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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쟁, 대한민국을 좀먹는 무서운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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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쟁, 대한민국을 좀먹는 무서운 전염병!

[공작의 꼬리 경쟁·17] 바보들의 경쟁과 죄수의 딜레마

바보들의 경쟁과 죄수의 딜레마

수컷 공작은 긴 꼬리를 갖고 있다. 그 긴 꼬리를 부채 모양으로 활짝 펼쳐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암컷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왜 공작들은 그렇게 길고 현란한 꼬리를 갖게 되었을까?

물론 처음부터 공작의 꼬리가 그리 길고 현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짧고 볼품없는 꼬리로부터 시작했을 것이고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차츰 길고 아름다운 꼬리를 가진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는 경쟁에서 이기고, 그 자손들이 점점 더 번식하면서 꼬리가 더욱 길어지고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이제는 꼬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너무 길게 되었다.

그러면 공작들은 왜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긴 꼬리를 갖는 새로 진화하게 되었을까? 진화생물학을 하는 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왜냐하면 진화론의 자연선택이라는 기본 이론을 여기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작은 그러한 꼬리를 유지하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긴 꼬리를 만들려면 우선 더 먹어야 하기에 더 많은 시간을 음식을 찾는데 써야 하고, 그 꼬리는 거추장스러워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도망가기가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수컷 공작이 긴 꼬리를 갖는 것은 암컷에게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증명해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수컷 공작은 암컷에게 마치 다음과 같이 뽐내는 것과 같다. "나의 긴 꼬리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그 긴 꼬리를 갖고도 먹이를 구하고 다른 동물의 공격을 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그러나 그 꼬리는 단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 외에는 도움이 되는 것은 없고, 살아가는 데 방해만 되는 거추장스런 것이다.

결국 수컷들은 암컷에게 자신이 얼마나 건강하며 그래서 얼마나 좋은 배우자가 되는지 신호를 보내는 기능으로서 너무나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뿔이 길어 멸종당한 아이리쉬엘크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인간을 포함한 보통 동물 세계에서 암컷을 차지하는 경쟁에서 크고 강한 수컷들이 유리하고, 그래서 그런 수컷으로 진화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자의 경우에는 크고 강한 사자는 암컷을 차지하는 경쟁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그러나 공작의 경우는 반대이다. 공작 세계에서 승자는, 즉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은 외부의 세계에서의 경쟁에 오히려 패자가 되기 쉽다. 공작이 긴 꼬리를 유지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먹이가 풍부하다거나 심각한 위협이 되는 포식자가 적은 유리한 환경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한다면 그러한 꼬리 경쟁의 낭비는 그들 종의 번식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멸종에 이르게 되는 비극적인 경우도 있는 데 바로 아이리쉬엘크가 대표적이다.

아이리쉬엘크는 공작과 같이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뿔 경쟁을 하는 사슴의 일종으로 지금은 멸종되고 없지만 아일랜드에서는 그 화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수컷 아이리쉬엘크는 건강을 뽐내는 그리고 암컷을 유혹하는 아주 크고 멋진 뿔을 갖고 있다. 키가 2미터(m) 정도에 뿔은 자그마치 3.5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수컷들의 뿔이 너무 커졌다고 한다.

그들은 뿔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양의 칼슘 등 주요 영양소들을 허비해야 할뿐더러, 뿔이 너무 무겁고 커서 자유롭게 움직이는데도 제약이 있다. 이러한 잘못된 경쟁 아래 아이리쉬엘크는 과도한 뿔 키우기에 너무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게 되어 환경 변화와 같은 위험에 대처할 여력이 남지 않아서 그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다.

각 개개의 엘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큰 뿔을 갖는 것은 암컷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리쉬엘크라는 종족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선택은 그 집단에 치명적인 낭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이 조그만 나빠져도, 멸종이라는 극단적 결과에 이르렀을 것이다.

