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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긴급 경고', "아빠, 엄마, 아이 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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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긴급 경고', "아빠, 엄마, 아이 다 미쳤다!"

[공작의 꼬리 경쟁·25] 경쟁과 심리적 건강

심한 경쟁 사회는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반납할 것을 강요한다. 일직선의 서열이 주는 등수라는 숫자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등수 이외의 다른 모든 가치는 사라진다.

서열 경쟁에서 좌절하고, 등수가 자신과 별로 상관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남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가 된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경쟁 사회에서 그들은 외부와 단절된 외로운 존재로 전락해가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경쟁과 자긍심

알피 콘은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등수가 올라가는 것과 자신의 실력 향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 있다. 자신은 시험을 평소처럼 보았는데 다른 학생들이 더 잘 치렀다면 성적은 내려가고, 그 반대면 성적은 올라 갈 것이다.

이 경우 성적이 올라가면 기뻐하고 또 내려가면 실망해야 할 것인가? 물론 경쟁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제치고 이길 수만 있다면,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 향상 등에 상관없이 기뻐해야 할 것이다. 경쟁에서의 만족이나 실망은 자신과 전혀 관계없이 발생하곤 한다.

경쟁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얻는 기쁨은 결과로 나타나는 등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자신이 더 배워서 기뻐하거나, 더 노력하는 습관을 배양해서 기뻐한다거나, 아니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서 기뻐하는 것처럼 남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얻는 만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자신의 발전을 이룩해도, 서열 평가에서 높은 등수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이 되고 만다. 등수는 우리 자신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우리는 등수에 많은 것을 부여하고, 거기에서 만족과 실망을 얻는다.

자신에 대한 만족 없이 자긍심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만족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상대 평가에 의한 서열에서의 위치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나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다른 사람의 건강 상태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내 자신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역시 상대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상대 평가에서는 나의 기쁨은 상대의 실망이 되고 상대의 기쁨은 나의 실망이 되지만, 진정한 만족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산을 즐기면 다른 사람 역시 산을 즐기고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은 최초 8000미터 이상 14좌 등정과 같이 경쟁이 되었을 때는 불가능한 것이다.

두 심리학자 아디스 노렘과 데이비드 존슨이 821명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협동 성향의 학생들은 자기만족과 자신의 가치의 증가를 나타내는 자긍심을 갖는 반면, 경쟁 성향의 학생들은 그러한 일반적 자존심과 관계가 없음을 발견했다.

경쟁에서 가치 측정은 내부적 만족보다는 상대적 평가나 업적을 중시한다. 그 결과로 자신에 관한 조건 없는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어떤 일을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잘 했는지,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른 자신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것들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상대 평가로 얻는 것은 자긍심이 아니라 자신이 남보다 잘났다는 오만함이거나 또는 못났다는 열등감일 것이다. 오만은 상대에 대한 연민이나 배려보다는 멸시로 연결될 수 있고, 열등감은 상대에 대한 존경보다는 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쟁에서는 항상 패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리고 실제 우승하는 사람 한 사람 말고는 다른 모든 사람은 패자가 된다. 이렇게 대부분이 패자가 되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패자라는 심리적 손상을 입게 된다. 경쟁을 강조하면 할수록 패자가 될지 모르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패자라는 상실감 역시 증가한다. 패배가 항상 따르는 경쟁은 많은 사람을 비관적으로 만들며, 자긍심을 잃게 한다. 이는 단지 자긍심이 약한 사람뿐만 아니라 자긍심이 강한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캐롤 에임은 자신감이 강한 아이들 역시 경쟁에서의 실패로 인하여 자신에 대하여 비판적이 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긍정적 자아 평가가 약화되고 무기력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경쟁을 통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라이벌)이라는 틀을 인식하게 되며, 이는 미래 사회생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연속되는 경쟁은 언제나 승리냐 패배냐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고등학교 수석 졸업자는 대학에 가서는 다른 고등학교 수석 졸업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 이후 사회에 나가면 또 다시 경쟁해야 한다. 서열은 상대적이다. 중학교에서 1등을 한 학생이 그 당시 등수에 만족할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이 떨어진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1등을 한 학생이라도, 수재들이 모이는 대학에 가서는 단 한 사람을 뺀 모두는 1등을 하지 못한다. 서열에 의해서만 평가되는 사회는 대부분인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사회다. 한 인간을 서열로 평가하는 경쟁이 강화될수록 패자로 전락하는 불안감은 모두가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소위 일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역시 이러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그 스트레스를 이기다 못해 자살하기도 한다. 대부분을 패자로 만드는 경쟁의 극단을 달리는 한국 사회에서는 상대 평가에 의하여 수재들도 더 뛰어난 수재 앞에서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자신감 있는 아이들도 서서히 자긍심을 잃어가고 성공한 사람들도 피해자가 된다.

