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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진짜 적은 '똑똑한 얌체들'!"

[공작의 꼬리 경쟁·18]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또 다른 예들

나 혼자 아이스크림을 시킬까 말까

어느 모임에서 여러 명이 회식을 갔다. 인원은 10명이고 회식 비용은 누가 무엇을 주문해서 먹었는지에 상관없이 전체 합계를 사람 수 대로 나누기로 했다. 즉 각자는 총액의 10분의 1을 부담하게 된다.

회식의 마지막 단계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하자. 아이스크림 가격은 3000원이다. 회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최대로 2000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아이스크림 가격이 3000원이니, 만약 각자가 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아무도 주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내가 주문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에 대하여 내가 실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0분의 1인 300원이다. 그러니 주문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나만 주문하고 모두들 주문하지 않는다면, 나는 300원만 내고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모두들 나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그리고 결국 각자 부담하는 최종 비용은 3000원이 되고 만다. 만약 각자 주문한 아이스크림에 대하여 각자가 지불해야 했다면 아무도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을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모두가 주문하고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로 나타난다.

위의 이야기를 두 사람, A와 B로 한정하면 그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같다. 아래에는 가능한 모든 경우들이 나열되어 있다.

1. A는 주문하고, B도 주문하는 경우: A와 B 모두 후식을 먹고, 각자 3000원씩 지불.
2. A는 주문하고, B는 주문하지 않는 경우: A는 후식을 먹고 1500원을 지불, B는 후식을 먹지 않고 1500원만 지불.
3. A는 주문하지 않고, B만 주문하는 경우: A는 후식을 먹지 않고 1500원만 지불, B는 후식을 먹고 1500원을 지불.
4. A는 주문하지 않고, B도 주문하지 않는 경우: A와 B 모두 후식을 먹지 않고 돈도 지불하지 않음.


A와 B는 과연 주문을 해야 할 것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A의 선택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A의 경우에는 2의 경우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고, 그 다음이 4의 경우, 그 다음은 경우 1의 경우이다. 3의 경우는 A가 가장 싫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니 만약 B가 주문을 한다면, 가능한 것은 1과 3의 경우인데, A는 주문함으로써 자신에게 더 바람직한 1의 경우를 결과로 얻게 된다. 그리고 만약 B가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경우는 2와 4의 경우인데, A는 주문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더 바람직한 2의 경우를 결과로 얻게 된다. 그래서 A는 B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주문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B 역시 A의 선택에 관계없이 주문을 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 결국 A와 B는 1의 경우를 선택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만약 둘 다 주문하지 않는다면 4의 경우가 되는데, A와 B 모두 4의 경우를 1의 경우보다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한 번 해보자. 왜 둘 다 4의 경우를 1의 경우보다 좋아하면서, 결국에는 1의 경우를 초래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과연 이런 선택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나타나게 될까? 인간이 이성적이라고 했는데 왜 이런 열등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이러한 열등한 선택이 아주 드문 경우이길 바라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아주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가 현재 당면한 많은 문제들이 이 딜레마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또 이 문제는 우리가 이성적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다. 어떤 학자는 거의 모든 연구를 이 문제를 탐구하는 데에 바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묘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 수대로 비용을 나누는 회식의 예와 같은 문제가 보편적이며 또 중요한 여러 사회문제들이 그와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더 들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한국에서 우리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인 교육 문제가 바로 그러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새치기

운전을 할 때나 버스를 기다릴 때, 또는 극장표를 살 때 새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혼잡한 교차로에서 서로 먼저 가려고 차를 들이밀어 결국 아무도 차를 빼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극장 같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불이 나거나 하면 서로 먼저 도망 나오려고 해서 오히려 출구가 막히고 화재보다는 밀리거나 남에게 밟혀 더 많은 사람이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때, 살짝 새치기해서 일을 빨리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다 새치기를 한다면, 더더욱 새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 모두가 적당한 시간에 끝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모두가 새치기를 한다면 거리의 교통이 막힌다던가, 버스를 타는 데 혼잡해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던가 해서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역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새치기가 이성적인 행위이다. 자신의 이기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행위인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적 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사회의 선으로 연결된다는 논리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투표는 시간 낭비?

많은 사람들이 선거 때 투표를 포기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투표를 포기하는 행위가 개인의 이기적 이해를 극대화 하는 똑똑한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각 개인들은 투표를 하나마나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투표를 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없게 된다.

