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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이어서 제주도 결딴…다음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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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이어서 제주도 결딴…다음은 어디인가?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아프게 하지 마라

지난해 7월 문화예술인들이 4대강을 뒤집어놓는 극악무도한 행태에 분노하고 아파서 낙동강 순례에 나선 일이 있었다. 나도 그 길에 같이 올랐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경천대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를, 마애습지가 천연의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그리고 또 보았다. 강바닥이 모두 파헤쳐지고 불도저로 모래를 빡빡 긁어 농지에 공동묘지처럼 쌓아 놓은 것을. 이는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고 있는 참혹한 광경에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4대강 사업과 자연·환경 파괴를 두고 저울질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금 펼쳐지고 있는 행태들이 궁극적으로는 인간 자신도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을 죽이고 있는 것으로도 부족한가. 아예 같이 죽자고 고사를 지내는 일이 바다 건너 아랫녘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후보에 들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제주 강정 마을을 산산이 부셔버리고 있다.

할 말을 잃는다.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오히려 평화롭던 곳을 예비 전쟁터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잠깐만 생각해도 알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강정 마을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데 그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이 정부는 약을 먹은 게 틀림없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긴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의 광경들은 역사 속에서 현실에서 어떤 처참함을 지니고 살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폐허가 된 삶과 생태계, 생태계는 생태계대로 꽃피울 수 있는 터를 다듬는데 긴 시간을 바쳐야 하고 인간은 허기를 해결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기 위해 또 악착같이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짓을 반복할 셈인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을 왜 흔드느냐 말이다. 돈이면 되는가. 강정 마을 주민들이 보상금을 많이 주면 옳다구나 하고 떠나겠다고 하던가. 웃기는 착각이다. 돈을 최고로 아는 천박한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나 강정 마을 사람들이 영혼을 팔 생각이었으면 평화로운 일상을 깨버린 국가 폭력에 저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을 왜 반대하는가. 강정 마을에 군사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왜 반대하는가. 돈이라는 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물질적 죽음만이 죽음은 아닌 것이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다고 해서 강정 마을에 쏟아지는 무참한 폭력을 침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폭력이 내게 되돌아올 것이다. 내 삶도 파괴할 것이다.

ⓒ프레시안
김수열 시인은 그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가 붉은발말똥게가 산호들이 강정천이 그곳의 주인이라고 했다. 강정 마을 사람들도 언젠가는 강정의 흙으로 바다로 바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강정은 제주도는 소박하게 살다 가는 그 삶들을 품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왔다 가지만 그곳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작은 뭇 생명들, 바람과 바다와 바위들이다. 그 평화의 전령들을 없애버리면 인간이 살 수 있겠는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텐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체득하며 사는 아이들이 소통도 관계 맺기도 잘하는 법이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강정 마을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할 것인가. 멀어서 걸음하기도 수월치 않은 강정마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외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뭍에 사는 사람들이 대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서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멀리서나마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 일이 아니다. 내 삶의 문제다. 내게 밥과 먹을거리를 주는 이 땅의 문제다. 맑은 공기를 맡을 수 있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게 하는 하늘과 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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