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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리 이장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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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대리 이장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기고] 저탄소 녹색 마을의 비극

2011년 9월 15일,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금대리 이장이 자살을 하였다. 녹색 성장을 앞세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 마을' 사업이 화근이 되었다.

선의로 이 일에 나선 금대리 이장은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던 정부와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주민 사이에 끼여 마음고생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였다. 생전에 그와 함께 어떻게 '저탄소 녹색 마을'을 성공적으로 추진할까 고민을 나누었던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이 그의 명복을 비는 편지를 보내왔다. 더불어 정부 사업의 문제점과 우리가 함께 성찰할 점이 무엇인지 고민을 제시하였다. <편집자>

금대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안녕하세요?

일상적인 문안인사가 오늘따라 새삼스러울 만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금대리 이장님께서 운명을 달리하신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한 마음이 짓눌러왔습니다. 소주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던 모습이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고(故) 정필국 이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언론에서 언급하였듯이 주민과의 합의가 부족한 가운데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잘못된 사업 관행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일을 통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겠습니까? 좋은 일,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하셨을 텐데, 비극으로 결론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 마을 시범 사업 중에서 행정안전부가 진행하던 금대리는, 애초에 선정된 월암리에서 진행되던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올 해 6월에 바뀐 곳입니다. 사업의 내용은 가축 분뇨, 음식물쓰레기 등의 부산물을 에너지 자원화하는 사업이었고요.

지난 7월에 공주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행정안전부 담당자와 시청, 시의회가 한자리에 모여 이 사업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참석한 분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월암리의 경험을 들며,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담당자와 시청에서 시일의 촉박함은 인정하지만 금대리 주민들과의 간담회와 선진지 견학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합의하였습니다. 마을에서부터 면사무소까지 직접 현장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합의를 위해 노력키로 하였습니다.

며칠 뒤에 간담회 소식도 들려왔고, 주민 설명회의 참여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장님과 몇몇 분을 만나 대화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급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분께서 정부 담당자와 함께 열심히 제대로 준비해보자는 의지와 노력하는 모습에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안군 등용 마을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경험입니다. 낯선 사람, 낯선 일에 대한 경계와 폐쇄적인 마을 주민들을 대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같이 농사짓는 이웃 면의 농사꾼이기도 했고 마을에서도 예전부터 농민 운동으로 함께 활동하셨던 분들이 제법 있는, 더군다나 부안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막상 마을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었던 겁니다.

당시에는 무척 서운하고, 섭섭하였습니다. 도를 넘는 거리두기와 뒤에서의 손가락질에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오랜 세월을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었다가 몹쓸 일을 당하기도 하고, 앞뒤가 다른 기막힌 꼴을 수없이 당하며 지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특정 마을 주민, 혹은 몇몇 분들이 아니라 이 땅의 농민들이 지난 역사 속에서 철저히 유린당하며 살아오는 동안 형성된 자기 방어 의식이 본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분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먼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솔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일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삶의 연대감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믿음을 쌓는 일이 그리 쉽게 되겠습니까? 그렇게 마을 주민들과 신뢰를 형성하는 것,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렇게 부대끼면서 5~6년을 지내다보니, 어느새 마을의 일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다시 한 번 되물어 보아야 합니다. 혹시 이러저러한 일을 하기 위하여, 어떤 목적을 위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 보다는 앞서서 이끌어 가려 하지는 않는지. 그렇게 남을 탓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꿈꾸는 세상, 만들고 싶은 세상은 '조화로운 세상'입니다. 삶의 궤적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과 지향도 다릅니다. 그런 각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삶입니다.

그런 뜻에서 '마을이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각성(各姓)받이가 모여 살더라도 누구 집 형편이 어떤지, 뭔 일이 있었는지 뻔히 알고 지내는 것이 마을입니다. 아침에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더라도 저녁에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을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마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라진 마을을 되찾는 것,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에너지 자립 마을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외롭고 험한 일을 하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아마도 고인께서 가장 힘드셨던 것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믿고 의지가 되었던 이웃과 친척, 문중 식구들의 싸늘한 시선과 뒤돌아 선 차가운 뒷모습에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가셨을까요?

ⓒ프레시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며칠 전 토론회 자리에서 다른 부처 담당자의 저탄소 녹색 마을 사업에 대한 황당한 아전인수 답변을 들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의 축소나 포기가 늘어난 사안은, 다른 재생 가능 에너지로도 충분히 에너지 자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답변에 대해서조차 '수고하십니다. 처음 시작하는 어려운 일로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격려를 하였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천불이 났습니다만…. 그냥 '일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고 잘못 추진된 면이 있었다. 앞으로 노력하겠다'라면 될 것을 뻔한 핑계로 둘러대기는….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그래서 '철밥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저 사고 안 생기고 문제 일으키지만 않으면, 월급 받고, 진급하고, 퇴직하여 연금 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금대리를 담당하였던 공무원들은 최소한 이런 부류는 아니었습니다. 시각과 의견에서 다소 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하려 하였습니다.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하였습니다. 그랬음에도 많이 부족하였을지도, 혹은 상부로부터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하여 채근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들을 두둔해주고 싶습니다. 그럭저럭 일을 처리하면서 공주 시청 관계자를 독촉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할 수도 있었습니다. 주민 탓! 지방 행정 탓!으로 돌리면 쉬울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런 진지함에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공무원 만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잘잘못을 따져야겠습니다. 시범 사업은 잘한 것만 포장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누구를 탓하고 책임을 따지는 것이 오히려 쉽고 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아닙니다.

'저탄소 녹색 마을 사업'은 필요합니다.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많은 보완이 있어야 합니다. 냉정한 평가와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허나 '양 날의 칼'입니다. 정부의 분위기는 이번 사건으로 대폭 조정하고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정책의 수정, 변경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런 사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정부에는 있었습니다. 에너지 전반에 대하여 결이 다른 세력이 있듯이 말입니다. 잘못된 사항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지적을 하되, 이 사업의 필요성과 의의까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도 마을에서, 현장에서 속을 태우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혹시 그분들을 성과와 실적에 비추어 평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우리에게는 서로에 대한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멀고도 험한 길 서로 일으켜주고, 넘어주며 갑시다.

등산을 좋아하는 데요, 어렸을 적에 산에서 들은 말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라"고 하시더군요.

다시 한 번 이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여러분의 평안을 빕니다.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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