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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낚였어요? 여러분은 물고기가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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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낚였어요? 여러분은 물고기가 아닐진대…

[1주년 특집] '프레시안 books'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지난 2010년 7월 31일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펴냄)를 머리기사로 창간호를 펴낸 '프레시안 books'가 2011년 7월 29일 50호로 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년간 프레시안 books에 독자, 저자, 필자 또 출판계 안팎의 여러분까지 많은 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난 많은 이들이 프레시안 books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소수의 기자 몇 명이 서평 면을 만드는 기존의 언론과 프레시안 books의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관심이겠지요.

그래서 프레시안 books 1주년을 맞아서 여러분의 궁금증을 단 번에 해소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1년간 프레시안 books를 담당해온 <프레시안>의 강양구 문화팀장에게 여러분이 평소에 궁금해 했던 것들을 물었습니다. 단, 이 인터뷰는 강양구 문화팀장의 머릿속에서 가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궁금증 1 : "서평, 얼마면 돼요?"

- 먼저 프레시안 books 1주년을 축하합니다. 매주 주말마다 작은 잡지를 한 권씩 꾸준히 발행한 셈입니다.

"네, 지난 1년간 대강 정리를 해보니 인터뷰·대담 약 40건, 그리고 서평은 독서 칼럼을 포함해서 약 600건 정도가 실렸더군요. 인터뷰·대담 중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들을 일부 모아서 지난 4월에는 <불량 사회와 그 적들>(알렙 펴냄)이라는 책도 펴냈고요. 딱 1년 된 '북 리뷰 섹션'치고는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듣고 보니, 1년간 쌓인 콘텐츠 양이 상당히 많네요. 그런데 정작 많은 독자는 프레시안 books에서 어떻게 책을 선정하고, 어떻게 서평 필자를 정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맞아요. 프레시안 books의 운영 방식이 기존 언론의 서평 면과는 다르다 보니, 저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몇몇 출판사의 경우에는 다짜고짜 팀장인 저나 안은별 기자한테 서평을 다뤄줄 수 있는지 의뢰(청탁)하는 분들도 있고요. 심지어 얼마면 서평이 실리냐,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어요." (웃음)

- 얼마면 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신 모양이네요. 이참에 궁금증을 풀어주면 되겠네요.

"우선 프레시안 books에는 창간 과정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고민하시는 네 분의 상임기획위원이 계세요. 그리고 또 창간 때 위촉했던 약 서른 명의 서평위원도 있으시지요. 이 분들이야말로 사실상 프레시안 books를 실제로 움직이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매주 한 차례씩 네 분의 상임기획위원과 그리고 저를 포함한 담당 기자 두 명, 이렇게 여섯 명이 모여서 기획 회의를 합니다. 그 주에 들어온 책들을 여섯 명이서 쭉 일별을 한 다음에 서평 대상 도서를 정해요. 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분이라도 "싫다" 파투를 내면 그 책의 서평은 프레시안 books에 실리기 어려워요."

- 생각보다 사공이 많군요.

"그렇게 사공이 많으니 프레시안 books의 질이 담보되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서평위원 중에도 흥미롭게 읽은 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추천된 책도 회의에서 논의를 거쳐서 최종 서평 대상 도서로 선정을 합니다. 그러니 프레시안 books에 순전히 광고와 같은 상업적 이해관계만 염두에 두고 책이 실리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사실 프레시안 books의 살림을 책임지는 마케터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어떤 출판사에서는 노골적으로 '서평이 나가면 광고를 주겠다' 이런 제안도 마케터에게 하는 모양이에요. 아까 얼마면 돼, 이런 것과 비슷한 겁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설사 마음이 있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에요."

- 그래도 프레시안 books를 보면 책 광고가 꽤 보이던데요?