그러나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각 개인들에게 명확히 나타난다. 예를 들면 투표하러 가는 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든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 행위들은 개인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자신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이성적 개인들에게 투표는 결국 시간 낭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 구성원이 개인의 이기적 이해를 추구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경우에 과연 그 사회는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 우선 많은 사람들의 의사가 사회의 의사 결정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가 골고루 반영되기보다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가 강조되어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저 과정만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그 취지와 상반될 수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투표나 정치 참여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직접적 이익과 그러한 포기 행위가 야기하는 정상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다수의 복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들에 대한 영향력의 포기가 한 개인의 한 표의 포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각 개인이 감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다.

위의 아이스크림 예에서 마찬가지로,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아이스크림을 먹음으로써 얻는 이익과 마찬가지로 개인화되어 계산되지만, 투표 포기로 인하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손해는 개인의 이익 계산에서 제외된다.

팁을 꼭 주어야 하나?

필자는 어느 한 경제학자와 캐나다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미국 또는 캐나다의 사람들의 팁을 주는 습관이 화재에 올랐다. 그 경제학자의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팁을 남기는 행위에 대하여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것이었다. 보통 팁은 약 음식 값의 15퍼센트(%) 정도를 주는데, 꼭 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대우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서 더 주기도 하고 덜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팁을 남기는 것이 보통이며, 드문 경우이지만 종업원이 무례했다거나 하면 팁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이성적(이기적) 인간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호텔에 다시 올 것이 아니고, 다시 온다하더라도 그 식당에서 그 종업원을 다시 대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그에게 팁을 남기는 것은 아무런 이익이 없는 낭비이며, 비이성적 행위라는 것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는 팁 문화가 서양에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발달되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팁 문화가 발달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우월 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며, 여기서는 그러한 비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통 팁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식당을 비교해 보면, 있는 곳의 종업원이 손님에 대한 대우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모든 사람들이 팁을 남기는 곳에서 나 한사람만 팁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는 좋은 대우를 받고 돈도 절약하게 된다. 그 경제학자의 말대로 이는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이성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이성적으로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즉 각자는 종업원의 대우에 관계없이 팁을 주지 않는 이성적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하자. 그러면 손님을 잘 대우하든 하지 않든 팁을 받지 못하게 되니, 종업원의 손님에 대한 대접도 역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사회가 갖는 팁 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종업원들의 팁에 의존하는 수입 감소의 일부는 식당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식당의 부담 증가는 음식 값의 증가로 연결되고, 결국 손님은 팁을 지불하지 않는 대신 일정 부분의 음식비 지불의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각 개개인의 이성적 행위로 인한 팁 문화의 파괴는 결국 종업원의 서비스 악화와 음식비의 인상을 초래하여, 사회 구성원에게 팁 문화 파괴 이전보다 훨씬 열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thisphere.com

똑똑한 얌체들

어떤 한 사회가 위의 몇 가지 예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상상해보자.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개인 이기주의에 기초한 경쟁 위주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성적 행위를 최선의 가치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사회, 그리고 각 개인들의 똑똑한 행위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고려하고 사회 전체가 잃는 손해는 어느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는 그런 사회를 상상해 보자.

위의 예에서 보듯이 종종 사회 전체가 잃는 손해가 너무 커서 각 개인들이 얻는 이익을 능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회가 잃는 손해는 결국은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적 손해는 명확히 보이지 않고 또는 개인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무시되곤 한다.

이성적 개인들의 행위들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부터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성적 행위를 장려해야 할 것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많은 경우에 개인들의 각자의 이성적 행위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너무 어렵다. 핵심은 각 개인들의 이성적 행위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즉 문제가 이성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이기적 동기에 근거한 행위를 장려하기보다는 그와 반대로 사회 전체의 이해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근자에 경험한 경제의 논리 확산에 의한 이성적 행위의 강조, 그리고 경쟁의 강화로 과연 더 많을 것을 얻었을까? 과연 한국에도 경쟁의 강화와 함께 시장을 통한 개인들의 이기적 이해의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구성원들을 더 행복하게 했을까?

현재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제 한국은 경쟁이 심화된 상황 하에서 개개인들의 이성적 행위들로부터 집단적으로 열등한 결과가 초래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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