▲ 아이리쉬엘크. ⓒdinotopia.com

우리는 바보들의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공작과 아이리쉬엘크의 사례처럼 극단적 경쟁은 아주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다. 아이리쉬엘크의 경우에는 멸종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자신이 바로 이런 극단적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하나하나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 그리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바보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다.

우리는 공작처럼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사자처럼 경쟁을 하는 것일까? 사자의 경쟁처럼, 한국 내에서의 경쟁이 과연 한국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어 외국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공작과 같이 외부 세계의 경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해가 되는 그러한 경쟁을 하는 것인가?

한국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따지면 세계 1위일 것이다. 각 가정의 소득 중 많은 부분이 아이들이 커서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한 교육비로 지출한다. 교육은 개인, 가정, 그리고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지출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공작의 꼬리 경쟁과 같이 아이들 재능 향상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그리고 입시 경쟁만을 위한 낭비가 되는 그런 교육은 아닌가? 교육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출하는 비용 중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입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리고 직장을 잡기 위해 구직 경쟁, 직장 내에서는 진급 경쟁의 스트레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다한 경쟁으로 가정 파괴, 사회 파괴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경쟁은 이미 외국과의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고사하고, 한국 내에서의 정상적 사회 안정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작보다 더 바보 같은 경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쟁에 이기기 위한 노력이 공작의 꼬리와 같이 제약을 더 키우고 낭비를 초래한다. 강자로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약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치르고 난 다음의 결과가 이득이 안 되고 오히려 해가 되는 그런 상황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는 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긴 사람들 역시 피해자가 된다.

모두 다 피해를 보는 경쟁, 이기고도 지는 경쟁, 그래서 바보들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쟁을 신봉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서 자신이 승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지불했는지, 그리고 현재 무엇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공작의 꼬리와 죄수들의 게임

앞서 공작 수컷들의 아름다운 그러나 길고 거추장스러운 꼬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공작들의 경쟁을 게임 이론에서 중요한 예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게임과 연결하여 생각해보자.

죄수의 딜레마는 아주 중요한 게임으로 어떤 학자는 일생 동안 이 게임만 연구한 사람도 있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인간의 이성적 선택이 최선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이성적으로 각자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이 되는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들이 집단적으로는 열등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두 죄수(A와 B)가 가벼운 범죄로 경찰에 잡혔다. 검사는 그 심각한 범죄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해 두 죄수 모두가 입을 다물면 가벼운 범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각각 1년씩 감옥에 가야한다. 하지만 어느 죄수 하나가 침묵을 깨고 죄를 고백하고, 증거가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검사는 그는 석방하고 다른 죄수는 10년 동안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하자. 만약 둘 다 정보 제공에 협조하면, 검사는 두 죄수를 5년씩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의 선택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1. A는 죄를 고백하고 B도 죄를 고백함 : A와 B 모두 5년 동안 감옥 생활.
2. A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B는 죄를 고백함 : A는 10년 동안 감옥 생활, B는 석방.
3. A는 죄를 고백하고 B는 묵비권을 행사함 : A는 석방, B는 10년 동안 감옥 생활.
4. A와 B 모두 묵비권을 행사함 : A와 B 모두 1년씩 감옥 생활.


위의 네 가지 가능한 경우는 A와 B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아래 표에서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 햇수는 음의 수로 표시되어 있다. 상자 안의 숫자 중에서 첫 번째 숫자는 A가 받는 것이고 두 번째 숫자는 B가 받는 것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좌측 하단의 (-10, 0)는 A는 10년 동안 감옥 생활을, 그리고 B는 석방되는 것을 나타낸다.


이 상황에서 A는 묵비권을 행사해야 할까 아니면 죄를 고백하는 것이 좋을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B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A가 고백하면 A는 석방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1년 동안 감옥에 간다. 그러니 고백하는 것이 A에게 유리하다.