"사실 매주 프레시안 books을 펴내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유료 매체가 아니다 보니, 그런 광고가 없으면 당장 유지가 힘들지요. 다행히 출판문화에 프레시안 books가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꾸준히 광고를 내는 출판사가 네댓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출판사 중에는 의도하지 않게 책을 홀대한 곳도 있는데도….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수입이 많지는 않아요. 겨우 프레시안 books가 적자를 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정도에요. 매주 고생해서 서평을 써주는 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고료를 드리지 못하고 있으니, 사실은 필자를 착취해서 겨우 유지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좋은 글을 받을 때마다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만 더 해볼게요. 사실 '출판 산업의 몰락'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프레시안 books를 만들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더라고요. 프레시안 books를 창간할 때 대부분의 출판사가 보인 반응은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 한 번 해보렴.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 자기랑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팔짱 끼고요. (웃음)

특히 비교적 자금 사정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출판사들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식이면 될 일도 안 될 테니까요. 한국에서 제대로 된 북 리뷰 섹션이 만들어지면 결과적으로 직접 이득을 보는 건 출판 산업, 구체적으로는 출판사들일 텐데요. 왜 그런 식으로만 대응할까요?"

궁금증 2 : "아니, 이런 책도 서평을?"

- 그래도 프레시안 books를 보면 선호하는 책들이 있어 보여요.

"그건 매체의 정체성과 관계가 되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프레시안 books를 시작할 때 모토가 '책으로 세상 읽기'였어요. 당연히 <프레시안>이 지향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먼저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서, 2010년에 프레시안 books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펴냄)였듯이요.

(☞관련 기사 : 삼성에 어퍼컷! 월스트리트에 하이킥! 책의 최후통첩!(제21호))

가능하면 그 즈음의 가장 뜨거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쟁점을 책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해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① 최근 나온 책으로 한국 정치의 흐름을 읽어보려는 시도 ② 책을 통한 세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③ 책을 계기로 구제역,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것 등이 좋은 보기입니다.

(☞관련 기사 : ① 김대중·노무현처럼 하다가는 '38선' 절대로 못 넘는다!(제18호), 2012년 제18대 대통령은 '박근혜'!?(제23호) / ② 20대는 '찌질이'? '486'한테 보고 배운 것뿐인데…(제13호) / ③ "소·돼지 생매장? 인간 수십억 '살처분' 시점이 다가온다!"(제28호), 일본이 핵에 무너진 날…"우리는 모두 일본인이다!"(제31호))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매주 회의 때마다 '아니, 프레시안 books가 이런 책을' 하는 독자의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고민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 예를 들자면, 현빈·하지원 주연의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책 읽는' 재벌2세를 집중 조명한 머리기사는 그런 고민 속에서 나왔지요.

(☞관련 기사 : <시크릿 가든> 결말이 궁금해? 열쇠는 주연·라임 책꽂이에!(제20호))

- 가끔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하기 힘든 책이 서평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던데요?

"글쎄요. 어떤 책이 좋고 나쁜지는 굉장히 주관적이잖아요. 매주 기획 회의 때도 가장 많이 부딪치는 지점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다만 만듦새가 허술해 보여도 호의적으로 보자고 공감대가 있는 책들이 있어요. 바로 최근의 사회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시급히 만든 책이 그 예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팸플릿에 가까운 책일 텐데요. 가능하면 매주 한두 권씩 그런 책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해요. 이런 책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진행 중인 논쟁에 개입하려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목소리는 큰 대신 논리에 비약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서평자가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서 호오가 갈리게 마련이고요. 그 결과 논쟁이 생기지요.

아, 매주 한두 권씩 소설, 특히 한국 작가의 장편 소설을 서평 대상에 포함하려는 노력도 합니다. 이건 문단에 만연한 '주례사 비평'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의도적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소설 서평이 화제가 된 적도 몇 번 있지요. 아직은 시도에 의의를 두는 형편이지만 반가운 소리도 들리긴 하더군요.

소설가, 편집자에게서 며칠 간격으로 똑같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요즘에 한국 소설에 대해서 제대로 쓴 소리를 하는 지면은 프레시안 books 말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관련 기사 : '비평가'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신경숙을 부탁해!'(11호))

궁금증 3 : "서평이 이렇게 늦어서야!"

