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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불심 검문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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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찰들이 불심 검문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공작의 꼬리 경쟁·24] 경쟁은 왜 생산성을 하락시키는가

바로 앞 글에서 경쟁이 학습 성취를 낮추고 경쟁적인 사람의 생산성이 떨어지며 또 경쟁이 강화될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복잡한 일, 창조성이나 팀워크가 요구되는 일일 경우에는 경쟁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그러면 경쟁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경쟁은 근원적 동기를 저하시킨다

다니엘 핑크가 이야기했듯이 경쟁 조장을 위한 등수나 금전적 보상의 강조는 근원적 동기를 약화시킨다. 경쟁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킬 때, 그리고 그 작업이 단순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경우 경쟁성을 자극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손으로 옷에 단추를 다는 작업을 생각해보자. 이런 단순 작업에서는 내부적 동기를 유발시켜 생산성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완성품의 수에 따라 보상을 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루한 단순 작업에 효과적인 보상 동기를 독창력이 요구되는 현대의 학문이나 예술 그리고 산업 발전에 있어서까지 확대 적용하여 생산성 증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지나친 보상 동기의 강조는 근원적 동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근원적 동기의 감소로 인한 역효과가 발생하여 생산성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학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학생들이 자신 갖고 있는 학문적 흥미를 추구하거나 유익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재미가 없어도, 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도 학점 잘 받는 쉬운 과목만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재미, 흥미, 또는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의지는 약화되기 쉽다.

한국 과학의 최고 연구소인 카이스트(KAIST)에서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학생의 기준 학점에서 학점 0.01이 떨어질 때 마다 학생들이 6만 원을 더 내야하는 최첨단(?) 보상 동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보상 동기는 단기적으로 학생들의 평점을 올리거나 졸업을 빨리시키는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과학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근원적 동기의 저하를 가져 올 것이다.

학교에서 근원적 동기를 저하시키는 또 한 가지 경우는 교수들에게 과도한 업적 평가를 적용하는 것이다. 논문 발표 편수에 따른 학교 순위 경쟁을 위하여 각 대학은 교수들의 논문 편수에 따른 업적 평가를 도입한다. 연구자들의 연구를 독려하는 여러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인 업적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연구의 중요성이나 효용성보다는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고 저자 자신도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숫자만 채우는 논문을 쓰는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학술지는 늘어나고 논문도 많이 발표되지만 질은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마거릿 클리포드는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잘한다고 한다. 돈, 등수와 같은 외부적 보상이 우리가 지니고 있는 흥미와 같은 내부적 동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외부적 보상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단순 작업이 아닌 경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적 동기가 필요하다. 복잡한 일에 대한 성과를 높이는 것은 내부 동기에 달려 있다. 결국 단순 작업이 아닌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의 업무 추진, 창의성, 독창성 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경쟁으로 인하여 그 생산성이 오히려 저하된다는 것이다.

경쟁은 결과만을 중시한다

경쟁은 이기고 지는 결과로서 판단된다. 일의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행위가 결과만을 위한 것이 되었을 때, 우리가 그 결과를 얻기까지 지나가는 과정은 무시하게 된다.

입시 경쟁의 결과는 대학 입학의 당락으로 결정된다. 경쟁의 결과는 단순 비교가 가능하며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입시 경쟁에서 학생들은 학업에서 정답 고르기의 훈련을 하고, 서열이 정답의 수에 따라 간단히 정해진다. 여기서 한 학생이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그 정답에 도달하였는가 하는 정보는 무시된다.

정답을 고르는 교육은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되기 쉽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교육은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사고 능력 발달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이 회의하고,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무시 하면 독립적 사고의 능력이 저하될 것이다. 결국 경쟁 위주의 교육은 복잡한 사고나 인간관계가 필요하며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에 있어서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을 갖추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나 기관에서 업적 평가를 통한 경쟁이 너무 강조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많은 부작용을 낳아 오히려 전체적으로 성과가 하락할 수 있거나, 본연의 목적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느 경찰서장은 경찰청의 검거 성과 위주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실적 경쟁에서 자신의 경찰서가 연속 4개월 동안 꼴지를 했으며, 꼴찌를 면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실적을 올릴 것을 요구한 자신이 부끄럽다고, 그 때문에 사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경찰이 피의자에게 고문을 하여 자백을 강요한 고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실적 위주의 결과라고 했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관공서인 경찰조차 실적 위주의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불심 검문을 자주 이용한다. 실제 경찰학과 교수인 김재규의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 31퍼센트가 실적을 염두에 두고 불심 검문을 한다고 한다. 실적 위주의 평가가 강조되어 지역 경찰들 사이의 협동이 약화되고 있다. 어떤 형사는 "성과 평가가 시행된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이 공조수사 문화가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얻은 중요한 첩보를 다른 경찰들과 공유하지 않고, 각자가 따로 따로 실적 올릴 것을 찾기도 하며, 수배자를 잡기 위해 경찰서 간 공조나 정보 공유도 기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 예로 청주에서 오토바이가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고 나중에 부산에서 그 오토바이의 행방이 파악되었지만, 수사 정보의 공유 거부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실적의 강조가 오히려 범죄 예방이나 범법자 검거에 방해가 되기까지 한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연합뉴스

