 분쇄시켜나간 것을 이른다.
"불칸"이 그리스 신화에서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불칸의 이름 아래 미국의 군사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세계 체제 전체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겠다는 정책을 유지한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 미국 국방부 펜타곤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 결정 기구는 이들이 하나씩 접수하기 시작했으며, 2003년 이라크 침략은 바로 이러한 미국 내부의 세력 판도가 결정적으로 구성되면서 이루어진 사태였다.
키신저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과 모순을 외교적 균형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들 네오콘의 공적이 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키신저나 이들 네오콘이나 모두 미국의 패권 체제를 일방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점에서 얼핏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군사력 위주의 세계 관리가 이들 불칸의 선택이라는 걸 주목하면 그 차이는 대단히 크다.
이제 문제는 이들 불칸 세력이 부시 체제의 종식으로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트남 전쟁을 주도하고 이후 2선에 물러났다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이들은 부시 체제의 이라크 침략이 동력을 잃은 뒤에도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과 자본의 동맹 체제를 가동시키는 실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오바마는 네오콘 세력을 자신의 국방 정책의 요소요소에 배치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대로 군사주의 정책을 평화적 방향으로 전격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바마는 이들 불칸의 손아귀에 들어가 이들의 조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다.
불사조처럼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나서 인류의 현실을 군사적 목표물로 삼고 있는 이들 불칸 세력의 존재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 당장에 이 나라 10대 여성이 미군에게 성적으로 유린되고 있어도 아무런 방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복지 예산이 줄어들어도 미국의 무기를 사들여야 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오바마의 옷을 입고 숨어 있는 이들 불칸의 정체를 명확히 꿰뚫어보고 우리 자신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내는 일이 우리에게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수하 세력인 한나라당의 권력을 먼저 붕괴시키는 일이 따라서 급선무이다. 제임스 만의 <불칸 집단의 패권 형성사>는 그런 의미에서 이들 세력을 해체시키는 전략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필독서이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가 외쳐지고 있는 이 시기, 우리는 여의도와 시청을 시민의 힘으로 점령하고 접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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