- 프레시안 books 서평은 다른 언론과 비교했을 때 유독 늦습니다.

"프레시안 books를 창간할 때부터 세운 원칙 중 하나가 속보 경쟁은 안 한다, 이런 거였어요. 보통 주말 신문의 서평 면에 소개되는 책은 그 주 월요일, 화요일에 서점에 깔리는 것이에요. 아무리 책에 도통한 기자라고 하더라도 불과 이틀, 사흘 동안 그 많은 책을 읽고서 제대로 소개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신문은 그런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지요. 편집자가 써준 보도 자료를 참고하거나, 책을 다 읽지도 않고서 소개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굳이 이런 식으로 속보 경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평 면은 출판사의 광고 면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프레시안 books는 아예 처음부터 서평 필자에게 최소한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만 빼고는 이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독자, 저자, 출판사도 점점 익숙해 하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이 원칙은 지킬 생각입니다."

- 미국 같은 경우는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책의 원고를 미리 언론과 공유하는 '사전 예고제'를 하기도 하잖아요?

"네, 프레시안 books가 창간 때부터 출판사에 협조를 부탁한 게 그런 사전 예고제였어요. 적어도 한 달 전, 아니 두 주 전이라도 출간 예정인 책의 원고를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은 서평을 쓸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다른 언론과 보도 시점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프레시안 books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도 사전 예고제를 통해서 좀 더 차분하게 서평 면을 만들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한국 출판사의 상황이 이런 사전 예고제를 할 정도로 녹록치 않더라고요. 출간 계획도 유동적이고 출간 일정을 맞추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그래서인지 사전 예고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출판사가 아직은 적습니다.

물론 지금도 책이 출간되기 몇 주 전에 원고 검토를 의뢰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이렇게 사전 예고제에 동참하는 출판사가 더 많으면 좋겠어요."

궁금증 4 : "만날 까기만 해서야…"

- 아까 '주례사 비평'을 언급했습니다만, 프레시안 books에 너무 날 선 서평이 많이 실려요.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난센스입니다. 지금까지 프레시안 books 서평 필자로 참여한 분들은 책이 수십만 권 이상 팔린 영향력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부터 학계의 원로 교수까지 정말로 다양해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비판을 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가능할까요? 그러니 프레시안 books가 비판적인 서평을 일부러 유도했다는 식의 얘기는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다만 이런 원칙을 서평 필자에게 전하긴 합니다. 정직한 서평! 지금까지 한국의 서평 문화가 너무 솔직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프레시안 books의 정직한 서평이 낯설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관점이 다르면 비판하고, 근거가 부실하면 채근하고, 번역이 틀렸으면 지적하고, 편집이 엉망이면 질타하고…. 이런 게 정직한 서평입니다.

이런 정직한 서평이 뿌리를 내려야 독자에게도 좋고 더 나아가 저자, 출판사에게도 좋을 텐데요. 독자도, 저자도, 출판사도 이런 정직한 서평이 아직은 낯 설은 것 같아요."

- 1년간 관계가 소원해진 저자, 편집자도 꽤 되겠어요.

"네, 원래 인간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1년간 더 나빠졌어요. (웃음)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저자 중에서 아예 상종도 못할 사이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는 저자, 편집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거예요. 사실 억울한 면도 있어요. 서평 필자가 감당할 몫까지 짊어지는 것 같아서요.

물론 한 편으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얻은 것도 많지요. 예를 들자면, 원래 한 사람의 인격이나 실력은 그 사람이 궁지에 몰릴 때 드러나잖아요. 자기 책에 대한 비교적 합당한 비판에 정신 줄을 놓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게 저 사람의 인격이고, 실력이구나' 하고 알게 된 적도 있지요.

반면에 날 선 논쟁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쁜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프레시안 books를 만드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 조선, 차라리 빨리 망했다면? '亡國 콤플렉스'에 하이킥!(5호), 오항녕의 서평에 답한다…"조선 시대 밖에서 보기"(6호))

- 그래도 서평 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획자의 의도가 작용하기 마련 아닌가요? 뻔히 나쁜 서평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을 선정하는….