둘째, B가 죄를 고백하는 경우에 A가 고백하면 5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10년 동안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니 여전히 고백하는 것이 A에게 유리하다. 즉 B가 고백을 하든 묵비권을 행사하든, A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은 고백하는 것이다.

B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A가 어떻게 하든 고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결국 둘 다 고백을 하게 되고 A와 B 모두 5년씩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물론 A와 B가 협동하면 최선의 선택인 1년씩 감옥에 가는 선택 역시 가능하지만 각자가 이성적, 이기적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가정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이성적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 열등한 결과인 (-5, -5)를 얻게 하고, 보다 나은 결과인 (-1, -1)을 배제하는 집단적 비이성적, 그리고 비효율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 이론에서와 같이 게임 이론에서 효용 또는 보수를 극대화하는 이성적 인간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하여 얻은 이러한 결과는 집단의 선택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비효율성은 개인의 이익 추구가 집단의 이해와 상충되는 현상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성적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뜻하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모두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열등한 결과를 초래하는 이러한 상황을 딜레마(dilemma)라고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을 이야기한다.

위의 게임을 공작의 꼬리 경쟁으로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공작 A와 B가 꼬리에 투자를 하는데, 투자를 많이 하면 긴 꼬리를 갖게 되어 더 경쟁적으로 되지만 그 비용 역시 크다고 치자. 긴 꼬리 공작은 짧은 꼬리 공작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되어 그 투자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그 보수가 가장 큰 10으로 나타난다.

경쟁에서 진 짧은 꼬리 공작의 보수는 0으로 나타난다. 만약 둘 다 투자를 많이 해서 긴 꼬리를 갖게 되면 경쟁에서 지지는 않지만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 둘 다 (1, 1)이라는 보수를 받게 된다. 그리고 둘 다 투자를 적게 해서 짧은 꼬리를 갖게 되면 경쟁에서 이기지도 지지도 않고, 투자 비용을 절약하여, 그 보수가 (7, 7)가 된다.


내가(A) 꼬리의 경쟁에 유일하게 이기는 경우는 상대가(B) 꼬리에 적은 투자를 하여 짧은 꼬리를 소유 했을 때 나는(A) 많을 것을 투자하여 긴 꼬리를 갖게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나의 보수는 10이 되고, 상대의 보수는 0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 상대 역시 많은 것을 투자해서 긴 꼬리를 갖게 되면 내가 갖는 경쟁력은 사라지게 되고, 상대의 보수는 0에서 1로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경쟁력도 얻지 못하고 많은 투자비용으로 인하여 둘 다 (1,1)의 결과를 얻게 된다.

만약 둘 다 꼬리에 투자를 적게 하였더라면, (짧은 꼬리, 짧은 꼬리)를 갖게 되어 어느 누구도 경쟁력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지만 그 비용 절감으로 보수는 (7, 7)로 집단에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 경우 7을 받는 나는 더 경쟁적으로 되어 긴 꼬리를 갖게 되면, 내 보수는 10으로 상승한다는 데 있다.

나는 나 자신만의 이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당연히 투자를 늘려 긴 꼬리를 가져야 한다. 물론 상대 역시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결국 내가(A) 투자를 늘려 나는 긴 꼬리를 갖게 되고 상대는(B) 짧은 꼬리를 갖게 되어 (긴 꼬리, 짧은 꼬리), 나는 10을 그리고 상대는 0을 보수로 받게 되리라 예상하지만, 상대 역시 나와 같이 이기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되어 결과는 (1, 1)이 된다. 각자가 자신의 보수를 최대로 하는 이성적 선택을 하지만, 이 꼬리 경쟁의 게임에서는 집단적으로는 열등한 (1, 1)의 보수를 얻게 된다.

이러한 게임은 공작들이나 아이리쉬엘크들이 꼬리나 뿔 경쟁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성적 선택을 하지만, 집단적으로 열등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들에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극한 경쟁 상황에서 각 개인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등 최선을 다하지만, 한국이라는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러한 투자는 낭비가 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현상에 역시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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