경쟁이 상승효과를 막는다

경쟁은 구성원 간의 적대감이나 의심을 조장하기 쉽기 때문에, 함께 일함으로써 얻는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각자가 독립적으로 했을 때 불가능한 업무도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을 하면 종종 가능하게 된다. 상승효과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나눔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상승효과는 구성원이 실수나 실패를 하였을 때 그것을 적대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동료로서 도와주려 하는 협동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데이비드 존슨과 로저 존슨은 "협동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용기를 갖고 모험을 시도하기 쉽지만, 경쟁적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공격이 두려워서 약점이 될 만한 일들은 시도하기 어렵고, 실수가 생기면 들어내고 고치기보다는 숨기려 한다"고 했다.

주위에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조그만 약점도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실수나 약점을 최소로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주위가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조그만 실수나 약점 같은 것들이 두려워서 새로운 것들의 시도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알피 콘은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경쟁의 거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관대함은 오히려 약점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마치 전시에 사람을 죽이는 것을 거부하는 병사는 정신 치료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쟁이라는 전쟁에서 아량, 배려 또는 동정은 패자의 가치이며, 승자가 되려면 그러한 약점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는 진정한 협동이 어려울 것이다.

경쟁은 긴장과 불안감을 증가시킴으로써 생산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경쟁이 강한 환경에서는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의 약점은 찾아내고 나의 약점은 숨겨야만 한다. 그 때문에 하는 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기도 하고, 불안감을 역시 증가한다.

경쟁에서는 항상 승자와 함께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에서 패자가 되는 경험을 맛본다. 그래서 패배의 가능성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며, 성과에도 영향을 준다. 올림픽 같은 운동 경기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이 종종 실수를 하는 경우를 본다. 선수들이 경쟁의식 때문에 경기 전에 긴장을 하며, 긴장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긴장은 보통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의 성인들을 관찰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경쟁자가 없을 때보다도 경쟁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더 많은 실수를 하고 또 더 느리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협동할 때는 불안감이 적고 오히려 동료들 간의 유대를 통한 만족감 증진으로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

불안감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우울증 환자의 증가는 직장인들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여 생산성을 낮추게 한다. 미국 예일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회사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의 결근율은 보통 직장인보다 2배 높고, 생산성 손실은 7배나 된다고 한다.

생산성은 경쟁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협동의 정신이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팀워크가 중요한 일에는 이 협동 정신이 없어지면 생산성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 실적 위주의 경쟁 강화는 생산성을 저하시키기도 하지만, 구성원 간의 갈등이나 불만 역시 증가시켜 조직의 유대를 약화시킨다. 조직의 유대가 약화되면 결국 그 조직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상승효과를 저해할 것이다.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투자

경쟁을 하는 경우에는 각자는 모든 일을 독자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노력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협동을 할 경우에는 어느 한 사람이 한 단계를 끝마치거나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단계를 거치지 않거나 그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뿐더러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나 방법을 채택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원의 낭비는 입시 경쟁, 취업 경쟁 그리고 회사나 단체의 실적 경쟁 등에서 나타난다. 서열 위주의 학업 경쟁에서는 보통 등수가 올라가는 것과 실력 향상을 동일시한다. 그러나 등수가 올라가는 경우는 내 자신이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이 배워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학생들이 잘못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전보다 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다른 학생들이 더 못하면 내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 등수는 이기는 것이 목적일 경우에는 쓰일 수는 있지만,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나타내는 데는 문제가 있다. 등수만을 위한 경쟁에서는 실제 지적 능력의 개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족집게 과외와 같은 암기 위주의 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은 경쟁을 위한 경쟁 외에는 쓸모없는 낭비가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 소비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2.6%), 일본(2.2%), 영국(1.4%), 프랑스(0.8%), 독일(0.8%)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3배에서 최고 10배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 (☞관련 기사 : 과도한 사교육비가 '저출산·불우한 노후' 부른다, <여성신문> 2010년 1월 22일자)

아이들의 미래에 중요한 교육에 지출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 지출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실제 교육에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고 단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출일 수 있다. 학생들은 심한 취업 경쟁 상황에서 스펙(specification) 쌓기에 과도하게 투자를 하게 된다. 모두 대학을 가니 나도 가야하고, 대학 교육이 필요하거나 말거나 대학 교육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다른 사람이 어학 연수를 가면, 스펙을 쌓기 위해 나도 가야한다. 필요한 자격증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스펙 경쟁에서는 자격증이 많을수록 취업 경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을 것 같은 것도 우선 따놓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역시 종종 과잉 투자가 되고, 사회적 낭비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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