"글쎄요. 그건 지식 사회의 전체 맥락을 고려해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어떤 저자에 대해서 독자들은 천편일률적인 칭찬만 접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프레시안 books에서 다른 시각의 서평을 제공하는 건 오히려 지식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또 있어요. 어떤 책이 내용이 부실한데도 (저자의 이름값 때문이든, 출판사의 마케팅 때문이든) 시장에서 고평가되었다면 그것에 대해서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필자를 찾아서 독자에게 진실을 알리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걸 부정한다면 북 리뷰 섹션, 더 나아가 언론이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 서평이 의도했던 대로 나오지 않아서 속상했던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서평은 외고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애초 기대했던 대로 글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서평이라는 글이 익숙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이번에 1주년 기념호를 준비하면서 그간 프레시안 books에 서평을 자주 기고한 분들에게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글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사실 서평이 굉장히 어려운 글이잖아요. 남이 쓴 책을 소개하고 평가하면서 자기 얘기도 해야 하니까요. 프레시안 books에서 가능하면 다양한 형식의 서평을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여러 형식의 서평을 찾아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서평 형식을 찾는 재미도 누릴 수 있게요."

ⓒ프레시안(손문상)

궁금증 5 : "찌라시도 아니고, 제목이 그게 뭡니까?"

- 프레시안 books의 이른바 '낚시' 제목을 가지고 투덜거리는 독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번 물어볼게요. 낚시가 나쁜가요?

필자가 공들여 써온 좋은 글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에디터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요? 그런 일을 낚시라고 한다면, 저는 그런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현재 인터넷 환경에서 독자의 눈길을 잡아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제목'입니다. 그러니 제목으로 낚시를 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 그런 '낚시'도 정도껏 해야죠. 찌라시 뺨친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한국의 시민들 상당수는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소비합니다. <프레시안>과 프레시안 books의 기사도 마찬가지에요. 그 기사 내용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포털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진짜' 찌라시 기사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제목의 기사와요.

"세계 최초 임신한 남자, 셋째까지 낳더니…"(<ㅈ일보>), "4600명 사귄 바람둥이, 여친에 무릎 꿇고…"(<ㅁ일보>), "조폭 남편에 살해된 20대女, 4년 만에 원혼이…"(<ㅅ신문>)

"비에 젖어 드러난 실루엣 아찔" 등과 같은 스포츠 신문의 제목이 아니라 종합 일간지가 한 포털 사이트에 머리기사로 노출해 놓은 제목이에요.

프레시안 books의 기사는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일요일 정오까지 주말 내내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찌라시 기사와 제목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런 기사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좋은 글을 받아놓고도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에디터의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자, 필자에게 죄송할 때도 있어요. 글의 핵심을 꿰뚫는 감칠맛 나는 품위 있는 제목을 붙여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탓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특히 인터넷 환경에서 기사가 유통되는 방식에 익숙지 않은 필자에게는 더 죄송해요. 다만 대부분의 필자들은 고맙게도 "제목은 편집의 영역이니 알아서 해주십시오" 하면서 격려합니다.

- 낚시 제목이 효과는 있나요? 도대체 얼마나 많이 보기에….

"비밀인데…. (웃음) 프레시안 books의 머리기사만 몇 개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에 낚시 제목이라고 '일부' 누리꾼이 게시판에서 욕을 많이 한 기사를 살펴볼까요? 공교롭게도 둘 다 소설이었는데요.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을 평가한 서평 좌담 기사는 정확히 80만1095페이지뷰가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 : "소녀 죽이고 마을 수장한 살인마, 이제 천만을 노린다!"(제47호))

또 다른 기사도 있어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을 문학평론가 이명원이 리뷰한 기사는 129만1383페이지뷰가 나왔어요. 물론 이 중에는 제목만 보고 들어왔다가 제대로 기사를 읽지 않고 나가는 이들도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중에는 제목에 끌려 와 좋은 글을 읽고 뿌듯해 했을 이들도 많았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것도 공짜로요!!!"