ⓒdemandstudios.com

경쟁과 불안 그리고 우울증

경쟁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리고 불안감은 우울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경쟁이 효율을 올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효율은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기초한다. 물론 경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실패의 불안보다는 뉴스에 종종 나오는 소수의 고액 연봉자와 같이 승자에 주어지는 보상 동기를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현실을 보면 상황은 그 반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액 연봉자가 된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기보다는 직장 문제로 많이 불안해한다. 요즈음 구직자들에게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들이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그들이 무엇을 갈구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요즘 젊은이들의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과 선생님이라고 한다. 공무원과 선생님만큼 중요한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한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아이들이 미래의 꿈을 실현하도록 그 기반 형성을 돕는 중요한 직업이다. 하지만 이런 사명감과 일에 대한 보람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무한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을 강조하며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강자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왜 그들은 가장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것인가? 이러한 이중 구조는 한국이 경쟁의 강화와 함께 겉으로는 진취적이며 모험을 강행하는 용감한 젊은이들을 장려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쟁의 강조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을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진취적이고 모험적이 되어서 실패해도 그들을 배려하는 사회가 아니라, 패자로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패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패자가 될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극단적 경쟁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고액 연봉의 강자로 성공하는 화려한 희망을 얘기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과는 별로 상관없다는 것을 알고, 삶의 기본을 보장해주는 안정된 직장을 갈망한다.

경쟁이 강화됨에 따라 성공해야 하는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증가한다. 그리고 스트레스 증가는 우울증으로 발전될 위험이 있다.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정신과의 이화영은 "성공이 개인의 행복에 있어서 최우선이 되는 시대에 살다보니 개인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으면 우울증이 생길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카이스트 학생 자살 부른 '극심 경쟁·우울증' 해결책은?)

경쟁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안감이 심할 경우 우울증에 이르고, 우울증은 극단적으로는 자살로 연결된다. 한국의 과열 교육 경쟁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2009년 인천광역시 정신보건센터가 지역 중학생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6.5퍼센트가 '우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우울 증세나 자살 생각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810명을 대상으로 한 집중 검사에서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3.5퍼센트나 되었다고 한다. 가천의대길병원 조인희는 "입시 경쟁, 공부 스트레스가 자살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 함양과 인지 발달을 저해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중고생 5명 중 1명 '우울·자살 생각 위험군')

중·고생은 입시 경쟁 때문에 우울증으로 시달리지만 입시를 벗어난 많은 대학생들도 우울증에 시달린다. 국내 한 4년제 대학이 2008년 학생 13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42퍼센트(573명)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6퍼센트(81명)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입시 전쟁·취업 대란…우울증에 시달리는 20대)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 역시 우울증에 시달린다. 잡코리아가 2010년에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62.9퍼센트나 됐다. 최근 직장인 917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조직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8퍼센트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신체적 이상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 "출근하기 싫어" 직장인 63% '회사 우울증')

경쟁 때문에 사람들 상호 간의 긴장이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긴장 증가가 불안감을 초래한다. 롤로 메이는 경쟁이 불안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경쟁 논리는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가져오고, 각 개인인 고립된 존재로 전락해가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경쟁이 강화될수록 구성원들 사이에 라이벌 의식이나 적대감이 증가한다. 자신이 고립된 존재라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실패하여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하다.

롤로 메이는 경쟁 상태에서 사람들이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욱 더 경쟁적으로 되어가는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경쟁이 사람 간의 적대감을 증가시키고, 적대감은 각 개인을 고립시키며, 그 고립으로부터 불안감이 초래된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승리하려 하며, 그러려면 더 경쟁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사회의 경쟁의 심화를 초래하여, 경쟁과 심리적 불안의 상호 상승 작용은 계속된다.

그리고 롤로 메이는 높은 위궤양 발병률이 종종 과도한 경쟁적 삶과 관련이 있다고 하며, 심리학자 허버트 헨딘은 높은 경쟁 압력이 젊은이들에 발생하는 자살률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천광역시의 정신보건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약 50퍼센트는 우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 둘을 가진 부모라면 둘 중 어느 한 아이가 우울 성향을 보일 확률이 절반이고, 둘 다 우울 성향을 보일 확률은 25퍼센트 그리고 둘 다 문제가 없을 확률은 25퍼센트가 된다.

그래서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우울 성향을 보일 확률은 75퍼센트가 된다. 그리고 직장인의 약 60퍼센트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는데, 맞벌이 직장인이라면 둘 중 어느 하나, 아니면 둘 다 우울증 증세를 보일 확률은 84퍼센트나 된다. 맞벌이 직장인 가정에서 둘 다 문제가 없을 확률은 1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한국의 경쟁 논리와 성장 논리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 경제 성장을 위해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대학의 세계 순위 상승을 위해서, 무한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한국의 아이들을 위한 주장이 아니고, 한국의 직장인들을 위한 주장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무한경쟁의 성장 논리는 사람을 잃고 성장도 놓치는 공작의 꼬리 경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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