(☞관련 기사 : 젊은 여성들 '80대 노인'에게 두근두근? 그 이유는…(제48호))

- 그래도 가끔 글의 맥락과 관계 없는 눈살 찌푸려지는 제목이 있잖아요?

"사실 앞에서 든 예도, 소설과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이 아주 맥락 없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주 적절한 제목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 하는 분들도 있어요. 감히 말하건대, 전혀 맥락 없는 제목을 붙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제목이 논란이 된 또 다른 기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김기협의 <해방일기>를 소개한 대담 기사였어요. 제가 보기에 그 대담의 핵심은 역사를 돌이켜볼 때 가정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한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짚은 것이었어요. '일기'라는 형식으로 해방 3년을 되돌아보는 책의 형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대담 중 나온 '역사적 가정'을 제목으로 뽑은 것입니다.

(☞관련 기사 : "김일성 장군 환영 대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면…"(제38호))

- 아까 찌라시와 경쟁하기 위해서 찌라시 뺨치게 제목을 단다고 했는데…. 프레시안 books는 달라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제가 제목을 달 때마다 항상 떠올리는 말이 있어요.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지옥을 들여다보면 지옥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입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네, 이런 성찰이 왜 없겠습니까? '생존'이 최우선이지만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성찰은 계속해서 합니다. 그래서 프레시안 books 머리기사의 제목은 편집국장뿐만 아니라 시니어 기자부터 주니어 기자까지 여러 동료들에게 모니터링을 거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노력을 좀 더 살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낚시 제목을 욕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을 때도 있어요. 도대체 뭘 기대한 거예요? "젊은 여성들 '80대 노인'에게 두근두근?" 제목에서 어떤 기사를 기대했기에 '낚시다' '속았다' 하는지…. 이런 분들을 보면 새로운 매체 창간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에로시안> 같은 매체요.

한 곳에서 똑같은 미끼로만 낚시를 하면 물고기도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낚싯바늘을 물지 않아요. 그런데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는 누리꾼은 물고기가 아니잖아요. 앞에서 인용한 니체의 말은 기자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낚시 제목이 싫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매체를 직접 찾아가서 기사를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남은 얘기들

- 프레시안 books에서는 다른 매체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가능하면 다른 매체를 통해서 독자를 만나는 필자가 아닌 새로운 이를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홀대하는 기성 필자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홀대를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요. (웃음) 아무튼 그래서 1년 동안 새로운 필자를 여러 명 소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필자 발굴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독자들의 서평 기고도 활발하면 좋겠어요. 그런 인연으로 프레시안 books의 필자가 된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 최근에 프레시안 books 때문에 <프레시안>이 검찰에 고발된 적도 있다고요?

"네, 최근에 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보수 언론이 '내란 음모 죄'로 프레시안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한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원인 제공을 프레시안 books가 했더군요. 아까 언급한 기사 있잖아요. "김일성 장군 환영 대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면…." 이 기사가 시민을 선동해 내란을 획책하는 기사라고 하네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별의별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하곤 했는데, 내란 음모 혐의는 또 처음입니다."

- 프레시안 books를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일은 뭔가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탁의 연속이니까요. 저자, 필자, 출판사 그리고 독자와의 긴밀한 협조가 없다면 프레시안 books는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니 담당 팀장 입장에서는 계속 부탁, 부탁, 부탁의 연속입니다. 상임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선생님 중 한 분이 사석에서 '부쩍 사회화가 되었다'고 놀린 적이 있었는데요. 아마 이런 탓이 클 거예요."

- 인터뷰 내내 프레시안 books의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잖아요. 보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프레시안 books 창간을 준비할 때,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한국에서 읽을 만한 서평 잡지를 직접 만든다는 생각에 설렜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비교적 첫 발은 성공적으로 딛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탰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없을 수 없지요. 여러분도 앞으로 더욱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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